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긴 내용이지만 정말 대단하신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눈물이 다 나네요 ㅜ,.ㅜ]
운수노조 위원장 “드러눕더라도 미친쇠고기 막겠다”
2008년 5월 29일(목) 오후 1:32 [경향신문]
"맨몸으로 드러눕더라도 '미친소'가 국민 식탁에 오르는 것을 막겠다. 운수노조 조합원들은 이젠 준비가 다 됐다."
정부가 29일 전격 미 쇠고기 수입 검역 장관고시를 발표했다. 미국 쇠고기 운송 거부에 나선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이하 운수노조) 김종인 위원장(사진)에겐 장관고시는 개전을 알리는 포성과 같다. 고시가 발효되면 지난해 수입돼 검역을 기다리고 있던 미국 쇠고기가 반출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다시 말하지만 광우병 쇠고기를 국민식탁에 올리려는 정부의 공범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가 열흘 넘게 부산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화물트럭 운전자들에게 강조한 것도 그것이었다. 운수노조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 운전자들을 붙잡고 '공범이 되지 말자'고 호소했다.
“지난 14일부터 고시가 난다고 했어요. 그전부터 준비하고 있었지요. 지난해 수입된 미국 쇠고기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산의 창고에 있습니다. 부산의 창고에서 반출을 막아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운수노동자들이 운송을 거부하면 미국 쇠고기가 국민의 식탁에 오르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운수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서도 이미 미국쇠고기 반출저지에 나섰다.
그가 이달 초, 부산에 내려와 먼저 한 일은 수입 미국 쇠고기 저장 창고를 파악하는 일.
"저장창고 현황은 거의 다 파악됐습니다. 대부분 부산과 용인에 저장돼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는 앞으로 있을 미국 쇠고기의 수입을 막기 위해 주요 쇠고기 수입업자 명단도 파악했다. 조합원들에게 해당 업자들의 수입화물을 철저히 감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우선 미국쇠고기가 창고에서 반출되는 것을 저지해야겠지만 여의치 않을 겅우 콘테이너 화물차량이 부산에서 빠져나가지 않게 해야됩니다. 부산에서 화물차량이 빠져나가려면 경산과 대동, 서부산 톨게이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부 조합원들은 톨게이트에서 길목을 지키며 감시하고 있다.
문제는 화물차량 운전자 대부분이 운수노조 조합원이 아니라는 사실. 화물차량 운전자들의 노동조합인 화물연대 노조조직률은 10% 안팎. 그러니까 열에 아홉명은 노조원이 아니다.
“그들의 협조가 없이는 미국쇠고기 운송 거부가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산에서 그 분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폈는데 아주 호응이 좋습니다.”
“사실 운전자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집니다. 운송을 거부하면 벌이가 없어요. 굶을 수밖에 없는 거지요. 또 노조 집행부는 구속도 각오해야 하고요. 그런데도 비조합원 운전자들도 운송거부에 적극적입니다. 이젠 준비가 거의 다 된 셈입니다.”
최근 경유값이 크게 올라 부지런히 화물을 날라도 수지를 맞추기 쉽지 않게 된 현실도 비조합원 운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산하 화물연대는 '기름값도 안되는 운송비 인상'을 내걸고 화주와 협상에 들어갔으며 일부에서는 이미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운수노조는 지난 5월2일 학생·시민들의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시작되자 노조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미국 쇠고기 입항 저지 및 수송 거부'를 선언했다. 앞으로 수입될 미국 쇠고기는 운수노조원들이 하역과 입항을 막고 이미 수입돼있던 미국 쇠고기는 운송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6일엔 부산에서 운수노조 산하 노조인 화물연대노동조합이 미국 쇠고기의 운송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운수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은 인터넷을 통해 촛불집회에 알려져 집회참가자들로부터 ‘운수짱, 운수짱’ 연호를 받기도 했다.
이후 운수노조의 홈페이지는 격려 댓글 폭주로 일시 마비가 됐으며 운송 거부 투쟁기금을 보내겠다는 격려전화가 쏟아지기도 했다.
"우리도 놀랐습니다. 노동조합 홈페이지가 격려의 글로 마비됐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뜻은 고맙지만 투쟁기금은 안받는다고 했습니다. 물론 죄송하다고 했지요."
“고시가 나면 수입업자들이 즉시 미국쇠고기를 창고에서 빼내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조원들은 24시간 비상대기하고 있습니다."
운수노조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함께 화물 운송비 인상 집회는 물론 국민들의 ‘쇠고기 고시 철회’집회에도 적극 참가해왔다. 졌다. 그 건 운수노조의 미국 쇠고기 운송 저지도, 화물 운송비의 인상도 결국 국민들의 힘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윤성노기자 ysn04@kyunghyang.com>
다음은 김종인 운수노조 위원장 일문일답이다. 김 위원장의 일정이 너무 바쁜 탓에 며칠에 걸쳐 짬짬이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최종 전화인터뷰는 고시가 난 29일 오후에 이뤄졌다.
-부산에서 어떤 선전전을 하고 있나.
"부산항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 앞 그리고 부산인근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화물운송노동자를 대상으로 선전을 시작했다. 저희 운수노조 조합원들은 '광우병 미국소 수송 거부'를 결의했지만 비조합원과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는 분들이 있다는 판단으로 수송 거부의 필요성을 알리고, 보다 많은 화물차량 기사를 동참시키기 위해서 '화물노동자가 국민생명 위협하는 광우병 쇠고기 운반으로 공범이 될 수 없다' 는 내용의 선전물을 배포했다.
부산 조합원들의 결의는 상당히 높다. "진짜 제대로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검역대기 중인 미국산 쇠고기 현황은 다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서울 근교 경기도 용인과 광주 지역에 10여곳, 부산 지역에 5~6곳을 파악해, 그 지역에 집중적으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고시가 나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에 돌입하는가?
"현재 화물차량의 동참을 호소하는 선전전과 현장의 상황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정부 고시가 날 경우 우리 운수노조 조합원들은 수송 거부를 한다. 그러나 일반 화물차량 전체가 운송거부에 나설 것이라는 확신은 사실 없다. 그 사람들도 생계가 걸린 문제다. 국민으로서 양심에 호소하고 함께 국민 생존을 위협하는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운송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일 중집위에서 '운송 거부'를 검토하고 화물연대가 10일 이를 결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쉽지 않은 싸움인 줄 알면서도 운송거부를 결의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결의 과정에 조합원들간에 진통도 많았을 텐데.
"솔직히 쉽지 않있다.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며 말로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내부적으로도 있었다. 운송거부는 파업과는 또 다르게 화물연대 조합원은 생계를 일부 포기하는 것이고, 철도는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국민 즉 내가 먹고, 가족이 먹음으로써 건강과 생명을 해칠 수 있는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를 운송해 공범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설득했고, 조합원들도 이해하고 받아들였기에 결의가 가능했다. 그리고 산별노조라면 당연히 먹거리 안전처럼 운수노동자를 포함, 전 국민의 권익을 위한 투쟁을 나서서 해야 한다고 본다."
-운수노조의 결의가 인터넷에 보도되고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사실 놀랐다. 처음에는 선언적 의미가 컸다면 지금은 실제 상황이다. 우리 조합원들의 진정성을 국민들이 믿어준 만큼 우리도 죽을 힘을 다할 것이다. 인터넷에 보도되고 다음 날부터 사무실 전화가 불통이 될 정도였다. 특히 '애들 걱정에 잠 못 이뤘는데 고맙다'는 엄마들의 전화는 정말 어깨를 무겁게 했다. 또 후원금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렸을 때 화를 내던 분도 있었다. 한 분 한 분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 정말 이렇게 마음이 통할 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운수노조의 노조 조직률이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비조합원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사실상 운송거부가 어렵지 않겠나.
"운수노조 조합원들은 수년간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조직된 조합원들인 만큼 우리 조합원들을 믿는다. 그런데 비조합원들은 먹고 살려고 일하는 것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기름값에 운송료는 제자리걸음이고, 알선료와 지입료 등 차포떼고 나면 적자 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득하고 있는데 반응은 좋다. 비조합원들도 국민을 위험으로 내모는 일을 거부할 것이라 믿는다. 화물 노동자들에게도 양심과 자존심이 있다."
-수송거부 투쟁이 장기화될 경우는?
"아마 정부도 여러 가지 방안을 동원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투쟁은 운수노조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운수노조 또한 마찬가지다.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로써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도 운송거부에 대해 강력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의 희생도 커질 것이다. 조합원들이 어떤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는가?
"지금 상황에서 경제적인 손실은 불가피하다. 운수노조 위원장으로 조합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화물연대의 경우 직접적인 생계 문제, 나아가 악법인 '화물 업무개시 명령제'에 의한 피해나 면허취소, 번호판 압수 등이 생길 수도 있다. 철도의 경우는 업무거부로 징계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조합 수뇌부들은 구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위원장으로서 또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책임도 무겁고 고민도 많을 것이다. 이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 앞에서 구속 같은 개인적 문제는 이미 각오한 만큼 그리 크게 느끼지 않고 있다. 다만 운수노조를 믿는다는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어떻게 책임을 다 할 것인가가 어깨를 무겁게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피해가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