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길 사업엔 ‘50억’ 노인 도시락 사업엔 ‘0원’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7.08 18:31
2008년 서울시의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심사가 이뤄진 지난 4일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회의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예결특위는 이날 서울시가 '청와대 앞길 및 주변 관광명소화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배정한 예산 80억원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와 추가예산을 편성할 만큼 시급하지 않은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예산은 30억원이 줄긴했어도 50억원을 배정했다.
반면 예결특위는 한 달에 25일밖에 배달되지 않아 금요일에 배달된 도시락 2개를 월요일 아침까지 나눠 먹거나 굶어야 하는 노인들을 위해 보건복지위원회가 배정한 '저소득 재가노인 도시락 배달사업'의 추가예산 2억원은 전액 삭감했다. 시급하지도 않은 청와대 앞길을 꾸미는 일에는 50억원을 배정하면서 당장 이번주부터라도 시작해야 하는 홀몸노인들에 대한 도시락 주말 배달은 외면한 셈이다.
일부에선 서울시가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추경 예산에 청와대 앞길을 꾸미는 예산을 반영했고, 시의회 예결특위도 청와대 관련 예산이라는 이유로 일부만 삭감하고 통과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의회 이수정 의원(민주노동당)은 "청와대가 서울시에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청와대 주변 치장을 요청한 것도 문제지만, 시급하지도 않은 사업에 예산을 반영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청와대 앞길'은 겉보기만 좋게 꾸며진 길이 아니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걸어가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길'을 더 원하고 있다.
< 전국부 | 김기범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