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앞으로 각오도 다져가고자
눈팅만 하다가 글 남기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ㄱ대 경영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학부생활 초반은 정말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런데 군대 전역하고나서 2~3달 있다가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목 쪽에 흰 가루가 많이 떨어지길래 비듬인가 뭘까 했는데
몇 달 후에는 온 몸의 관절과 등, 엉덩이 안쪽까지 살이 벗겨지고 진물이 쏟아지는데 너무 가렵고 아팠습니다.
2010년 초부터 대학원 입학 직전까지 4년 정도는 연속 3시간 이상을 자 본 적이 없었네요...ㅜ
정도가 심해서 한학기 다니고, 한학기 요양하면서 학부 생활을 7년 가까이 하게 되었습니다.
27살 학부 마지막 학기에는 몇 군데 입사원서를 넣었습니다.
영 갈 수있는 몸상태는 아니었기에 준비도 하지 않아, 서류나 인적성검사에서 죄다 탈락했지만,
인적성검사를 먼저 보지 않는 한 곳 상사부문은 면접을 보게되었습니다.
전형과정 중간 쯤 되자 가슴에서 진물이 나온게 쌓여 와이셔츠 앞쪽이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그 뒤... 집까지 지하철타고 돌아오는데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한의원, 대체의학, 대학병원 등을 다 찾아다녔는데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28살에는 산 밑에서 지냈네요... 다 잊고 새벽1~3시쯤 자전거타고 다니거나 피부연고를 쥐고 걸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때 짱공을 알게되었는데 눈팅하며 추천 누르려했는데 어렸을때 가입했었는지 아이디가 있었습니다(;;)
동물겟, 풍경게시판 매우 좋아했습니다. 닉네임이 맘에 안들어서 재가입했습니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학부를 듬성듬성 다니면서 독일 교환학생을 (인원이 안차서 공석)가게 되었을때
재밌게 생각했던 전공 주제가 있었는데, 교수님께 상담 드리며 말씀드리자 대학원에 와보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 주제가 연구가치가 크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ㅜ 그냥 기특하다고 하셨네요ㅋㅋ)
대학원은 저의 몸상태를 고려해 주기도 하고, 일단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에,
같은 대학원 재무론 석사과정에 지원해서 가게되었습니다.
능력은 부족했지만... 토의식 수업, 논문을 선택하거나 자기가 재밌어하는 논문을 들고가서 이야기하는것,
그런 모든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어떻게든 연구직으로 이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29살때부터 다닌 대학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을 먹으면서
극단을 왔다갔다 하던 아토피피부염의 병세의 진폭(?)이 어느정도 안정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냉동식품, 생마늘, 술, 먼지, 고양이 외엔 심한 알러지는 없네요.
다만 가끔 고열이 나면서 온 몸이 쑤시듯 아픈데 그럴땐 학교 수업은 빠졌네요.
마지막 학기에 논문을 작성하는데 스트레스가 심하지는 않았는데 건강이 또 악화됐습니다.
논문 마무리와 졸업 등 학교에만 신경을 쓰면서 올 초 가까스로 졸업했습니다.
박사과정에 진학할지 취업을 할 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졸업 시기의 제 나이는 31살. 신입으로 시작할때 '늙은 아이'로 보여질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수님들께도 상담을 했을때, 어려워도 취업을 해보는 것도 향후 연구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학문이 아닌 곳에서 또 다른 계기를 찾을 수 있기도 하기에 도전 가치가 있다고 지지해주셨습니다.
재무든 경영 경제의 타 분야든 박사과정은 좀 더 경험을 쌓고 도전해보는게 좋다고 독려해주셨네요.
스스로의 생각에도 석사과정에 의욕적으로 임했지만, 관심가는 주제가 너무 많고 산만하단 생각을 스스로도 했기에
박사과정 진학에 대해선 좀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유학 혹은 박사과정에 성공적으로 진학할 분들과 저의 퀄리티 차이도 느끼게 되었구요.
다만... 그렇게 마음 먹은 주제에 취업 관련한 준비가 매우 미비했습니다.
마지막 학기에도 영 몸이 좋지는 않아서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식으로 보내버렸거든요.
졸업 직전인 올 초에는 재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관심을 갖게 되었던 신용평가사 개인신용 리스크관리 업무에 도전하였으나 면접 과정에서 떨어졌네요.
그래도 해당 분야를 알고나서, 실무자에게 물어보면서 필요한 기본적인 이론이나 실무에 쓰는 스킬등을 익혀놓았는데
대용량 데이터를 다룬 경험이 많은 분들에게 기회가 돌아간 것 같습니다.(면접 준비도 아주 좋진 않았습니다.)
(통계프로그램의 경우도 논문 작성에 필요한 수준 외에 고급 기능들은 잘 모르는데 무모했습니다.
타업종에서도 중요하게 쓰이니 이제서야 책과 인터넷을 통해 틈틈히 익혀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돌아보니 아프다는 핑계로 너무 애매모호하게 해왔던 것 같네요.
사실 그럴 수록 현재 할 수 있는 것, 몸이 허락하는 수준의 일, 앞으로 가능할 일 등을 자세히 따져봐야할텐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두루뭉술하게 생각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며 다잡고있습니다.
지원 분야도 재경직이나 재무전공자가 가능하고 우대해주는 직종을 선택하여 목적을 분명히 하고,
관련된 자격증을 날짜 맞춰 준비하고, 필요한 다른 기능들도 계획 세워가며 지원서를 하나씩 찾아 넣어보고 있습니다.
제 건강상태로는 할 수 없는 일이 있겠지만, 일단은 지원하고 그 이후 생각해도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왜 이것밖에 되지 못하는지 자책을 하기도 하였으나 별 다른 해법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나름 고군분투 해봤던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더 나아질 방법을 찾는게 최선이구나 합니다.
자기소개서를 써보는 과정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우습게도 지금까지 저의 장점/단점을 생각해본 적도 없고, 비전도 딱히 생각한 적 없었네요.
주변 좋은 분들이 꼽아주는 저의 장점은 제가 생각한 저의 장점과는 전혀 다르단 것도 놀라웠구요.
지원 후 포부도 일 좀 하다 공부든 유학이든 준비하지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제가 지원했으면 어떻게 일하고 기여해 나갈 것인지 진심을 다해 생각하며 작성하고 있습니다.
공부든 일이든 가능성을 열어놓겠지만, 현재 목적한 바에만 성심을 다해야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왕 이렇게 선택한 것,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더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생각을 바꿔... 잠을 많이 못자니 야간 알바를 하게 되었습니다,
요걸론 틈틈이 모아 동영상 강의나 자격증 비용으로 쓰고, 부모님 선물도 하나 사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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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러지로 미친듯이 쓰리고 가려워 이를 악물고 속으로 화를 내며 엎어져 있었던 날,
조용히 제 등을 쓸며 목이 메인 아버지 목소리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딱히 관심없는 분야지만 나름 의욕을 갖고 제가 신나서 이야기하던 학교 이야기들을 들어주던
가족과 친구들의 그 웃는 표정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발 삐끗하며 억울해하다 고개를 드니 그제서야 보이던 제 주변 저 보다 훨씬 어렵고, 아파하던 분들의
고군분투도 반드시 새겨서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보란 듯이 잘난 아들, 잘 나가는 친구는 못되어도, 포기하지 않고 제 할 일을 찾아가보려고 합니다.
무서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잘못 되어 나락으로 떨어지진 않을지.
그럴 필요는 없겠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겠지 하면서 낙관적인 마음으로 이 시기를 보내고자 합니다.
현재 매우 창피한 꼴이지만... 잠시 시간을 내여 여기에 다짐을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작은 고민인데....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아는 분이 볼까 살짝 두렵네요.
잠시 산책하러 가야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모두 응원하면서 계속 해나가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