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최에녹 작성일 15.10.29 16: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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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며칠 전 부자관계에 대해 고민하시는 글을 보고 기억에 남아 저도 글을 남겨봅니다.

그 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그리고 저도 도움을 받고자합니다.

이것은 제 인생상담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렸을 적 산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산 꼭대기 약수터 물 뜨는 곳 근처의 수풀을 지나면,

5평 남짓한 연탄 창고 용도의 가건물에 장판이 깔린,온갖 벌레와 곰팡이가 잔뜩 낀,

그 곳은 창문이 없는 암흑같은 곳이였고,

화장실이 따로 없어서 16년간 구청에서 지어준 약수터 공중화장실을 사용했습니다.

겨울엔 연탄이 없어 얼어죽지 못해 살았고 여름엔 밥이 없어 굶을 때가 많았습니다.

어떤 노래처럼 외식 한번 한적이 없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옥탑으로 이사가면서 처음 짜장면을 먹어봤습니다.

1960년~70년대가 아니라 1998년때의 일입니다.

 

이러는 동안.그리고 지금껏 저의 아버지는 단 한번도 가족을 위해 돈을 벌지 않았습니다.

 

저의 아버지에 대해 잠깐 적어보자면,

 

저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결혼한 직후에,

어머니의 친구들을 찾아가 어머니 모르게 내가 누구 남편인데 라며 돈을 빌려다 한번도 갚지 않았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 어머니는 지금껏 단 한명의 친구도 없이 살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청계천에서 작은 공장을 운영하시는 외삼촌이 지방으로 출장가신 사이에 

자신의 친형과 함께 공장 사무실에 찾아가 총각행세를 하며,

그 곳에서 근무하던 여직원을 임신시키고 공장을 몰래 팔아넘기려다 걸려서 실패했습니다.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직장이 없었으며, 직장을 구하려고 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저의 아버지는 이런 사람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그냥 평생을 누워서 낮잠을 자고 청소를 합니다.

누군가에게 직장을 소개받아도 자신을 업신 여긴다며 화를 내고, 돈이 없어도 화를 냅니다.

오로지 일회용 커피를 마시고 결벽증이 있는 탓에 청소만 합니다.

그 좁디좁은 집 구석을 하루에도 열댓번씩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습니다.

그래야만 집안이 평온해집니다.밥상이 안날라갑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세번정도 어머니를 때립니다.도자기로 머리를 부수고 가위로 배를 찌릅니다.

새벽 2시에도 친척들집에 돌아가면서 전화를 걸어 더러운 피가 어쩌고 하며 욕을 하기도하고,

저희 어머니가 저혈당이라 덜덜 떨면서 마비증세가 와야지 비로소 싸움이 끝납니다.

매일매일 눈치보게 되고, 항상 긴장해야되고, 마치 영화 똥파리같습니다.

 

그러면서 저희 어머니는 파출부로 여기저기 식당을 옮겨다니시며 저희를 키우셨고 지금도 식당에 다니십니다.

저희 아버지가 씨/발 성경 말씀에 따라 일요일에는 일을 못하게 하니/하게되면 위에 적은 상황이 일어나고

주말이 피크인 식당일을 한 곳에서 할 수가 없이 계속 옮겨다닙니다.

저 또한 일을 참 많이했습니다.아르바이트가 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 밑에서 허드렛일하면서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1999년 어느 날인가, 부부싸움을 한 뒤로 집을 나가서 10여년을 따로 살다가 몇년 전에 다시 들어왔습니다.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조차 아예 말이 없고, 어디서 사기를 치다 걸린건지 경찰서에 들어갔다 나온 후

주민등록은 말소가 되었고,(의료보험/노인혜택 아예 신청조차 안됨)

병에 걸렸는지 몸무게가 20킬로 정도 빠졌습니다.(신장쪽에 문제가 생긴것 같다고 추측합니다)

직장도, 십원 하나없는 상태로 왔습니다.

어머니한테 잠깐 여쭤보니 부평쪽 어디에서 총각 행세하며 두 집 살림하다가 거기서도 버림받고, 

어머니가 그래도 불쌍하다고 거두어주자고해서 기어들어와서 살고 있습니다.그리고 당당합니다.

 

그동안 저는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를 장학금으로 다니면서 사회복지 전공으로 취직도 하고

제 돈으로 12평짜리 작은 집도 전세로 마련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없던 것이 많아서 별 것도 아닌 것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지금도 돈 아끼려고 나이 33살에 직장에 도시락싸서 다니고 다닙니다.차도 없습니다.집에 텔레비전도 안나오고,

가끔 어머니가 드라마같은거 보고싶어하실 때면 회사에서 퇴근하고 드라마같은거 다운받아서 집에가서 틀어드립니다.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매달 7만원정도의 핸드폰 요금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서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핸드폰 끊고 공폰으로만 사용합니다.

그렇게나마 좀 아껴서 가끔씩 어머니좋아하시는 순대국 사드리고 영화 보러 가는게 제 낙입니다.

그렇게 어머니와 둘이 돈 조금씩 모아가면서 소소하게 어떻게든 살려고 하는데,

 

저의 아버지는 지금도 집에 누워만 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머니와 제가 출근하는거 뻔히 보면서

일어나서 커피 타 먹고 낮잠을 자고 자기 구두를 광냅니다.

자기의 양복이나 구두가 조금이라도 닳을까봐 매일 벌벌떨면서 한번 입은 옷은 반드시 드라이맡기거나

하루종일 광을 냅니다. 

 

그리고 규칙적으로 하루에 일회용 커피믹스를 반드시 우유에 20개씩 타먹고 담배를 두갑 씩 핍니다.

디스 안핍니다.오로지 외제담배만 핍니다.

그리고 동네사람들한테 당당하게 말합니다.

아~ 저는 외제담배 아니면 안핍니다 라던가.저는 커피에 꼭 서울우유있죠?그거를 타서 라떼처럼만 마십니다.라고.

이것만 하루에 만원돈 나가고 제가 14시간씩 일하면 그중에 2시간정도는 저 인간 커피와 담배값으로 나갑니다.

전혀 줄일 생각없고 끊을 생각 안합니다.

그리고 집에 어머니 드시라고 간식같은거 사다놓으면 그냥 다 먹어버립니다.남기거나 하는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버릇이 하나 있는데, 모든 물건에 검정색 절연테이프를 감아야합니다.

집에 전 재산이 3천원밖에 없어도 절연테이프를 사다가 여기저기 감아야합니다.

이제는 테이프 뜯는 소리만 들어도 제 신경이 예민해지고 거칠어지고 그때마다 참아야합니다.

 

이것저것 말이 길었네요.

제가 이런거 저런거 자세하게 쓴 건 다름이 아니라, 남들은 패륜이다 뭐다 말할 수 있습니다.

감히 아버지에게 아들이 그런 감정을 가지고,라던지

그런 것에서 오는 혼란도 느끼게 되고,어디가서 말도 못하고,

내가 이상하고 잘못된 인간인가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해할 수 있다는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냥 저는 하루에도 몇번씩 패 죽여버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참고 지내고 있습니다.왜냐하면 데이트 폭력에 대한 강의를 본 적이 있는데

저런 사람들은 자기자신이 버려졌다고 판단이 되면 그 때 살인을 계획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 많은 여자들이 그런 상황에서도 함부로 헤어지지 못하는 것이고,

헤어지자고 말하면 그 때 살인이 발생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저 어머니와 저만 둘이 살 수 있게 되는 날만 참고 기다립니다.

대신 그 날이 오면,장례 치루지않고 화장해서 아무 연고도 없는 야산에나 뿌려버리는 것으로

제 복수를 대신하려고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합니다.

단 한번도 가족들에게 사과한번 한적 없고, 사랑한다 말한 적 또한 없습니다.

 

저도 가족이라는 뜻과 따뜻함,무슨일이 있어도 버리면 안되는 다 압니다.

아는데 이제는 저도 용서 없고, 타협 없습니다

 

저는 이 집에서 태어난 뒤 한번도 결혼같은거 생각한적 없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친구들과도 일년에 한두번만 만나고 계속 일만 합니다.

지난 2년간 웃어본적이 손에 꼽고,

저도 사랑하는 여자 만나서 이런거 저런거 하고싶지만,

그 어떤 누가 이런걸 이해할까요 누가 이런것조차 안아줄까요

참 좋은 사람이다,만나고싶다는 생각이 들는 것도 잠시,

남의 집 귀한딸래미라는 생각만 들어서 아예 그냥 포기하고 삽니다.

정 그럴때 있으면 그냥 창피하지만 어머니 모르시게 화장실가서 가끔 포르-보고

그렇게 그냥....깊게 잠드는 것으로 끝냅니다.

 

인생은 한번 뿐인데 이러한 인생이라,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냥 요즘은 제 인생은 조진 것 같다는 생각만 듭니다.사는게 힘이 드네요.

제가 일을 하고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보이고 그냥..제가 조금 이상합니다.

열심히 살아야하는데 요즘은 그냥 모든걸 포기하고 싶습니다.

어디가서 힘들다 어쩐다 말 안하고 사는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 편해지네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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