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님이 우리에게 남기신 말씀입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요, 경제력도 아니다. 자연과학의 힘은 아무리 많아도 좋으나, 인류 전체로 보면 현재의 자연과학만 가지고도 편안히 살아가기에 넉넉하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미국 국민은 새로운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를 선택했습니다.
만약 미국 국민들이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선택했다면 그것은 단지 또다시 반복되는 하나의 선거로 남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므로써 그들은 역사를 남겼습니다. 그것도 역사 앞에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붙여놓는 선택을 했습니다. 미국 국민은 새로운 역사를 거부하지 않고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버락 오바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하게 아는 것은 그에게는 희망과 개혁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희망과 개혁을 미국 국민들 모두가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꿈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새로운 꿈을 함께 공유하는 선택을 압도적으로 해냈습니다.
앞으로 버락 오바마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잘 모릅니다. 미국이 세계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것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한국은 미국의 선택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 변화된 모습이 지금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오바마의 연설에서 우리나라의 큰 지도자이셨던 김구 선생님의 말씀을 언뜻언뜻 들었기 때문입니다. 뜻이 통하면 길은 열립니다. 우리의 뜻과 그의 뜻이 맞장구를 칠 정도로 유사함을 느낄 수 있어서 친근감으로 서로 통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눈물이 흐릅니다.
과연 우리나라는 희망과 개혁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있는 지 의문스럽습니다. 아닙니다. 그것보다 더 침울합니다. 우리 스스로 그런 희망과 개혁을 이끌 수 없는 절망과 두려움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우리는 얼마 전에도 김구 선생님의 이러한 희망을 품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국민들이 그러한 소망을 품고 있을 뿐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절망에 좌절하고 있을 뿐입니다.
미국에서는 2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 동안 후보와 동고동락하며 철저하게 그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국민이 누구에게 희망을 품을 수 있는가를 충분히 판단하도록 후보는 오랜 시간 국민 앞에 노출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인터넷의 역할은 아주 중요했습니다. 미국 국민이 소통을 통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자유로웠고 충분히 강력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그렇지 않았습니다. 짧은 시간에 쫓겨 국민의 선택은 고사하고 고고한 정치인들의 이합집산만이 어지럽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후보자의 비리는 검증되기 보다는 덮어질 뿐이었습니다. 국민은 선택을 위한 진실에 접근할 수 없었고 차단되고 쫓기고 버림받았습니다.
한나라당은 그런 차단과 탄압에 앞장섰습니다.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주장은 반대입장의 반론에 의해 정당한 대접을 받은 것이 아니라 삭제와 벌금으로 부당한 핍박을 받았습니다. 그런 일련의 부당한 핍박에 늘 한나라당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한나라당은 인터넷 탄압을 위한 끊임없는 공작을 꾀하고 있습니다. 징역 9년과 벌금 5천만원이 사이버 명예훼손죄라는 명목으로 국민의 자유로운 의견에 족쇄를 채웁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비판에 자유로운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그들을 지지하는 평당원으로 이루어진 국민을 버리고 정치인들만의 이합집산에만 골몰했던 부끄러운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국민의 선택과는 한참 동떨어진 졸속적인 후보의 선택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열렬한 지지는 흩어버리고 싸늘한 냉담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길을 스스로 찾아갔습니다.
한때 인터넷은 우리의 자랑이었습니다. 세계에서 첫번째로 역사에 발자취를 남기는 위대한 선택을 2002년 대선에서 이루어냈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의 언론이 한국의 대선을 주목하고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2007년의 대선에서 우리의 인터넷은 고사했습니다.
네티즌은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대이동을 시작하였고 그들의 글은 6만건 이상이나 삭제당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심지어 경찰이 백주대낮에 불쑥 찾아오고 법정의 심판대 앞에 서기까지 했습니다. 현실에서만 정치적 난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가상공간에서도 우리나라의 네티즌은 정치적 난민이 되어 탄압의 손길을 피하여 떠돌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탄압받고 있습니다.
미국 국민이 인터넷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그들의 희망과 소원을 펼친 이 시점에 우리의 희망과 소원은 지금 인터넷에서 쫓기고 있습니다.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포기하고 움추려들고 질식 중입니다. 우리의 자부심은 온갖 공권력의 탄압에 수모를 겪고 농락당했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흐릅니다.
미국 국민의 선택에 함께 기뻐하고 자부심을 느껴야할 이 시점에 오히려 우리는 그들을 부러워하면서 여기 대한민국 인터넷에서는 집권당의 사이버탄압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김구 선생님의 말대로 가상공간 인터넷에서 우리는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었으며,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고 감히 말합니다.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꿈꿀 정도로 자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고 감히 말합니다. 그리고 세계는 그런 우리를 유심히 살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눈물이 흐릅니다. 과거의 영광된 추억이 현실의 초라함에 더 큰 좌절감을 안길 따름입니다. 고고한 정치가 국민과 소통하는 공간을 오히려 질식시키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음모만이 밀실에서 계획되어 일방적으로 하달될 뿐입니다. 불신을 가지고 살펴보는 국민의 시선에 "문화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성질 뻗친다면서 욕까지 하였습니다.
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라는 꿈을 이 시점에 품을 수 없는지 절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흐릅니다. 미국이 환호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그들의 선택이 우리의 역사와 발을 맞추고 있음을 기뻐할 수가 없어서 눈물이 흐릅니다. 우리의 잃어버린 옛 자부심만을 그리워하며 현재의 우리 상태를 절망스럽게 만듭니다.
우리의 아름다운 소통은 타인의 거울에 비친 역사적 유물로 여기 이렇게 초라하게 무너진 왕국으로 남아있어야 합니까? 아직도 우리는 인터넷의 바다를 작은 조각배를 타고 자유를 찾아 떠돌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글 한줄 남기기 위해, 거대언론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기 위해, 오늘도 난민이 되어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인터넷 공간을 찾아 떠돌아야 할 정도로 탄압받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옛 영광을 자극하여 초라한 눈물이 흐릅니다.
위태롭고도 위태로우며 초라하고도 초라한 상황에 미국의 화려한 선택이 우리의 잃어버린 옛날의 영광을 자극하여 눈물이 흐릅니다. 대한민국이 역사적 선택을 하지 못한 원인을 미국이 역사적 선택을 하면서 보여주었습니다. 앞을 바라보는 열렬한 국민이 있음에도 뒤로 후퇴해버린 선택의 원인이 된 패악질이 아직도 더 깊이 더 깊이 우리 소통의 통로를 파헤치고 엎어놓고 있는 중이어서 더욱더 눈물이 흐릅니다.
그리고 나지막이 희망을 읊조려 봅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