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美 한국경제 모델 될 수 없어..FTA도 반대"
기사입력 2008-06-13 09:49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경제부총리 출신의 조 순 서울대 명예교수가 13일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는 식의 경제모델은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날 서울대에서 한국국제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MB정부의 대외경제정책'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미국경제는 한국의 모델이 될 수 없다"면서 "한국이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미국에서도 신자유주의는 이미 정책으로서의 타당성을 잃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이 이제 새삼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의 모델을 그대로 들여올 경우 한국경제는 그 하중에 눌려서 견디지 못할 것이고, 사회의 끊임없는 내부파열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은 금융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미국을 모방하면 선진국이 되는 줄 알고 있으나 선진국이 갖춰야 할 기본, 즉 인적.물적. 제도적 인프라를 닦아야 하며 국민생활이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미국은 본래 승자의 나라로, 돈 있고 힘 있는 소수의 엘리트가 이끄는 나라지 풀뿌리 민초의 목소리가 그리 큰 나라는 아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등 모든 FTA가 결성되면 대외경제정책이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FTA 반대 입장도 밝혔다.
그는 또 "동시다발적인 FTA가 가지고 올 그 엄청나게 많은 자유는 엄청나게 많은 부자유로 변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자유무역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나라가 되자면 환상을 버리고 나라의 바른 모양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면서 "문화가 없으면 정체성이 없고, 정체성이 없으면 나라는 이미 나라가 아니다. 한국은 지금 정체성의 위기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밝혔다.
조순 교수는 또 쇠고기 파동 등 사회적 논란과 관련해서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민이 원하는 조치를 정부가 신속히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밖에 다른나라와의 잇단 FTA 체결 추진과 관련해, FTA를 통한 자유가 엄청난 부자유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뷰 : 조순 / 서울대 명예교수 - "이렇게 되면 그게 부자유를 가져온다. 꼼작못하게...대외정책이 없는 나라로 만든다"
이밖에 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 원장은 국민과 기업들이 FTA 피로증을 느끼고 있다며 신중하고 차분히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또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서는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여한구기자 han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