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의 가장 앞에서 모든 진행상황을 보았습니다.

아혼진 작성일 08.06.01 16: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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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피곤해도 너무 피곤하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최 전방에서 직접 전경들과 몸싸움을 하며 모든 진행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어떻게 행진이 되었고, 어떻게 전경들과 처음 부딫쳤으며, 어떻게 그 전경들을 뚫었고, 어떻게 전경들과 대치했으며, 어떻게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고, 어떻게 사람들이 다치며 잡혀갔는지....
 그 모든걸 가장 앞에서 그 전경들과 몸으로 부딫치며 직접 제 눈으로 봤습니다.

 굉장히 긴 내용인지만 부디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처음 제가 일을 마치고 KTX에 몸을 실은뒤 서울역에 도착한건 8시 20분 경이었습니다.

 거기서 기다리던 아는 동생과 합류해서 일단 시청앞 광장으로 이동했지요.
 사람들은 상당히 많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했던것보다 그리 빽빽하게 많다고는 생각되지 않는게... 그냥 많지만 사람들이 돌아다니기엔 충분할정도의 공간이 있을정도였지요.

 저와 동생은 일단 근처 편의점이나 슈퍼를 찾아다니며 양초를 찾아다니기 했는데.. 그런 와중에 누가 선동을 한건지 그냥 나오기 시작한건지... 도로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저와 그 동생은 일단 그 행렬을 따라가기로 하고 그 뒤를 쫒아 여러 구호를 외치며 도로행진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행렬의 앞부분이긴 했지만 그래도 선두와는 거리가 좀 있었지요. 일단 목적지를 경복궁쪽으로 잡은듯한 그 행렬을 따라가던중 길을 일자로 가로막고 있는 경찰버스를 발견했습니다. 두대가 어떻게 주자시킨건지 신기할정도로 멋지게 길을 가로막고 있더군요. 

 하지만 길이 아주 없는것도 아니고 전경들이 가로막는것도 아닌지라 좁다란 버스 틈새를 따라 사람들은 계속 이동을 했습니다. 이때 이길로 가는것보다 다른길로 가자며 별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상당수가 나왔고 그들은 다른길로 행진을 계속 했지요. 

 저희는 일단 그 길로 계속 진행하기로 하고 좁다란 길로 빠져나오자 사람들의 행렬이 상당히 줄어든걸 볼수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그런 좁은 길목으로 나올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덕분에 사람들도 더 빨리 앞으로 가서 행렬을 맞추잔 쪽과 천천히 가서 뒷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잔 쪽, 그 둘로 나뉘어서 각자 생각하는대로 외치며 행진을 계속 하였습니다.

 그리고 곧 경찰버스를 뒤로한 전경들의 모습을 발견 할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도로에 일렬로 서서 시민들의 행진을 막고 있더군요. 거기서 약간의 몸싸움과 실랑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서울대쪽이었던가... 옆쪽으로 빠질수 있는 길목이 있어서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도 상당수 되었지만 저는 동생이 그쪽으로 가면 흩어진다고 말리기에 전경들과 대치하는쪽을 선택하게 되었지요.
 
 처음엔 어떻게 밀어보려 하다가도 전경들에게 너무 심하게 하지 말란 의견과 생각보다 훨씬 탄탄한 그들의 방어에 주춤하는듯 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윗선에서 명령이 떨어진건지 그들이 서서히 후퇴하기 시작하더군요. 이때 시민들의 전경들에 대한 폭행이나 욕설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런일이 있을때마다 다른 시민들이 뜯어말린지라 그리 큰일까진 없었지만 양측의 감정을 격화 시키기엔 충분 했지요. 

 그리고 곧 시민들은 전경들이 다시 앞쪽에 벽을 세우자 이번엔 옆쪽에 있던 정원들을 밟고 지나가 우회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솔직히 여기서 상당히 안타깝더군요. 한창 예쁘게 필 꽃들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밟혀 으깨지는 보습은 절로 탄식이 나올만 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시민들은 전경들의 벽을 우회한뒤 벽을 타넘어 진행을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민들이 전경들의 벽을 지나치자 전경들도 자신들의 지금 행동이 무의미 하다는걸 깨닳은듯 다시 후퇴 하는척 하더니 순식간에 앞쪽을 향해 이동하며 시민들의 행렬을 끊으려 하더군요.
 하지만 그걸 미리 깨닳은 시민들이 그 전경들의 이동을 막고는 다른 시민들이 이동할 공간을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전경들과 대치했던것도 이때였습니다.
 순식간에 옆으로 전경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는 곧 합세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전경들을 막기 시작했지요. 이때도 약간의 주먹질과 욕설이 오갔지만 전경은 전경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각자가 뜯어 말려서 이렇다할 충돌로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곧 그들도 더이상의 의미는 없다는걸 깨닿고 시민들을 막는걸 포기한채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전 혹시나 다시 행렬을 막으려 하는가 하고 다시 그들을 막아섰지만 가장 앞에 서 있던 전경이 저희들은 물러나려 하는 중입니다. 라고 정중히 말을 하기에 뒤로 물러나 잠시 그들이 다른 길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다가 행렬에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도로시위는 그대로 진행을 계속하여 가장 격렬하고 끔찍한 진압이 있던곳(정확한 이름은 제가 서울에 잘지 않아서 잘 모르겠군요.)으로 도착했습니다.
 그곳에 도착하자 아까전과 마찬가지로 전경들의 벽이 일렬로 도로를 가로막고 있더군요.

 그리고 그 벽을 경계선으로 시민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며 전경들과 대치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도착한 저와 동생은 잠시 그곳을 상황을 지켜보며 다른 시민들과 대화등을 나누다 어쩌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전경들과 대치하고있는 가장 앞부분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도착하였고 곧 경복궁쪽이 뚫리면서 3만명 정도의 인원이 이곳으로 도착한단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도착함과 동시에 다른 길목으로도 상당수의 시민들이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일단 미리 밝혀두는건데 전 그 전경들을 밀어내 길목을 확보한다던가 하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이상태에서 계속 대치하며 구호를 외치는 평화시위를 하기를 원하던 쪽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상황이 바뀌게 된게...

 50대 정도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끼어들기 시작한 뒤부터였습니다. 

 사실 시민들의 숫자는 슬슬 만단위로 따져야 할 수준인데 전경들은 간신히 벽을 유지할수 있을정도의 병력이 고작이었지요. 누가 봐도 전경들이 불리한 상황이었고 그래선지 가장 앞에서 대치하고 있음에도 전경들이 잡아 끌거나 할 걱정은 그리 들지 않더군요. 만약 그랬다간 시민들이 순식간에 밀고 들어올거란게 훤히 보이는 상황 이었으니까요.

 그래도 나름 선을 유지하며 양쯕이 암묵적으로 현 상황을 유지하던 중이었는데 그 아저씨는 어디서 보고온건지 벽을 유지하고 있는 그들의 대열이 고작 4줄에 불과하단것과 밀면 바로 뚫린다는걸 계속 해서 주장하더군요. 그리고 종국에는 그걸로 그치지 않고 직접 가장 앞으로 나와 전경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전경들도 그에 맞서 밀어붙이며 그 아저씨를 잡아끌기 시작했고 그걸 막으려던 시민들도 결국은 그 아저씨와 함께 전경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당연스레 얼마 지나지 않아 전경들의 대열은 말 그대로 튕겨나가듯 부서졌고 정신없이 저항하며 후퇴하는 그들의 뒤를 쫓아 시민들도 달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경들의 뒤에는 나중에 본거지만 총 5대의 경찰버스가 H자를 옆으로 뉘인듯한 형태로 포진한채 도로를 막고 있었고 그 양쪽 끝의 틈새에 전경들은 다시 방패로 벽을 세워 시민들의 침입을 막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도 한참 실랑이가 일어났지만 입구가 좁아진 만큼 전경들의 대열의 늘어난지라 이번에는 쉬이 밀리지 않고 버티더군요. 전 이때 미처 옆쪽으로 빠지지 못한채 좌측 버스로 몰린 전경들과 대치하였고 뒤에서 다른 시민들이 계속해서 밀어붙였지만 사실상 그들도 빠질 구멍이 없는지라 곧 그만 밀라 소리치며 그들과 대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땐 몸싸움보단 그대로 대치한채 말로 설득아닌 설득(전경들에게 뭐라 떠든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마는..)이 주를 이뤘고 그 와중에 서울 모든 시내의 시위대 수가 20만을 넘었다는등, 여러 정보를 얻을수 있었습니다.

 그런 대치가 계속 되는 도중에 한 사람이 버스 위로 올라타기 시작 하더군요. 그리곤 여러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한사람도 그 위로 올라가 함께 구호를 외쳤습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질 못한게 뒤에서 몰래 접근한 소위 체포조가 그 두사람을 낚아 채 끌고 내려갔습니다. 사람들은 갖가지 물건들을 던지며 연행하지 말라고 소리쳤지만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그 두사람은 끌려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전 곧 여자들을 빼내고 그 공백을 남자로 매우자란 외침과 함께 좀더 좌측으로 이동해서 버스 앞이 아닌 좌측의 한 중국집 앞의 얼마 되지 않는 틈새를 지키고 있는 전경들과 대치 하게 되었지요.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건...

 수많은 시민들이 돌이킬수 없을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과격하고도 끔찍한 진압이 있었지만... 

 처음 부상자가 발생했던건 분명히 전경쪽이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던 틈새를 지키고 있던 전경들과 밀고 미는 식으로 대치를 하던 도중 갖가지 실랑이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할것이 그건 숫자가 부족한 전경이 아닌 시민들에게서 시작되었지요. 전경들의 방패를 뺏으려 한다거나(실제로 한번 뺏겼지만 곧 돌려주더군요.), 주먹으로 방패를 치는건 약과고 직접 욕설과 함께 전경들을 치는 사람들도 여럿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전경들과 대치하는것보다 그런 사람들을 뜯어말리는게 더 힘들더군요. 

 우리가 한창 이렇게 전경들과 대치하던 와중 바깥쪽에 버스 앞에서 있던 사람들중의 몇몇은 우측에 있던 버스의 보호판을 뜯어내고 유리창을 깨고 차를 흔드는등 상당히 과격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곧 다른 시민들이 하지말라고 막아서긴 했지만 그 안에 다른 전경들이 타고 있었다는걸 생각할때 결코 보기 좋은 행동이 아니었지요. 그리고 결국 경고 방송과 함께 살수차가 물을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있던 방향은 전경들고 함께 얽혀 있던 탓인지 살수차의 물을 뿌리진 않았지만... 그 외에 살수차의 사정거리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조리 다 잔뜩 젖어갔습니다.
 
 이때까진 사람을 노리고 쏜다기보단 그냥 위에서 뿌린다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나온건지 알수없는 사다리들이 등장하면서부턴 얘기가 달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다리를 버스에 걸친채 올라가려는 사람들을 전경들이 위로 올라가 밀어내며 사다리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분사를 하기 시작했던 거였죠.
  그리고 그걸 보던 사람들의 분노는 계속해서 높아지기 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결국 5~60대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우리들 사이로 끼어들어 전경과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살수차로 뿌린 물에 흠뻑젖어 흥분할대로 흥분한 상태로 갖은 욕설과 함께 전경을 두들겨 패는 아저씨를 몇번이고 말리며 뒤로 끌어냈지만 계속해서 앞으로 나가는 아저씨를 말리느라 대치가 허술해진 틈을 타 전경들은 순식간에 방패를 열고 그 아저씨를 안쪽으로 잡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를 말 그대로 여럿이서 두들겨 패며 안쪽으로 이동 시키더군요.그걸 보며 여럿이 아저씨를 향해 손을 뻗어 보았지만 이미 늦은 후였습니다. 

 저 역시 앗차구나 싶어서 그 아저씨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다른 전경이 오히려 제 팔을 잡아 끌던 탓에 재빨리 비틀어 뺀후 대치를 계속 하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바로 눈앞에서 사람이 맞으며 끌려 들어가는걸 본 사람들의 흥분은 순간적이나마 극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곧 무지막지한 압박과 함께 뒤에서 밀어 붙이기 시작 하더군요. 저 역시 이대론 위험하단 생각에 그들과 함께 전력을 다해 전경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공간이 줄어 두께가 늘어났다고 해도 결국 숫자가 압도적으로 밀리던 전경들은 곧 밀리기 시작했고 옆으로 바로 빠지질 못한채 일부 전경들이 하필이면 벽으로 볼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친 압력을 이기지 못한채 전경들이 무너져 넘어져 버렸고 그 와중에 전경 몇몇이 그 밑에 깔려 버렸습니다.

 전경들의 비명과 사람이 깔렸다는 소리에 놀라 밀지 말라 소리치며 뒤의 사람들을 저지하려 했지만 이미 주변은 갖가지 소음으로 시끄러운데다 그나마 그 말의 전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뒤의 사람들은 여전히 무작정 밀어붙이길 계속 했고 가장 앞에서 있던 저희들로선 그걸 막는다는건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게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결국 한 전경이 방패조차 들지 않은채 맨손으로 달려들며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람 죽어간단 말이다.' 라고 소리친 뒤에야 겨우 뒤로 내용이 전달되며 압박이 느슨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공간을 주면 안된다고 소리치는 사람들 몇몇이 계속 해서 밀었고 그들을 막으며 전경들이 일어설 공간을 확보 하는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지요. 

 제대로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몇몇이 나름 상당한 부상을 당한듯 싶었고 위에도 말한 거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벽으로 밀린 상황 이었던지라 뒤로 물러나는것 조차 불가능 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그들과는 어느정도의 공간을 둔채 대치를 계속 하고 싶었음에도... 이후에 똑같은 일이 한번 더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시민의 주먹질에 참지 못하고 대항하던 한 전경이 사람들에게 끌려 나와 말 그대로 밟히기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지요. 그나마 다행인건 주변 사람들이 그 전경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뜯어 말리고 뒤에서 대기하던 의료봉사단이 일어나지도 못한채 쓰러져 있던 전경을 재빨리 빼내갔다는 겁니다.
 
 아마 이런 사태를 지나며 전경들이 상당한 악에 받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조차도 이런짓을 하면서 전경들이 반격하면 평화시위 보장하라며 비폭력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질 정도였으니까요.

 어쨌든 그렇게 대치를 계속 하던 도중 옆쪽에 있던 골목에서 지원으로 보이는 전경들이 도착하여 그리 심하진 않지만 나름대로의 압박을 가해왔습니다. 뭐 사실 압박이라기보단 앞쪽에 있는 다른 전경들과 합류하기 위해 일어난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되어지지만요.

 하지만 그 전경들이 합류합으로서 가장 앞쪽에 대치하던 우리들은 'ㄷ' 형태로 전경들에게 둘러 쌓이게 되었지요. 하지만 전경들은 우릴 끌고가거나 밀어 붙이기보단 한쪽길을 터서 우리들을 내보내는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렇게 바깥쪽으로 일단 빠져나왔지요. 그리고 그렇게 나오던 도중 살수차의 물에 맞아 온몸이 젖어 버렸지요.

 그렇게 나오자 뒤쪽에는 어디서 구한건지 나무와 종이들을 태우며 여러 화롯불이 만들어져 있더군요. 같이 빠져나오다 흠뻑 젖은 동생과 잠시 그 사이에 껴서 몸을 말리다 앞쪽에 있는 편의점으로 가 칼로리메이트 두개와 포카리 스웨트를 사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솔직히 그때 굉장히 춥더군요. 날씨도 아직 밤엔 쌀쌀한데다 옷도 가볍게 움직이기 위해 반팔티와 청바지가 고작이고 또 흠뻑 젖기까지 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한 아주머니가 그렇게 떨고 있는 제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대운하 반대라고 써 있는 티와 자켓 하나를 건네 주시더군요.

 그게 아니었으면 아마 아침까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정도로 굉장히 추웠습니다.

 어쨌든 다시 버스 앞 시위대쪽으로 돌아오자 이번엔 버스위에 전경들이 서서 직접 호스를 잡고 아까전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직접분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한사람이 태극기를 들고 올라가 그 물줄기를 버티며 태극기를 휘두르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그에 동참하듯이 여러 사람들이 올라가 물줄기를 막으며 함게 깃발들을 휘두드기 시작하였죠. 한참 그렇게 물줄기를 몸으로 막고 깃발을 흔든던 도중 결국 뒤에서 몰래 접근한 체포조에게 태극기를 흔들던 사람을 포함해 몇사람을 연행해 갔습니다.

 듣기론 그 태극기를 휘두르던 사람이 물줄기에 맞아 기절했다란 글이 있으시던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은 맨정신을 가진채 상당히 오랫동안 전경들에게 저항했었습니다.

 어쨌거나 그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에게 불을 붙이기에 충분했지요.
 저 역시 앞으로 나서 구호를 외치며 물줄기를 몸으로 직접 막기를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다 떨어졌는지 물줄기가 멎은 뒤에야 뒤로 빠져 몸을 녹이기 시작했지요.

 그때 동생과 얘기한게 무언가 물줄기를 막을 수단이 필요하단 거였고 곧 다시 편의점으로 향해 거기 있던것중 가장 큰 우산을 산뒤 그 근처에 나와 일단 지친 몸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그대 갑자기 동생이 큰소리를 치기 시작하더군요.
 알고보니 무슨 생각인지 한 아주머니가 예수 믿고 회개하라며 포교를 벌이고 있었던 겁니다.
 그 말에 동생은 화가나 대체 지금 상황에 무슨 소릴 하냐며 집에나 가라고...상당히 과격한 어조로 말을 했었고, 그럼에도 꿋꿋히 할말을 계속 하던 그 아주머니에게 저 역시 화가나 말 그대로 쌍욕을 하며 헛소리 작작하고 집에나 가라 소리쳤지요. 

 그런 저희들을 보고 또 저희들이 흠뻑 젖어 있는 걸 본 다른 사람들이 상대하지 말라며 우릴 말리며 근처에 피워져 있던 화롯불가로 이끌었습니다. 그때 물과 김밥등 여러가지를 얻어 먹으며 여러 얘길 들었습니다.

 단순히 2MB의 욕부터 일단 집에 갔다가 인터넷 보고 다시와서 음식물을 돌리고 있다는 아주머니의 얘기까지... 잠시 그렇게 얘기를 듣던 우리는 다시 우산을 들고 아까 그 장소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구호를 외치던중 아까 제가 전경들과 대치하던 곳에서 남자가 모자란단 말을 듣고 다시 그곳을 향해 달려가 또다시 제일 앞에서 전경들과 대치를 시작했지요.

 이때 미리 사갔던 우산이 제값을 톡톡히 하더군요. 아까전과는 달리 전경들과 대치하고 있던 우리들에게까지 물줄기를 마구 쏴대던 것이었습니다. 여러사람이 함께 우산을 잡으며 몸으론 전경들을 밀며 나름 대치 상황을 지켜갔습니다.
 그리고 곧 살수차의 물이 떨어진듯 물줄기가 그쳤고 다시 자세를 잡으며 전경들과 대치를 시작했지요.

 이때가 대략 1시 40분 가량...
 다시 살수차가 도착했을때.....


 끔찍한 일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대치상황이 계속 되던중 다시 살수차의 방수가 시작되었고 드와 동시에 전경들의 압박이 시작되었지요. 우산으로 그 물줄기를 막으며 전경들을 몸으로 한창 막다가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을 즈음...

 옆쪽에서 또 한번 전경과의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일단 어떻게든 말리려 했지만 거리가 약간 되는데다 밀고 들어오는 전경들을 미느라 그리 큰 힘을 쓰지 못한채 단지 싸우지 말라며 소리치는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던 와중 한 전경이 결국 넘어진채 시민들쪽으로 끌려나와 버렸지요.

 그리고 경악할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 쓰러진 전경을 구하는게 아닌 그 와중에 생긴 틈새에서 사람들을 방패로 후려치며 전경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한 거였습니다. 순간적으로 전 버티며 뒤쪽의 사람들을 확인한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더군요.

 뒤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계속된 살수차의 방수를 견디지 못하고 사정거리 밖으로 피한듯 싶더군요.
 
 나중에 안거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날씨가 상당히 쌀쌀했었고, 계속된 방수로 몸이 흠뻑젖어 엄청나게 추웠습니다. 그 덕분인지 아마 직접 물줄기를 막으며 저항하던 사람들중 태반이 이쯤하면 됐겠지.. 라고 집으로 돌아간듯 싶더군요. 그리고 그 틈을 뒤에서 적당히 구호나 외치며 구경하던 사람들이 메웠었던 겁니다.

 당연히 그들은 물줄기를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정거리 밖으로 물러났고...
 가장 앞에서 전경들을 막고 있던 저희들을 지탱해줄 사람들이 사라져 버린 거였습니다.

 순간 틀렸다... 란 생각과 함께 옆에서 같이 저항하던 사람을 잡아 끌으며 뒤로 달리라고 소리치며 들고 있던 우산으로 전경들의 시야를 가리며 밀어댔지만 순식간에 찢겨져 나가며 우산을 뺏겨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찰라나마 도망칠 시간을 벌수 있었고 옆의 사람들을 끌며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들을 쫒으며 전경들은 방패로 뒤처진 사람들을 후려치며 끌고가기 시작했지요.
 
 그런 모습을 보며 도망치는 와중에 정신없이 앞으로 너무 나온 전경들을 발로 차거나 몸으로 밀며 방패로 두들겨 맞거나 끌려가는 사람들 구하고 또 저도 두들겨 맞으며 끌려갈뻔 하다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뒤쪽으로 도망칠수 있었습니다.

 이때 정경들도 상당히 흘분한 상태였지요. 상관으로 보이는 전경이 열을 맞춰서 서라고 소리침에도 몇번이고 당장에 뛰쳐나오려 하던걸 그 상관들 몇몇이 군화로 다릴 걷어 차면서 막았습니다.

 사실 이때 뒤쪽에 있던 사람들이 앞으로 나오며 함께 몸으로 막았다면 나오는 전경들을 막을수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후방으로 물러나 있던 사람들은 막을 생각따윈 없다는듯 오로지 정신없이 도망치기만 할뿐, 결국 한정없이 밀려나 뒤쪽의 큰 도로까지 밀려 버렸습니다. 

 그나마 앞에서 막던 사람들이 다시 뭉치자 외치며 스크럼을 짜 어떻게든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지요.

저 역시 가장 앞쪽에서 다른 사람들과 팔짱을 끼며 스크럼을 짜려 했지만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채 어중간하한 열만이 만들어질 뿐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그나마 제대로 형색을 갖춘건 첫번째 열 뿐이었고 두번째는 엉성하게, 세번째는 아예 열조차 만들어지지 않더군요. 뒤를 향해 모여서 스크럼을 자자고 계속 소리쳤지만 뒤쪽에 있던 사람들은 앞으로 나오지 않은채 그저 뒤로 물러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전경들이 다시 방패로 밀어붙이자 당연하게 한정없이 밀려나가 시작했지요.

 아무리 막고 싶다 한들 이미 대열만을 따지자면 숫적으로도 열세인데다 대다수가 지칠대로 지켜있는 사람들은 전경들이 제대로 작정하고 밀고 들어오자 이렇다할 저항조차 못한채 일방적으로 밀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도로 밀려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물러난 우리들을 막듯이 전경들은 방패를 세워 인도와 도로 사이를 막으며 일렬로 쭉 늘어서 우리들을 막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몇몇이 저항을 했지만 형편없이 밀리다가 몇사람은 안쪽으로 끌려가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저도 이땐 거의 악에 받쳐 있었던게...
 아까전 대치가 무너질때 정신없이 도망치다 떨어졌던 동생에게 지금 근처 간이경찰서 앞인데 살아서 보자... 란 문자가 왔던 겁니다. 사실 동생은 말 그대로 그 앞에 있다는 뜻이었는데 전 간이경찰서란 글만 보고 동생이 잡혀들어간거라 생각해 버렸던 거지요.

 어쨌든 갖은 욕설을 퍼부으며(제 27 평생 하룻동안 이렇게 많은 욕을 한건 오늘이 처음일 겁니다.) 뒤쪽으로 한정없이 물러나던 우리는 멀리 앞쪽에서 아직 전경들이 채 채비를 하기전에 도로에서 다시 스크럼을 짜고 있는 모습을 발견 했지요. 

 그리고 두말없이 그 대열에 합류해 함께 스크럼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살수차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웬 여자목소리로 해제경고를 하며 두대의 살수차가 등장했고 그들은 우리와 대치하고 있던 견경들의 바로 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밑의 글중에서도 20미터 안을 쏘면 안된다... 란 법인지 규정인지가 있다고 하셨는데...

 말 그대로 바로 앞이었습니다. 시민들이 짠 스크럼 바로 앞을 전경들이 방패로 밀고 있었고 그 뒤를 바싹쫓아서 살수차가 버티고 있었던 거죠.

 그리고 전경들의 압박과 동시에 살수차의 방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숫적으로든 체력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완전히 밀린 사람들이 할수있는건 최대한 머릴 숙여 살수차의 방수를 피한채 뒤로 서서히 물러나는것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경들은 그나마도 용납하지 않은채 마구잡이식으로 밀고들어왔지요.

 ...라곤 하지만... 사실 그건 그들로서도 본의가 아니었던듯 합니다.
 이미 우리는 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우리가 할수있는거라곤 최대한 서서히 물러나며 뒤쪽의 사람들이 피할 시간을 만드는게 고작이었으니까요.
 당연히 그런 우리들과 대치하던 전경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나름 짭밥이 되 보이는 전경은 밀지말고 서서히 물러나게 하라며 뒤쪽을 향해 연신 소리쳤지요. 

 하지만 위쪽은 그렇게 만들 생각이 없었던듯 합니다.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며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어느정도의 거리를 두고 대치하던중 다시한번 그 대치를 무너트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체포조.. 그것도 소위 경찰 특수부대란 자들의 등장이었습니다.

 얼핏봐도 30대 후반에서 40대로 보이는 체구 좋은 사람들이 온갖 프로텍트로 온몸을 감싼채 밀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순간적으로 저건 위험하다.. 란 생각이 들더군요.

 뭐랄까... 지금까지 대치해 오던 전경들과는 눈빛부터가 달랐습니다.

 전경들이 본의는 아닐지라도 우리를 싸워야할 적으로 본다는 느낌이라면 그들은 우릴 말 그대로 먹이로 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정신없이 주의 사람들과 있는 힘껏 끼고있던 스크럼을 맞잡으며 최대한 빨리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제게도 다가와 팔이나 머리를 잡으려 하다가 제가 발로 차며 저항하자 나중엔 허리의 벨트를 잡으려 하더군요.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전 그때 벨트를 하지 않고 간 상태였습니다. 

 결국 몇번 그렇게 시도를 하다가 안되자 곧 그들은 다시 뒤로 물러나 전경들 사이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잡혀들어갔지요.
 그 뒤로 다시 그들이 나오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체포조에 대한 사람의 공포심은 극에 달해 버렸습니다. 말 그대로 스크럼이고 뭐고 완벽하게 무시당한 일방적인 유린에 가까웠을 정도지요.

 그리고 그게 아마 그들이 이곳에 나온 이유였을 겁니다.

 그들에게 끌려간 사람중에는 제 앞에서 시위대와 전경들을 진정 시키려 하던 인권감시단이라는 노란 조끼를 입은 여성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그러고보니 쓰는걸 깜박했는데 처음 전경들과 대치할때부터 예비군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시위대와 전경들을 진정 시키려 갖은 노력을 다했었습니다.

 밀려나와 처음 스크럼을 짤때도 그런 우리들 앞으로 나와 전경들을 막으며 양측을 진정시키려 온갖 노력을 다했지요.

 하지만 그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최대한 평화롭게 현 상황을 해결하자... 가 목적인지라 전경들을 막아서는 한편으론 시위대를 뒤로 물리려 하였지요. 그리고 그것때문에 초반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반발했고 도움이 안될거면 당장 비키라고 소리쳤었습니다. 게다가 막상 압박이 시작되면 전경과 시위대 사이에 끼는 형태가 되어 여러 부상들을 입기도 하셨지요.

 하지만 누가 뭐래도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희생이 적었었다고 말할수 있을겁니다.

 그렇게 체포조가 빠져나간 뒤에 이미 대열은 엉망이 되었고 간신히다시 스크럼을 짠 사람들과 전경의 대치가 계속 되었습니다.
 
 사실 전 지금 이런 상황이 되었음에도 우린 밀어내던 전경들이 그리 밉다거나 하는등의 감정은  들지 않습니다. 물론 초반의 방패로 치고 나오며 시위대를 직접적으로 공격하기도 한 그들이었지만...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처음 부상자가 나온건 그들 전경들이었었고, 그들도 그러지 않으면 언제 몰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그리고 그들과 적게나마 간간히 대화를 하다보면 그들 역시 우리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걸 절실히 느낄수 있었습니다.
 
 실제 제 앞에서 저와 대치했던 전경중 하나는 그렇게 밀면 우리도 강하게 나갈수밖에 없다며 뒤로 물러나 달라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어떤 전경은 지금 다가오는 살수차는 신형이라 물이 엄청 강하니 절대 막지말고 피하라고 경고해주는가 하면 또 한 전경은 제게만 들릴정도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금 우리들 뒤에 체포조가 와 있으니 진압이 시작되면 최대한 빨리 물러나라고 속삭여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식으로 전경들과 대치하고 있던 우리들에게 체포조의 바톤을 이어받은건 살수차였습니다. 이미 대열이 상당히 흐트러진 우리들을 향해 무지막지한 물줄기를 쏘아대며 개중에는 사람들이 모여있는곳이 아닌 특정 한두사람만을 노린(물줄기에 밀려 넘어진것도 모자라 수압에 밀려 떼굴떼굴 굴러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전술적으론 좋을지 몰라도 절대 시민에겐 해선 안되는 짓을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그런 공격에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엔 물러났다가 은박이 된 천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주워들어 최대한 그 물줄기를 막아보려 다시 앞으로 나섰었지요 

 아마 지금까지 알려진 부상자의 대다수가 이때 발생했을 겁니다. 무지막지할 정도의 방수와 그 때 생긴 틈을 타 전경들이 밀고 들어왔습니다. 주위에선 욕설과 비명, 살수차의 싸이렌 소리, 그리고 의료봉사대의 다친 사람 없느냐는 고함소리만이 들려왔습니다.

 그중엔 의료 봉사대가 눈부분의 출혈을 막은채 어떤사람을 시위대 바깥으로 인도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또 다리를 붙잡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을 여럿이서 들쳐 업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중에서 가장 끔찍했던건 한 머리에 피를 흘린채 기절한 사람을 의료봉사대 여럿이 들쳐맨채 뛰듯이 이동하던 장면었습니다.

 그렇게 무수한 사람들이 다치고 남은 사람들은 엉성하게나마 은박이 된 천을 들며 다시 스크럼을 짜려 하였지요. 하지만 전경들이 밀고 들어오며 다시 방수가 시작되었을땐 그 저항은 어이없을정도로 쉽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전 이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든 막아보려 스크럼을 짠채 저항해 봤지만 순간 물줄기가 제 얼굴 정면을 향해 부딪쳐 버렸습니다. 순간 머리가 울리면서 암 생각도 안들더군요. 그래도 스크럼 덕에 어떻게 안 쓰러지고 버티다가 또다시 한번 얼굴에 정면으로 맞고는 뒤로 넘어져 버렸습니다. 만약 안경 없이 정면으로 맞았다면 그 충격으로 안구가 파열했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 정도로 강한 충격 이었습니다.

 멍한 정신 속에서도 이대로 있단 어찌될지 모른단 공포심에 말 그대로 기어서 뒤로 물러나 시야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채 뒤로 정신없이 도망쳤습니다.

 사실 이때 시위대는 완전히 분열했다고 할수 있습니다.

 더 이상 스크럼을 짤수도 없고 그럴 기력도 없었습니다. 저 역시 무서워서 인도쪽으로 도망친뒤 그 앞을 전경들이 가로 막는걸 그저 멍하니 지켜보수 밖엔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건 그렇게 방벽을 굳힌 전경들 앞에서 절 찾던 동생과 만날수 있었다는거지요. 그대로 저흰 추위와 두려움에 떨면서 뒤로 물러나 인도쪽으로 나갈수밖엔 없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뒤...

 7시 45분 경이었을겁니다.
 

 어느정도 진정이 된 후에 다시한번 전경들 앞으로 나오자 그 앞엔 시위대들이 그런듯한 주위의 물건들을 이용해 만든듯한 보잘것 없는 바리케이트가 만들어져 있더군요.

 그리고 그 뒤에서 전경들을 향해 야유를 던지는 시민들이 있었지만.. 전경들이 제대로 작정을 하고 달려들자 우리가 할수 있는건 그저 정신없이 뒤로 돌아 도망치는것 뿐이었습니다.

 도망치던 도중 뒤를 돌아보자 이미 형편없이 줄어든 시위대의 뒤를 주위를 새까맣게 점령한 시위대의 수배는 되어 보이는 전경들이 도망치는 시위대의 뒤를 쫒는 모습만이 보이더군요.

 솔직히 이때 정말 무서웠습니다.

 전 그대로 동생의 팔을 잡아 끌며 옆의 골목으로 빠져 정신없이 도망쳤지요.
 그리고 차마 되돌아가지 못한채 힘없이 터덜터덜 서울역으로 향했지요.
 
 여기까지가 어제 저녁 8시 20분 경부터 오늘 아침 8시 남짓까지 제가 겪었던 시위의 실상입니다.

 중간 중간 제가 미처 적지 못한 사실들이 빠져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체는 이 글들에 적혀 있는 사건들 자체는 분명한 사실이란걸 감히 하늘에 맹세하겠습니다.

 솔직히 지금은 그저 눈물밖엔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정말 어쩌다 이렇게 될걸까요.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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