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본 요금 아시나? 서민 사정은 아는가?".
27일 저녁 한 라디오 방송으로 생중계된 한나라당 경선 후보 토론, 공성진 후보의 이같은 질문에 '3조 6천억원대 부자' 정몽준 후보의 표정에는 순간 당혹감이 스쳐갔다.
정 후보는 이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했다"며 "요즘 카드로 타면 한 번 탈 때 한 70원 하나?"라고 되물었다.
공 후보는 즉각 "천 원이다, 천 원"이라고 정 후보에게 면박을 줬다. 그러면서 "미국이 건강한 사회가 된 건 서민에게 기부를 하기 때문 아니냐"고 덧붙였다.
공성진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 열린 TV 토론에서도 "지난번 토론에서 재산 환원 의사를 물었더니 '공산주의적 사고방식 아니냐'고 하더라"며 "빌게이츠는 공산주의자여서 재산을 환원한 게 아니다"라고 정 후보를 몰아붙였다.
정몽준 후보는 '당권 경쟁자'인 박희태 후보는 물론, 이날 공 후보에게도 종일 '시달림'을 당했다고 생각한 듯 불쾌감을 표시했다.
정 후보는 "요즘 '부자되십시오'라고 덕담도 하는데, 성공한 사람은 처음부터 자격이 없다는 것이냐"며 "노무현 정부의 발상과 비슷한 것 아니냐"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나도 미국 부자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 하나"라며 "부자 대 가난한 사람, 친미 대 반미로 양파 껍질 벗기는 것처럼 가르기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는 이날 버스 요금을 '70원'이라고 밝히면서, 그동안 줄곧 지적돼온 '아킬레스건'을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지적이다.
여권이 집권초부터 '강부자 인사' 파동으로 허우적댄 걸 감안하면, 당 대표까지 정 후보가 될 경우 '부자당'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그간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른바 '발모제론(論)'으로 맞서왔다.
"서민이 아니어서 서민 사정을 잘 모르지 않겠느냐 하는데, 대머리에게 필요한 발모제는 꼭 대머리만 개발해야 하느냐"는 논리다.
그러나 정 후보의 '버스요금 70원' 발언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역시 대머리가 아니면 발모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아니냐"는 힐난도 나오고 있다.
대중 교통요금조차 모르는 정 후보가 과연 서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특히 이같은 발언은 우위를 자신해온 일반 국민과 대의원 여론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잖아도 박희태-공성진 후보의 '협공'에 갈 길 바쁜 정몽준 후보로서는 '막판 악재(惡材)'가 터진 셈이다.
한편, 공교롭게도 정 후보가 '버스 요금'이라고 밝힌 70원은 부친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청년 시절 가난을 벗어나고자 상경할 때 손에 쥐었던 '소 판 돈'과 액수가 같다.
좀 당황스러운데 왠지 웃기다... 역시 돈 많은 사람은 버스.지하철 안타는구나..
맨날 서민을 위한 바른 정치한다고 사탕발림만 하고 정작 서민의 기본상식도 모르는구나.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