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립지질정보국(NGA)과 지명위원회(BGN)가 지난 주 독도를 한국영토가 아닌, ‘영유권 미확정 상태’로 지정함으로써 독도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한민국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를 미 행정부가 ‘주인이 불분명한 땅’으로 명시함에 따라 논란의 중심이 지명표기 문제를 넘어 영토 문제로 옮아가고 있다.
이는 독도문제가 한·일 양국 현안에서 한·미간, 또는 한·미·일 3국간 외교현안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함께 한국 외교가 다시 한번 독도 외교에서 허를 찔렸음이 드러나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BGN 측이 어떤 배경에서 독도를 영유권 미확정 상태로 표기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간 논란을 영토분쟁으로 해석, 형식적 중립을 표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양국의 오랜 영토분쟁과 관련된 것”이라면서 “3년 정도 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입장은 일본이 주변국들과 영토분쟁을 벌이는 지역에 대해 철저하게 실효적인 지배를 하고 있는지에 따라 영유권을 명시하는 것과도 배치된다. BGN은 일본이 반환을 요구하는 북방 4개섬을 ‘러시아령 쿠릴열도’로, 대만·중국과 다툼을 벌이는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일본령 센카쿠열도’로 명시, 각각 실효적 지배국의 지명 및 영유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주미 대사관은 물론, 외교부가 관련 사실을 파악한 것은 현지시간 25일 KBS의 첫 보도가 전해진 뒤다. BGN은 외국 지명, 특히 영유권 표기를 변경할 때는 반드시 국무부의 입장을 참고한다.
하지만 국무부의 파트너인 우리 외교부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간파하지 못했다. 이달 중순 미 의회도서관의 ‘독도’ 주제어 변경 움직임이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한국학자 김하나씨에 의해 포착된 것을 계기로 독도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주의가 환기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또 주미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26일(현지시간) “미국은 독도를 한·일간 분쟁지역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하면서도 한·미간 외교 현안이 될지에 대해서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다”고 말해 명확한 입장이 전해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외교부도 “주미 대사관을 통해 BGN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라며 “중립적 명칭을 쓴다는 방침에 따라 데이터베이스를 단순히 정리한 것뿐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그동안 동해표기 문제는 유엔과에, 독도 문제는 일본과에 배정해놓고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각각 대응, 통합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