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한국민 비난말라. 부시 탓이다"

MY'S Paradise 작성일 08.06.15 11: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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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한국민 비난말라. 부시 탓이다"
"골수보수세력 집권하면서 업계 로비로 美식품안전 엉망"




세계적 경제석학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부시 정권 집권이래 '규제완화'라는 명분으로 미국 식품의 안전성이 크게 악화됐다며 한국의 촛불시위에 대한 이해를 표시했다.

한국의 촛불시위가 마침내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학자이자 <뉴욕타임스> 고정 칼럼리스트인 크루그먼 교수까지 움직여, 부시 정권과 미 육우업계간 유착이 초래한 미국식품 안전의 위험성을 전세계에 알리게 만든 형국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기고한 `광우병'(mad cow disease)을 빗댄 `악우병'(惡牛病; Bad Cow Disease)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미국 육우업계 마피아들의 만행과 엉망이었던 검역체계를 폭로한 업턴 싱클레어의 1906년도 소설 <정글(The Jungle)>이 시어도어 루즈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 하여금 `신선 식품 및 의약품법'과 `식육검역법'을 통과시키도록 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켰다. <정글>은 한국에도 이미 80년대 번역소개된 싱글레어의 대표작.

크루그먼은 그러나 최근 들어 오염된 시금치, 독소가 포함된 땅콩버터,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토마토가 보여주듯 미국 식품안전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동시에 미국 무역정책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를 친미성향의 한국 새정부가 수입허가 결정을 내리자 한국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쩌다가 미국이 다시 <정글> 이전으로 돌아가게 됐는가"라고 개탄한 뒤, 그 원인을 부시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골수 보수주의자에게서 찾았다. 즉 부시 정권 집권으로 변방에 머물러 있던 골수 보수주의자들이 득세해 육우업계의 이익을 위해 각종 식품안전을 위한 제도와 기관을 무력화하면서 식품안전이 엉망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식품의약품 안전청(FDA)은 과학발전과 세계화에 힘입어 확대일로를 걸어왔지만, 1994년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이들의 인력을 대폭 축소해 식품관리감독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03년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농무부는 식품업계 로비스트 출신인 앤 베너먼이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농무부는 이후 광우병 위협을 축소하거나 업계요구를 수용해 쇠고기에 대한 검사 확대 요구도 거부했다.

특히 2004년 캔자스의 한 육우업체가 일본에 대한 쇠고기수출을 위해 도축하는 소에 대한 전수검사 허용을 요청했지만 농무부는 소비자들로부터 비슷한 요구가 잇따를 것을 우려한 다른 육우업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를 거부했다.

그는 다시 화제를 한국의 촛불시위로 돌려, "한국인들은 아직 우리를 믿지 않고 있다"며 "한국인들의 불신 중 일부는 합리적이지 않지만 쇠고기 문제는 미국의 서툰 외교가 한국인들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건드리면서 뒤엉켜버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한국민들을 비난하기는 어려워졌다"며 촛불시위에 대한 이해를 표시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의 "한국민은 더 공부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한 질타로 해석가능한 대목.

크루그먼은 결론적으로 미국민의 건강 뿐만 아니라 쇠고기 수출업자들을 위해서라도 미국의 식품안전을 엄격히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촛불시위를 탓하기에 앞서, 한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미국의 엉성한 검역체계부터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날카로운 지적인 것.

크루그먼 교수의 이 칼럼은 현재 <뉴욕타임스>의 전체기사중에서 가장 많이 전자편 전송된 뉴스 순위 5위에 올랐다. 이는 이날 뉴욕타임스 사설 컬럼 섹션 기사들중 가장 높은 순위다.

미국내 양식있는 시민들과 민주당에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꼽히는 크루그먼 교수의 시의적절한 문제 제기로,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보수언론들이 반미시위인양 몰아가던 한국 촛불시위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교정되며 한국민의 재협상 요구도 힘을 얻을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 폴 크루그먼 교수.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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