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앙로 편도 3차선을 촛불 시민들이 독차지했다. 대전에서 촛불 행진이 시작된 후 편도 전 차선을 촛불로 메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일 밤 9시 반 무렵. 대전역 광장에 모인 1500여 명의 시민들이 충남 도청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편도 한 차선을 따라 행진했지만 인도를 지나던 시민들이 촛불 행진에 참여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차선을 늘려 걷기 시작했다.
1개 차선을 고집하던 경찰도 시민들의 참여가 크게 늘자 편도 전 차선을 허용했다. 시민들은 충남도청을 거쳐 중부경찰서-대전역 광장을 잇는 왕복 3km 구간을 행진한 후 밤 10시 30분경 해산했다.
한 시민이 행진 대열을 향해 큰 소리로 "우리가 나서서 반드시 대전 중앙로 왕복 전 차선을 촛불로 밝히자"고 제안하자 시민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촛불 스님 "이명박은 일본으로, 버시바우는 미국으로"
▲ 대전역 광장 자유발언대에 선 촛불스님
ⓒ 심규상
▲ 여고생이 직접 만들어온 피켓
ⓒ 심규상
이날 저녁 7시에 시작된 25번째 촛불 문화제에서는 '촛불 스님'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정래 스님(47·대전시 가양동)은 자유 발언을 통해 "6·25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게 광우병 쇠고기 문제"라며 "전쟁은 끝나면 그만이지만 광우병은 끝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는 '안 먹으면 그만 아니냐'고 하는데 원래 불가에서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며 "하지만 라면 한 그릇에도 들어 있는 쇠고기를 나만 안 먹는다고 피해갈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촛불집회에 나오는 나 같은 사람은 '땡추'라고 할 게 분명하다"며 "제발 산 속에서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정래 스님이 연설 말미에 외친 구호는 이렇다. "어청수는 고향 앞으로! 이명박은 일본으로! 버시바우는 미국으로!" 또 다른 시민은 "주인이 원한다. 꼴값 머슴 물러나라!"는 글귀를 들고 자유발언대에 섰다. 이 시민은 "청와대에 사는 '쥐박이'가 우리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어서 오늘 알기 쉽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고 말해 청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받는 사람 : 청와대 '쥐박이', 편지 내용 : "꼴값 머슴 물러나라"
▲ 대전역광장 자유발언대에 선 한 시민이 준비해온 천글씨를 선보이고 있다.
ⓒ 심규상
▲ 대전역광장 촛물문화제에 선보인 피켓
ⓒ 심규상
그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글에는 그동안 촛불 문화제에서 나온 50여 개의 구호가 정리돼 있다. 여기에는 "이렇게 말 안 듣는 머슴 처음이다", "쥐박이 쓰리 아웃", "인적 청산은 쥐박이 형제부터" 등의 구호가 포함됐다. 이 시민은 청와대로 보낸 편지 겉봉투에 받는 사람의 이름을 '쥐박이'라고 썼다.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오는 20일 대전 지역 대학생들이 모두 촛불을 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그동안 이 자리에 있는 중고생들이 많은 고생을 했지만 이제는 언니, 오빠들이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전시민들과 어린 초등생을 비롯한 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대전 지역 모든 대학생들이 힘을 합치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자신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KIST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시민은 "온 국민이 길거리까지 쏟아져 나오기까지는 조중동의 왜곡 보도가 한몫했다"며 " 더 이상 조중동이 진실을 가리지 않도록 본때를 보여주자"고 말했다. 이날도 시민들의 후원금과 물품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학생 대부분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의 생수와 빵을 후원하기도 했다.
한편 대책위원회는 이번 주말을 비롯해 매일 저녁 7시 대전역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