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스토커전영록은 그냥 말 그대로 스토커였어요.
이런 저런 존재들을 스토킹하다가 이번엔 완전히 붕어공주에게 꽂힌 거죠.
그래서 비켜왕자를 댑따 쳐날리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붕어공주를 쫒아다녔던 거에요.
그런데 왜 몰랐냐구요?
붕어공주야 원래 둔했고, 응갈매기야 붕어 매니아라 붕어와 같이 있는 감격에 쩔어있었고,
비켜왕자야 정신없이 끌려다니는 상황이었으니깐요.
응갈매기는 스토커전영록을 패대기쳐 놓아주고 근처에 얼쩡거리지 말라고 했어요.
하지만 스토커전영록은 어떻게든 붕어공주의 환심을 사고 싶었답니다.
마치 촏잉분쇄기라는 인간세상 게시판의 모 네티즌들처럼 말이죠. (낄낄낄~)
스토커전영록은 머리를 굴리다가 문득 정보 한 가지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다시 패거리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붕어공주에게 말했어요.
"지금 짱공용궁 정보 하나 드릴테니까 우리 가게 한 번만 와주......."
하는 순간 응갈매기는 또다시 스토커전영록의 멱살을 잡았어요.
"이기 마 어디서 영업질이고! 정보 있따꼬? 맞고 뱉을래, 그냥 뱉을래!"
스토커전영록은 하는 수 없이 울면서 현재 짱공용궁의 상황을 전달했어요.
사실 스토커전영록은 붕어공주 쫒아다니는 것만 아니라 이런저런 정보들을 수집하는데도 능통했어요.
붕어공주가 자신의 짝이 되어준다면 하는 허황된 생각에 빠져,
짱공용궁 내부에 대한 정보와 인맥들의 현황과 동향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왕족이 될 도리라고 생각하고
김칫국부터 마신 거죠.
붕어공주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옳타꾸나 했어요.
백설기겅쥬가 판을 말아먹고 있는 사이 자신이 이 파티원들을 데리고 가 옴샨티마왕과 싼라인장군들을 물리친다면
짱공용궁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부정하거나 밥대신 욕을 줄 사람은 더이상 없을 거라는 계산이었죠.
그래서 붕어공주는 또 예의 그 아흥흥 콧소리 모드를 발동시켰답니다.
이번엔 아주 훅 가게 만들려고 오버를 서슴지 않았어요.
"아흐아아하으아하응앙~~~~~~~영록님~~~가게 한 번 들러드릴테니까, 정보 좀 더 주세요~~~~~"
스토커전영록은 그런 붕어공주의 태도를 보며
자신있게 응갈매기의 손을 탁 쳐내고는
일어나려고 뭔가를 손에 짚고 일어났어요.
그런데 갑자기 스토커전영록의 몸에서 검은 오오라가 마구 치솟는게 아니겠어요?
스토커전영록 자신도 놀랐고, 다른 사람들도 놀랐어요.
응갈매기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스토커전영록이 짚은 것을 설명해줬어요.
사실 그건 비켜왕자에게 준 무기 보따리에 같이 들어있었던 지팡이였고,
최소 28-29년동안 암컷 한 번 못 사귀어보고 동정을 지켜서
흑마법사의 자질을 가지게 된 갈매기만을 선택하는
진귀한 동정흑마법술사의 지팡이였던 거에요.
그 설명을 듣던 비켜왕자는 눈물을 왈칵 흘리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했답니다.
"눈물이 안 멈춰......."
비켜왕자도 울고 응갈매기도 울고 스토커전영록도 울고
하늘도 울고 우주도 울고
심지어는 은하계 중심핵까지 울었어요. ㅠㅠ
하지만 단 한 사람, 아무 생각 없던 붕어공주는 신이 났어요.
당연히 신이 날 수밖에요. 정보원과 파티의 흑마법사를 동시에 얻었는데 신이 안날 리가 있나요.
이로써 점점 붕어파티는 그 강고한 모습을 갖춰 갔어요.
(초딩 여러분 다음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