하소연할 곳이 없어 쓰는 글

나르키스 작성일 15.06.12 20: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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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인생이라는 게 길게 살 건 짧게 살 건 할 말은 많을 수 밖에 없어요.

 

실제로 이제 서른을 조금 넘겼는데, 어찌나 머릿 속이 복잡한 지 모르겠습니다.

 

28살에 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못해 7월 달까지 빌빌거렸지요. 같이 사는 친구가 후에 하는 얘기가 잘 씻지도 않고

 

폐인처럼 사는 게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고 해요. 그래도 아득바득 노력해서 취업을 했지요.

 

우스운 건 제가 생각했던 제 전공과는 전혀 관계없는 분야였다는 게 문제였어요. 저는 문과였습니다만

 

이과 친구들과 같이 이과일을 하게 되었던 거죠. 해외 프로젝트를 하려하는 데 외국어를 잘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면서요... 실제로 이 회사는 몇 명을 그렇게 뽑아왔더라구요. 프랑스어를 전공한 사람을 뽑아오기도

 

하고... 뭐 어쨌거나 첫 직장이었으니 즐거웠어요.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는 일은 즐거웠고,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일은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았죠. 평일에 10시 퇴근이 정시 퇴근이고 주말 출근도 자주 있는 업무 강도 역시 

 

관계치 않았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경력'이었거든요.저는  제 스스로에게 그리고 남들에게 경력으로 인정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선배들이 후배들이 연이은 프로젝트에 갈려나가며 떨어져나가고 자신의 경력을 포기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 하면서도 저는 꾹 참고 2년이 넘게 근무를 했었죠. 그러다 보니 승진도 하게 되고...

 

헌데 저보다 약간 아주 약간 늦게 들어온 동기가 저보다 먼저 팀장을 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제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었을 테고, 게다가 그 팀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탓도 있었겠지만 저는 저의 배경 - 즉 전공 및 자격증- 이

 

크게 다가오더라구요. 적어도 제가 이 일에 적합한 전공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우습죠. 결국은 제 능력이 부족한 탓이었을 게 뻔한데요...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었죠. 때마침 다른 회사에서

 

공고를 낸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참 절묘해요. 마치 저를 위한 공고 같았죠. 해외법규를 주로 다루는 회사였는데,

 

마침 제가 첫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분야가 바로 해외법규였거든요. 면접을 두번 보러 갔다오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이거라면 엔지니어적인 배경에 관계없이 내가 발전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직을 하며 승진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승진은 전혀 바라지 않았는데, 승진이 되어 좀 당황스러웠어요.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쨌거나 이직을 하자마자 외국을 나가서 프로젝트를 하게되었습니다. 약간 오지에 가까운 곳이었지만 저야 좋은 환경에서

 

지내며 편하게 근무하며 긴장감이 풀려버렸어요. 생각해보면 참 그 때는 방만했지요. 새로 이직을 하게 되며 직급까지

 

더 높게 달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저는 마냥 성공한 것처럼 살았죠. 결국 프로젝트가 끝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저는 상사에게 무지하게 까였습니다. 준비가 안되었다는 거죠. 마음은 급해지고 실수는 늘어가고

 

상사는 저를 괴롭히고... 헌제 이 상사가 좀 이상할 정도로 저를 괴롭히더라구요. 예를 들어 간단하게 사용한 영수증을

 

제출해야 할 때, 주변에 물어 영수증을 이면지에 붙여 제출을 했더니 상사가 저를 불러 영수증을 왜 이면지에 붙여

 

제출을 하느냐 깨끗한 용지에 제출을 해야할 거이 아니냐며 다시 작업을 해오라고 한다던가...참 그 때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도 나름 주변에 '이 영수증을 이면지에 붙여도 되느냐?'고 물어 주변에서 '아 그거 괜찮다'는 답을

 

듣고서 안심을 했었거든요. 제가 혼나고 나오자 대답해주셨던 분도 많이 당황하시더라구요. 평소에는 안 저러던 분이

 

왜 그러는 지 모르겠다고... 게다가 자신의 상사에게 제가 일을 잘 못한다고 열심히 저를 까 덕분에 저는 더 혼이 나고...

 

와 그때는 진짜 삶이 힘들었어요. 성공적으로 이직을 했고, 제 경력이 드디어 발전했다고 믿었던 순간이었는데, 그 와중에

 

저는 뒤쳐지고 있었으니...

 

결국 잘렸지요. 뭐 표면상으로는 권고사직이지만...처음으로 해고통지를 받아봤습니다. 와 죽겠더라구요. 근데 딱

 

생각해보면 어딘가 좀 이상했던 부분이 많았어요. 이제 프로젝트가 많이 늘어날 테고 일손이 부족해질 텐데 제가

 

능력이 부족해 제가 필요없다는 겁니다.

 

헌데 능력이 부족하다면 얼른 가르쳐서 끌고 가는 게 맞는 게 아닌가요? 일손이 부족해질 테니 아직 부족한 능력을

 

가진 인력을 떨구고 가는 것이 맞나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대충 각이 나오더라구요. 이 회사는 급하게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 '외국에 나가는 프로젝트'에요. 그러다보니 사람을 급하게 뽑았죠. 제가 들어오자 마자

 

외국에 나간 게 아마 그 증거가 될 듯 하고요. 그런데 그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니 저는 남는 인력이 되어버린 겁니다.

 

실제로 회사 내의 업무는 엄청 널널했어요. 항상 정시퇴근을 했고 주말 출근 한번 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와중에 저처럼 고용된 엔지니어들이 너무 많았기도 했고요. 요컨데 사람은 남아도는 데

 

일이 너무 적은거죠. 지금 생각에는 이 회사가 애초에 저를 '외국에 나가는 프로젝트' 에만 써먹고 버리려고 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뭐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요.

 

어쨌거나 덕분에 저는 그렇게 제 경력을 날려버렸습니다.

 

제가 일을 하던 분야가 워낙 좁은 탓에 제가 다니던 회사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가 없었어요. 설상가상으로

 

업계 자체가 어려워져 첫직장에도 살짝 손을 내밀어보았으나 택도 없었습니다. 첫직장도 지금 상황이 안좋아 사람을

 

더 안뽑는다는 거죠. 결국 그 분야에서 제 경력은 끝이 난 거에요. 다른 곳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업계가 어려워

 

대우는 개떡같고 게다가 예전 직장보다 좋은 조건이나 비스므레한 조건을 제시할만한 회사도 전혀 없었고요. 마지막으로

 

그나마도 몇 있는 회사는 첫직장에서 나간 사람들이 많이 근무를 하고 있는데 나름 성공했다고 떠벌리고 다닌 제가 스윽

 

그 사람들 옆으로 들어가 일을 하기가 너무 민망하기도 했어요.

 

결국 나이 서른 먹고 아예 경력을 새로 쌓자라고 생각을 해서 다른 회사를 들어갔습니다. 전혀 다른 분야의 회사를요.

 

렌탈업에서 나름 괜찮은 회사에를 들어가게 되었죠. 사원수도 굉장히 많았고, 매출액도 대단했습니다. 중소기업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였죠. 중견기업은 충분히 되는 업체였습니다. 덕택에 저도 면접을 보며 무지하게 기대를 했죠.

 

헌데 이상하게 면접을 보면서 설명하는 업무내용이 제가 기대한 것과 많이 다르더라구요. '사업지원'에 영어를 요구하기에

 

저는 해외브랜치를 관리하는 부서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래요. 홈쇼핑을 나가는 거랍니다. 어? 싶기는 하지만 '뭐 일은

 

일이니까' 라고 생각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이 회사가 개떡입디다. 야근, 주말 출근을 하면서 추가수당은 없고,

 

휴가, 연차도 없고, 주말에 여차하면 렌탈하는 제품을 직접 배송을 다녀야 하고 업체가 너무 순식간에 큰터라 업무

 

스코프도 제대로 정립이 안되어 있고, 사무용품도 제대로 안줘, 사장이라는 양반이 직원들 성추행이나 하고 돌아다녀...

 

와 저는 남자인데 제가 입은 양복 자켓 단추를 턱 풀고 제 허릿속으로 손을 수욱 집어넣어 옆구리를 만지면서

 

'살빼라. 너.' 할때는 속으로 뜨악했어요. 여튼 그래도 이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건 홈쇼핑을 하지 않는 날은 그래도 정시

 

퇴근을 시켜줬다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 밖에는 없네요. 심지어 월급도 처음에 면접볼 때랑 다르게 주고... 면접

 

볼 때는 그래도 3천은 맞춰줄 것 처럼 얘기하더니 막상 들어가니 2800...

 

그런 와중에 부모님이 미군부대 얘기를 하더라구요. 뭐 68세까지 근무할 수 있고, 월급도 나쁘지 않고, 업무환경 좋고,

 

자녀 학비 대주고 한국 휴일 미국 휴일에 다 쉬고... 와 완전 꿈의 직장이잖아요? 문제는 이게 연줄이 있어야 들어갈 수가

 

있는데 마침 아버지 아시는 분으로 하여금 연줄이 생겼다는 겁니다. 그래서 미군부대를 들어왔어요. 아 헌데 단숨에 괜찮은

 

곳으로 온 것은 아니었지요. 미군부대는 기본적으로 잡일, 웨이터, 잡부, 배달부 등으로 들어와서 괜찮은 곳에 공고가 나면

 

지원을 하는 곳이에요. 덕분에 막 유학다녀온 애가 웨이터하고 있고 서울대 나온 애가 수퍼에서 비닐백에 물건 담아주고

 

그래요. 저는 막노동을 하는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여름에 더운데서 일하고 겨울에 추운데서 일하는 곳에

 

말이죠. 뭐 처음에는 상관없었어요. 좋은 자리가 나서 그곳으로 갈 수 만 있으면 상관없었죠. 근데 그게 또 아니더라구요.

 

그 좋은 자리에 공고가 나면 연줄에 백있는 애들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어리석었죠. 아니 외부에서 부대

 

안으로 들어올 때는 연줄이며 백을 이용해 들어오는 데 위로 올라갈 때는 능력으로 경쟁한다? 택도 없는 얘기죠. 당연히

 

연줄이며 백으로 올라가는 거죠. 하하 멍청하기는...그리고 그러는 와중에 아버지가 붙잡아준 제 연줄이 썩은 동앗줄

 

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상 제 연줄은 제게서 발을 뺐어요. 덕분에 저는 졸지에 막노동하는 계약직

 

종사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서른두살 먹은 막노동 계약직 종사자요. 물론 좋은 자리로 올라가려는 노력을 끊지는 않았어요.

 

부대내에서 보는 영어시험인 ALCPT도 보았고요. 헌데 주변에서 저처럼 들어와서 3년 4년 길게는 10년이 넘도록 저와

 

같은 자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보면 진짜 우울해집니다. 그러는 와중에 오늘 학원을 가서 강의를 들으려는 데

 

강사님이 제게 어디 홈피에 제가 등록이 되어있다며 비밀번호를 가르쳐달라고 하더라구요. 뭐 자격증 시험을 보려면

 

거기에 가입을 해야하는 데 제가 가입이 되어있더라는 겁니다. 왜 가입이 되어있을까? 하고 고민해보니 아마 제 첫직장

 

을 다닐 때 제가 가입을 한 것 같더라구요. 어떻게해서든 그 첫직장의 분야에 관계된 자격증을 따려고요. 그러다가

 

그 당시가 떠오르면서 강의 시간 내내 잡생각을 해버렸네요. 나는 그 때 이직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나는 그 때 그렇게

 

방만하지 말았어야 했어. 나는 그 때... 나는 그 때...

 

어떻게 보면 젊다고도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아직 실패한 삶을 살았다고 하기는 이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실패가 너무

 

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일어서려고 하다가도 자꾸 다시 넘어지는 와중인 지금이라 과거가 자꾸만 그리워지더라구요.

 

예전에 첫직장에서 한 사람을 보내며 그 사람에게 제가 한 얘기가 있습니다. '사람은 현실이 힘들수록 과거를 생각하게

 

된다구요. 그러니 새 직장에 가게되면 우리 생각 절대로 하지말라구요.'

 

지금 과거에 얽매여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제가 참 부끄럽습니다.

 

주변에 하소연하기는 너무 부끄럽고 그래서 이렇게 익명으로 하소연을 합니다.참... 힘든 주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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