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귀입니다

왼발의맙소사 작성일 16.07.16 11: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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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저소득 가정들의 대학생들과 다름없이

20살부터 아르바이트로 가득찬 시절이었습니다. 

교통비, 점심값, 휴대전화비..를 제외하곤 하루에 100원도 쓰지 않고 1년을 모았습니다.

열심히 모으다 보니 400정도 모았는데 ,군대를 가게 되어서 전역 후에 학비로 쓰겠다 하고 부모님께 맡겨놓았습니다.

자대배치 후 첫 통화하는데

아버지가 사업 하신답시고 돈끌어쓰셔서 메꾸는데 돈이 다 쓰였다네요. 엄니가 미안하다고 하십니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돈을 모읍니다. 연등해서 공부도 해서 한자 자격증도 따고 (사회에서 보다 응시시간을 넉넉히 주더군요)

군대에서 술, 담배 안하고 휴가 때도 집에만 있다보니 전역 후에 120만원 정도가 모였습니다.

이걸로 옷도 신발도 하나씩 사고 알바도 하면서, 자격증 학원도 등록해서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리라

희망에 부풀었죠.. 하지만 아버지가 또 사업을 하신다면서 여기저기 끌어 온 돈을 막는데 또 사라져버립니다. 

 

제대 후 3개월 동안 단벌 청년이었습니다.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할 때라, 밖에 나가기가 정말 싫었습니다.

후줄근한 오리털 패딩에 10년전 너비의 청바지... 그 당시 출퇴근길에 하늘이 어떠했는지 본 적이 없네요.ㅎㅎ

일주일에 7일을 일하고 아르바이트를 3개 정도했는데도 한 달에 140밖에 못 받더라구요.. 그거나마 모았습니다.

그리고 대출 받아서 복학 , 복학 후에도 알바는 제 친구입니다.

평일에는 식당, 주말에는 판매 알바 하며 생활비 벌기에 바쁩니다.

 

 

그리고 휴학, 운 좋게 1금융권 은행에 계약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약 6개월 간 일하였죠.

열심히 돈을 모읍니다.. 퇴근 후 사람들과 어울린 적은 딱 1번.. 제 돈 안써도 되는 부서 회식이었죠.

그리고 복학, 학비와 책값을 하는데 돈이 모두 나갑니다. 다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아르바이트 구할 때 내는 이력서 경력란에 가득찬 알바 경력,, 알바 자유이용권을 얻었습니다.

면접 보고난 후에 채용 안된 적이 한 번도 없네요.ㅎㅎ

 

 

이번에는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알바를 줄입니다..마지막 학기에 알바에 너무 시간을 뺏겨 졸업이 늦어졌습니다.

간신히 용돈버는 수준... 어머니는 혼자 외벌이로 집안 생계를 책임지셨지만 늘 마이너스..ㅎㅎ

 

저는 무엇하나 마음편히 사본 적이 없습니다. 돈도 다 허무하게 잃고, 돈이 생겨도  저희 어머니가 힘들게 일하시는데

제가 어찌 그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니와 어머니께서는 남자는 젊을 때 아무거나 걸치고 다녀도 되고, 선크림도 필요없고 그냥 대충 할 일만 하면 된다.

라고 늘 눈치를 주셨거든요..유니클로에서 티 하나 살 때도 3일간은 밥도 제대로 못 먹게 눈칫밥을 먹기 일수였죠.

그래서 옷이 많이 없었습니다.. 알바를 구할 때 유니폼을 주는 알바가 그래서 너무 좋았습니다.

자유 복장 알바를 할 때는 규칙이 그 브랜드의 옷을 입어야 했는데.. 나이키의 옷 값은 제 하루 일당이었는지라

10개월 일하면서 반팔티 하나 강제로 구입해서 그것만 입었습니다..

다행히 실내에서만 근무해서 겨울도 잘 버틸 수 있었네요 ㅎㅎ

 

반면에

일을 시작한 6살 어린 여동생은 트렌드에 민감한 직종입니다.

늘 택배가 옵니다.. 어려서부터 갖고픈걸 갖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던 것도 있을겁니다..

매일 같은 가방 메고 다니기 창피하다고 우는 동생의 눈물을 보신

어머니는 그런 동생이 안쓰러우신지.. 동생에게는 생활비 달라는 말을 못하시고 , 결혼 할 때 보태줄 수 없으니 돈을 모으라고만 하시네요..

 

결혼할 때 돈이 더 많이 드는 것은 남자인데...

남자도 멋진 옷 입고, 맛있는 거 먹고 싶은데... 

너무 억울했습니다... 요즘 남자는 설거지도 해야한다고 하면서 , 가치관은 옛 전쟁통의 가치관을 고수해야한다는

모순적인 말씀

 

어느날 나라에서 문자가 옵니다.

집 소득 분위가 낮아서 나라에서 학자금과 생활비를 무이자로 대출해준다고 신청하랍니다!!

아버지의 사업 빚을 높은 금리로 메꾸는 어머니를 위해 천만원을 대출냅니다.

제 이름의 빚이 늘어나지만 적어도 무이자니깐요.

  

우여곡절 끝에 졸업을 햇습니다. 원래 목표였던 공무원 시험을 준비 하기 위해 짧고 굵게 

돈을 모으기 위해 일을 하며 주경야독을 합니다.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기엔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아서

딱 10달 동안 공부만 할 수 있는 돈을 모으려고 일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하늘도 무심하시게 발목을 다치네요. 인대가 늘어난 것 같았습니다.

정형외과 치료비가 겁나서 한의원을 갔으나 차도가 없습니다.

결국 정형외과 치료를 받으니, 인대의 염좌와 뼈의 타박상..

10달치 생활비를 치료비에 다 씁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치료비.. 시간에 회복을 맡깁니다..

제 바람대로 발이 낫기를 바라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아프기만 합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병원을 갑니다.

발목 뼈가 잘 못 붙었다네요. 10달을 바르지 못한 자세로 지내니 척추의 변형까지 덤으로 얻었네요 ㅎㅎ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기에 대출까지 받아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직도 3달여간의 치료가 더 남은 상황 남은 치료 비용이 걱정이 됩니다.

이미 빚이 많은 어머니, 할부금 방어전 타이틀 챔피언 여동생, 신용불량자 아버지

 

그러던 와중에 서울시에서 청년수당을 준다고 하니 실낱같은 희망이 생기나 싶지만

저처럼 어려운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  이 서울에 ㅎㅎ

 

 

 

촛불은 바람 앞에 사라져버리고, 큰 불은 바람 덕에 더욱 커진다는데

저는 어떻게 될지 제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겠지요..?ㅎㅎ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 밑거름을 집에 다 쏟아부으니

앞으로 나아가기가 참으로 힘이 듭니다.

 

 

여지껏 집에 보탬이 되어드리고자 노력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첫째는 뭔가 대책을 내놓을거야 라는 

계속 뭔가 바라시는 듯한 부모님

저를 늘 이렇게 다 내어서라도 도우려하는 자식으로 당연히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제게만 희생이 강요되는 것 같아 몸도 마음도 무겁습니다...

다 포기하고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너무 자주듭니다

방 문을 닫고 매달린다면 그 누구도 방해하지 못할텐데..

하지만

제가 사랑하고 ,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슬퍼할 모습을 떠올리니... 너무 괴롭네요.

 

 

알 수 없는 이 계절의 끝.....

인생이란 점점 나아지는 것이겠지요..

 

제 친구들의 부모님과 , 저희 부모님이 서로 다 아는 사이라서..

친구들에게 조차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 넋두리 한 번 해봤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여러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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