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갈매기는 날개를 펴고 공중에 멈추다시피 해서 실미도를 관측하고 있었어요.
비켜왕자를 구해달라는 붕어공주의 부탁을 해결하기 위해서였죠.
솔직히 응갈매기는 내키지는 않았어요.
자기만 있어도 충분한데 뭐할라고 갈매기들한테 갈매기살 먹인 인간놈을.
하지만 뭐라도 들어준다 약속한 이상 별 수 있나요.
응갈매기의 눈에 찌질한 몸짓으로 삽질하는 인간 하나가 들어왔어요.
응갈매기는 그것이 바로 비켜왕자라는 걸 눈치챘지만,
섬 한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잡아채서 끌고 온다는 건 힘들었어요.
또 옆에는 왠 군바리 여자가 채찍을 들고 비켜왕자를 감시하고 있었어요.
궁리 끝에 응갈매기는 좋은 꾀를 생각해 냈어요.
비켜왕자는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었어요.
상법아가씨에게 배신당한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군생활 잘하면 자신의 순정을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헛된 망상에 빠져 있었던 거죠.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 갈매기 하나가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게 아니겠어요?
비켜왕자는 순간적으로 다구리 당하던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몸을 수그렸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갈매기가 찍 갈긴 똥이 상법아가씨의 면상에 힘은 질량 곱하기 가속도의 공식을 가지고 작렬했어요.
상법아가씨는 순간 정신을 잃었고,
비켜는 상법아가씨를 깨워봤지만 일어나지 않았어요.
비켜는 순간적으로 맥스게이지를 채우는 분노를 느꼈어요!
아무리 트라우마가 있어도 이 순간만큼은 분노로 덮어버릴 수 있었어요!
"이 나쁜 놈의 갈매기!!!! 나를 이렇게 만들다 못해 이젠 상법아가씨까지!!!!!"
비켜왕자는 삽을 들고 마치 전설의 용자라도 된 것처럼,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영양실조 걸린 사람이 헛것을 보고 난리치는 것처럼
비실비실 덤벼들었답니다.
응갈매기는 적잖이 당황했어요.
자신의 작전은 원래
비켜에게 똥을 싼다 -> 비켜가 열받아서 덤빈다 -> 그럼 섬 언저리까지 유인한다
이거였거등요.
(새뇌로는 그 옆에 감시하고 있던 상법아가씨의 태클까진 신경쓸 수 없었어요)
그런데 비켜왕자가 그렇게 트라우마를 작동시켜 잽싸게 피해버릴 줄 몰랐던 거죠.
하지만 의외로 '유인한다'라는 결과에는 성공한 것 같았어요.
이대로만 잘 가면 되겠지 싶었답니다.
적어도 경비들이 그 둘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비켜왕자가 흐느적거리며 응갈매기를 쫒아가는 꼴을 본 경비들은
AK47의 안전장치를 풀면서 그 뒤를 쫒아갔어요.
응갈매기는 그 낌새를 눈치채고 비켜를 빨리 유인해야 되겠다 싶었지만
이놈의 인간이 짬밥도 제대로 못먹었는지 비실대기만 할 뿐 쫒아오질 못하는 거에요.
경비들은 앉아쏴 자세로
대한민국제 7.62mm 탄두를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렸어요!
그게 응갈매기 날개 밑을 스쳐갔어요!
응갈매기는 안도의 한숨을 쉴 겨를도 없었어요.
문제는 그게 아니었거든요.
총소리를 듣고 더 많은 군바리들이 몰려왔어요!
응갈매기는 이제 아예 비켜왕자 뒤로 가서 등을 떠밀기 시작했지만
비켜왕자는 놔라 이 원수갈매기야 하면서 자꾸 저항했어요.
그 사이에도 총알들은 등뒤의 공기를 찢으면서 쫒아왔고,
응갈매기는 똥줄이 탔지만
이미 분노에 정신줄을 놓고 총알도 개의치 않는 비켜왕자의 꼬장을 겨우겨우 억누르면서
어떻게 천신만고 거의 낭떠러지 근처까지 왔어요.
이미 경비들의 거리는 가까와지기 시작했어요!
자신들을 겨누고 있는 총구와 가늠쇠까지 보일 지경이었어요!
거기다 아까전 똥 맞은 아가씨는 성질이 있는대로 났는지
똥도 안닦은 몰골로 드라그노프 저격총까지 들고 씩씩대면서 오고 있었어요!
응갈매기가 비켜왕자를 죽을 힘을 다해 벼랑에서 밀어 제낀 것과,
상법아가씨의 드라그노프 저격총이 정조준되어 발사된 것과,
비켜왕자가 주마등을 보면서 비명을 지르는 채로 벼랑에서 낙하하기 시작한 것은
거의 동시였어요.
(초딩 여러분 다음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