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0년도 벌써 1/3이 지나고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시간은 항상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네요.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온다고 하지만 제가 요즘 슬럼프가 온게 아닌가 싶네요. 원래 제가 이런 성격은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성격이 변했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사람 만나는걸 좋아하고, 친구 사귀길 좋아하고, 앞에 나서고 감투를 좋아하는 성격이었는데요. 지금은 누구를 만난다는 것도 귀찮고, 어느순간 주말엔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게 되버렸습니다.
저를 소개하자면 저는 이제 겨우 36살 짱공 형님들에 비하면 비교적 어린나이겠지만 이제는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생활도 벌써 쉴틈없이 10년을 했구요.. 중소기업에 다니지만 회사에서도 나름 입지를 갖고 있고 인정도 받고 있습니다. 결혼은 하지 않았어요. 만나는 사람도 없구요. 이제는 이성 만나기도 힘들구요. 일이 프로그램 개발쪽인데... 회사 직원중 여직원은 두명정도로 여자를 만날일이 없습니다. 소개팅도 최근까지 받아서 1년에 2회~3회는 하는 것 같은데 소개팅으로 잘된적이 없네요. 아무래도 제가 매력이 없어서겠죠. 일은 힘들게 합니다. 삼성등의 대기업에 들어가는 일이고 회사 자체가 작은회사이다 보니 을~병 수준으로 일을 합니다. 20대의 친구들에게 고개숙이고 죄송합니다 하는 경우도 허다한 일이죠. 말도 안되는 스케줄이나 말도 안되는 요구가 오더라도 회사에 얘기해봐야 해주는 쪽으로 결론이 나기때문에 저는 수긍하고 처리를 해줘야 합니다.
일은 밤 10시가 넘어서 끝나는 경우도 태반이고 평일은 거의 일하고 잠만자고,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지는 않습니다. 연봉 수준은 친구들과 비교해서 비슷한 수준인거 같고, 야근이나 주말근무 한다고 따로 돈을 주지는 않아요... 이런점은 제 스스로도 불만이 있습니다. 다만, 바쁘지 않을때는 일주일씩 휴가를 주기도 해서 나름 수긍하고, 바쁠때는 바쁜만큼 해주자 라고 생각하며 일을 합니다. 저는 외아들이고 부모님은 이혼하셨습니다. 제가 성인이 되고 이혼하시긴 했지만 그때 회사 출장을 가야했는데 진짜 모든걸 던져버리고 싶더라구요.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두분 모두 잘 살고 계시니까요. 하지만 그 이후로 아버지 혼자 있는 집. 어머니 혼자 있는 집에 잘 가지 않습니다. 연락은 매일 드리는 편 입니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고 제가 가까이 있지 않으니 불안한 것은 있습니다. 주말에는 친구들이 제 집에 자주 놀러왔는데 모두들 결혼을 하고 어느새 저만 남게 되었네요. 이제는 친구들도 잘 놀러오지 않습니다. 서로서로 아내들 눈치를 봐야하니 약속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고 제 스스로도 그런게 눈치보이고 연락을 잘 안하게 됩니다. 사실 꼭 만나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저는 혼자 열심히 일을하고 살고 있습니다.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듭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지? 숨만 쉬고있지 이게 사는건가? 내 목표는 뭐지? 매일밤 잠이오지 않아 다소 중2병에
걸린 것 같은 물음을 잠자리에 누워서 계속 던집니다. 이게 또 결론이 없다보니 스스로 우울감에 젖기도 합니다. 내일은 월요일이죠. 평일은 힘듭니다. 하지만 주말보다 좀 더 나은 것 같아요. 할일이 있고 시간도 빨리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나서 제 뒤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공허함만이 가득찬 느낌입니다. 취미가 뭐였는지도 잊어버렸네요. 배우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도 없게 되었고, 이성을 만나고 연애를 하는 것도 이제는 못할 것 같습니다.
지금 제 인생에서 일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나는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인가? 하지만,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인가? 어느 순간 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아 버렸습니다. 차라리 이것저것 꼬일대로 꼬여버린 인생이라면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노력했을탠데 제 인생은 세상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채 걷고있는 것 같습니다.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보다 힘든분들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분들도 많고,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죠. 하지만, 그런것을 보면서 위로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타인이 더 힘들다고 내가 안힘든것은 아니고 그런것으로 위안삼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 스스로는 너무 우울감이 심해서 일할때를 제외하고는 이제 아무것도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왜 일을 하지? 라는 물음의 답을 찾지못해 그냥 내일부터 모든 연락을 끊고 잠수해 버릴까 라는 생각도 잠깐씩 머리속을 스칩니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정말 지금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는 일이라는건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간이 작아서 그런일은 꿈도 꾸지 못할 겁니다. 또 지금 이렇게 잠들더라도 내일 여지없이 출근 할 겁니다.
너무 두서없고 장황하게 글을 써내려 온 것 같네요.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일은 하고 있는데 목표가 없고, 즐거움이 없고 미래가 없는게 두렵습니다. 어떻게 어떤방식으로 타개해 나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스스로 늪에 빠진듯 허우적대고 있는 현실 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착하게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내가 잘못 살아온 것 같고 제 스스로 인생의 패배자가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인생 선배님들.. 같은 고민을 겪었던 후배님들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