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수출업체. 영업직 사원입니다. 퇴직해야 할까요..

dhxl 작성일 16.09.21 19:15:23
댓글 15조회 3,007추천 2
안녕하세요. 고민글은 처음 써보네요..

부끄럽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업체와 섬유업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어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먼저.. 낯선이의 고민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함을 표합니다.


저는 인서울 하위권 대학교를 졸업해서
동대문에 있는 작은 섬유(여성복에 들어가는 레이스)사무실에서
알하고 있습니다.

입사계기는 이러합니다.
졸업후에 취업포털에 저의 이력서를 올려놓고
나름 면접도 보고 다녔습니다만.

현재 일하는 곳의 사장님이 직접 연락을 해와
입사제안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섬유업계라 생소하기도 하고 해서
몇번을 사양하다가 다른곳에 합격한곳도 없고 해서
입사를 했습니다.

작은 사무실 한칸에 책상 몇개 놓고 경리사원과 사장님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근무하는 곳이더군요.

주요 업무는 거래처 관리인데
거래처에서 소싱이 들어오면 샘플 전달해주거나
아이템 상담. 물류입출고 확인 등 입니다.

원단 생산공장은 대구에 있고
염가공 공장은 수도권에 있어
저희는 사실상 중간에서 관리만 하는. 그런 방식이지요.
(이런 소규모 수출업체가 주변에 상당히 많더군요. 1인기업까지)

원래는 사장님 혼자 다 하다가
데리고 키울 직원이 필요했던 것인지
영업직 직원을 뽑은 것입니다.

그러나 사무실 1칸 정도 규모의 사업체에서
업무체계나 규칙이 있을리 없지요.
봉제공장이나 염색공장 사람들과 부대낌도 잦은 편이구요.
(힘든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다들 사납습니다.)

그런 이유에선지 저에 앞서 뽑은 직원들이 채 한달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바람에
저보고 같이 일하자고 그렇게 연락을 해왔나봅니다.


막상 일을 시작하니 거래처에서 샘플요청과 벌크오더건.
수많은 아이템 상담들로 정신없이 일하다가
어느덧 3년차가 되었네요.

입사이후에 3년간 변한 것은
4대보험 가입과
1차례의 월급 인상 (차마 적지 못할 수준의 인상입니다.)


그래도 일에 재미가 붙어 흥미를 가지고 쭉 해왔습니다만.
인바운드 업체다 보니까 거래처에서 의뢰가 들어오지 않으면
샘플전달 할 일도. 상담 할 일도.
최종적으로는 벌크건도 없게 됩니다.

지난 봄부터 거래처에서 들어오는 의뢰건이 뚝뚝 떨어지더니
8월 즈음부터는 예전에 비해 거의 일이 없다 시피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요즘에는 아침에 출근해서 사무실 정리나 책상정리나 하다가
가끔씩 거래처에 연락해서 의뢰건없냐고 묻는게 일상이 되었죠.
신규거래처를 찾아 하루종일 돌아다니기도 하구요.

어느날은 앉아서 아무것도 안하고 6시에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제가 입사한 당해에는 연매출이 10억정도 됐습니다만.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 3천만원 남짓 될거 같네요...)


사장님은 제가 영업사원이니 신규거래처 다니면서
계속 얼굴비추고 인사하라고 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각 거래처마다 쭉 거래 해오던 업체가 있을텐데 말이지요.
아이템의 가격대도 저희가 싼편이 아닙니다.

샘플을 가지고 가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흥도 나고 기분이 좋았으나.
이제는 생판 모르는 남한테 가서 명함 내미며 저희 업체에도 의뢰한번 주십시오. 라는 식으로 밑빠진독에 물붓듯 하루를 보내니
낙담하는 일이 많습니다.

거래처 직원들도 저를 그렇게 반기지 않게 되었지요.

남에게 좋은 모습보여주자고 사회생활 하는것은 아니지만..
벽보고 얘기하는 듯한 인상을 많이 받아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레이스라는게 원단이 아닌 어디까지나 부자재다 보니
옷에 붙여도 그만 안붙여도 그만입니다.
유행도 분명 타겠지요.

입사 면접시 사장님이 말한
"여자가 옷을 사입는 한. 레이스는 망할수가 없다."가 무색할 만큼 일이 없네요..

일을 한 10년 정도는 배워야 사무실 차려서 자기사업도 하고
속된 말로 빠꼼해질텐데 ..

당장 일이 있고 없고는 차치해 두더라도
장기적인 미래가 걱정됩니다.

섬유업계 종사자나 의류패션업계 관련된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검색해봐도 안나오더군요 ㅎㅎ;)


배우면서 한다는 식으로 월급도 짜고
(업무양이나 강도에 비해서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월급 인상은 말도 못꺼낼 상황이며
지난 명절 떡값도 점점 줄어만 갑니다.


제 성격이 사람만나서 이야기 하는걸 몹시 좋아하고
낯도 전혀 안가려서 영업직으로는 제격입니다만..

업계의 미래와 계속 5년 7년 계속 종사 하게 되면
30대 중반이 되어 빼도박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될까 몹시도 두렵습니다...

이렇게 털어놓는것 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 짐을 느낍니다만.
고견이 있으신 분들의 조언또한 기다리겠습니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막막한 마음을 안고 글을 써내려와
두서없고 엉망 일 글이겠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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