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한히 자기 의지대로 행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상황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특히나 동양인은 타인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큰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이것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인간의 두 얼굴..
마주대하기 싫지만 마주대해보면 희망의 길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다큐프라임 3부작은 엄청난 다큐였다.
나는 이래서 다큐를 드라마보다 사랑한다.
EBS 방송국 지하1층에 퀴즈를 평가하러 온 다섯명의 학생들.
그러나 실험의 본 의도는 퀴즈를 푸는 것이 아니었다.
출제자가 15분의 시간을 주고 나간것이다.
그런데 출제자는 일부러 문을 닫고 나갈때 의자에 부딪혀 굉장히 아파하는 듯한
신음소리를 낸다.
과연 이 다섯명중 한명이라도 이 출제자를 도와주러 나갈까?
지하철 1호선 온수역.
40대 남성이 한 남성의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위에 앉자 시비가 붙었다.
사소한 말다툼이 점점 커져 폭력으로 번졌다.
그런데
당시 승강장에 있던 승객들은 구경만 할 뿐 아무도 싸움을 말리지 않는다.
감정이 격해진 세 사람은 선로에까지 내려가 싸움을 하고 가방주인은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
결국
이 싸움은 한 명이 숨지는 살인사건으로 끝이 난다.
당시 형사는 말한다.
-역으로 올라와서 도주할 때까지 누구 하나 신고를 하지 않은 거는 참 미스터리한 일이죠
사건 당시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왜 살인이 일어날 때까지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
미국 뉴욕의 한 아파트 앞.
1964년 제노비스라는 28살 여성이 아파트 앞에서 한 괴한에게 칼로 찔린다.
비명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은 불을 켜고 범행장면을 내려다본다.
당시 아파트 주민
- 당시에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그냥 보고 앉아만 있었다는 게 이해가 안되요.
사건이 일어나는동안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고
범인은 제노비스의 숨이 끊길때까지 범행을 저지른다.
다음날 사건이 보도되자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이고
38명 목격자의 명단을 공개하라며 분노한다.
왜 아무도 신고를 하지 않았을까?
연구결과
사람을 목격한 사람이 많으면 책임감이 분산돼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방관자 효과가 알려졌다
허태균 교수
-이런 현상이 결코 인간이 비도덕적이거나 비윤리적이거나 비정해서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그대로 나타나도록 인간의 심리적 체계가 되어있는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시 실험실로 가보자.
왜 목격자가 많으면 남을 돕지않게 되는 것일까?
모두 다 신음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왜 나가보지 않았을까?
-나가볼까 했는데 혼자 나가기도 좀 그래서 가만히 있었어요
조선미 교수
-이것은 상황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는데요
내가 꼭 나서지 않아도 되겠지라고 느끼는 책임감이 사람 수 만큼 분산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혼자 퀴즈를 푼다면 어떻게 될까?
대개 15초 안에 문을 열고 나가 도와주려 한다.
미국의 한 병원.
한 여성환자가 한 시간동안 사경을 헤매고 있지만 다른 환자도, 경비원도, 경찰도 누구도 도와주지않았다.
끝내 이 환자는 죽고 말았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참사.
32명이 사망한 이 사건의 피의자는 조승희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23살 청년 조승희. 당시 방송국에 보낸 비디오에는 분노로 가득찬 그의 모습이 들어있다.
그런데 놀라운것은
그가 범행 일주일전 아메리칸 아이돌이란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신청을 했던 것이다.
표창원 교수
-그만큼 조승희가 그 사회에 섞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자기 주변에 있는 사회라는 것과 화해하고싶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구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던 조승희.
로리 쏘리슨 학생- 주위 사람들은 그를 도와야 했지만 우리는 돕지 않았습니다.
버지니아 참사의 이면에는 아무도 신경쓰지않았던 방관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퇴근길의 지하철에서 맞은편 남자 두명이 자신의 뚱뚱한 몸을 보고
대놓고 비하하자 화가 난 피해자는 사과하라고 말을 했지만
오히려 지하철 안에서 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그 안에 있던 지하철 승객들 모두가..
아무도 .. 도와주지 않았다.
이 폭행으로 인해 피해자는 유산을 했다.
피해자- 사람들이 되게 많았어요.. 안 잊혀져요. 평생 갈 것 같애요
남을 도와야할 상황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들..
그러나 우리에겐 또 하나의 얼굴이 있다.
조선미 교수- 어떤 사람은 방관자적일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선
내가 나설 수 밖에 없어라고 판단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도 일산에서 일어난 초등생 납치 미수사건 많이 알 것이다.
초등 여학생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범인에 의해 무자비하게 맞고, 엘리베이터 밖으로 끌려나가는 순간.
비명을 듣고 나온 학생.
혜린씨는 겁에 질린 아이를 자기집까지 무사히 데려온다.
장혜린- 살려달라는 소리가 굉장히 긴급했어요.
아무생각도 안하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그때 다른 집들은 아이의 비명소리를 전혀 못들은 것일까?
-집에 있긴 있었는데..
-그런 일 또 없길 바랄뿐이죠 ..
표창원 교수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가 상황의 힘을 깨고 구조에
나섰다는 자체로 여대생을 '우리 사회의 영웅이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혜린씨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다.
우리에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상황이 되어도 남을 위해 도울 수 있는 그릇을 키우고 있는가?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