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가 이명박 정권에 ‘핵폭탄’인 이유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전방위 포위망의 완결
정부에서 미네르바의 정체를 조사 중이라는 소문이 들리더니 얼마 후 그의 대략적인 신분이 언론에 노출되었다. 미네르바는 해외에 체류한 적 있고 증권회사에도 일했던 50대의 남자라는 게 밝혀졌다.
자신의 신분이 노출된 데에 대해 미네르바도 반응했다. 국가가 자신에게 침묵을 명령했다며 절필을 선언하기도 했다.
언론에 그의 신분이 흘려지고 미네르바가 냉소적으로 반응한 걸로 볼 때 정부가 미네르바를 직접 접촉하진 않은 것 같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 그의 신분을 흘려 압박했고 미네르바는 그 의미를 읽고 탄식과 저항을 오갔던 게 아닌가 싶다.
절필선언을 했지만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다시 아고라에 글을 쓰고 신동아에 기고까지 하는 미네르바를 보면서 정부가 왜 그를 직접 접촉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촛불유모차도 때려잡는 정부라면 그 정도야 꺼릴 게 없어야 했다.
어제 아고라의 readme의 글을 읽으면서 그 의문이 반쯤 풀리는 것 같았다. readme은 미네르바가 어렸을 적 같은 학교를 다니던 친구라면서 그가 재계에서도 유명한 상위층 중에 상위층이라고 밝혔다. 미네르바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이명박정권의 존립 근거 자체가 허물어지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미네르바는 정부가 어르고 달래서 움직일만한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그의 말은 더 큰 힘을 가지고 이명박정권을 내리 누를 수 있다. readme의 글이 맞다면 이명박정부는 미네르바를 글을 못쓰게 하면서 드러나지도 않게하는 아주 조심스런 관리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전직 금융맨으로만 알았던 미네르바가 극상위층이라는 사실은 국민들에게도 놀라움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0.1%가 이명박정권의 강부자정책에 극도의 혐오를 보이고 촛불시민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에 격한 감동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다. 미네르바가 자신의 친구였다고 한 readme의 글에 달린 댓글에는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미네르바가 상위층 중에 상위층에 속한다는 사실은 이명박정권에겐 광우병사태에 맞먹는 충격이 될 수 있다. 이 사실은 이제 이명박정권이 전계층으로부터 포위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미네르바라는 포석은 0.1%부터 비정규직 노동자까지의 이명박정권에 대한 포위선을 완결 지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 반대자들은 성긴 곳은 메꾸어주고 포위망을 짙게 하는 일만 남았다.
금융업의 최상층에 있었던 미네르바의 이명박정권에 대한 생각이 증오와 냉소 그 자체라면 그와 많은 걸 공유하는 재계에도 미네르바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걸 짐작해볼 수 있다.
0.1% 미네르바의 등장이 1%의 촛불에 대한 공감대를 급속히 확산시키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 오피니언리더이기도 한 이들 1%가 뿜어내는 힘은 산술적인 1%가 아니라는 걸 이명박정권은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지금 학계는 떡고물 얻어먹으려는 일부를 빼곤 거의 등을 돌린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이미 정권 초기 대운하에 수천명의 교수가 반대성명을 발표했고, 최근엔 역사교과서를 수정하려는 이명박정부의 천박성에 넌더리까지 내는 상황이다.
언론계는 완전히 등을 돌렸다. ytn과 kbs 사태로 언론노조는 이명박정권에 대한 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이명박정권에 대한 언론계 편집기자들의 여론조사를 보면 극히 일부만이 이명박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그 일부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게 할 정도로 언론계의 여론은 심각하다.
이명박정권은 학계와 언론계에 민심을 완전히 잃었다. 미네르바라는 재계의 유력인사를 통해서 재계여론도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네르바는 학계와 언론계에 형성된 여론을 재계에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학계․언론계․ 재계가 미네르바에 의해 모두 연결되고 나면 이제 남는 건 정계다. 한나라당이 과반을 지배하고 있다지만 학계․언론계․ 재계의 3위 일체의 악화된 민심의 압박을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미네르바는 이명박정권에겐 결정적인 한수가 될 수 있다. 미네르바로 인해 전계층의 수직적 포위망이 만들어지고 엘리트 계층의 수평적 포위망까지 갖추게 된다. 마지막으로 정계의 스위치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명박정권 초기부터 일부 보수인사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대표적 보수인사인 이상돈씨가 이미 이명박정권의 천박함에 진절머리를 쳤다. 복거일씨도 기대를 접은 표정이다. 어제는 보수기독교단체의 지도자인 조용기목사가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포위망이 점점 확대되고 짙어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은 물이 잘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엔 포위의 둑이 올라오고있다. 마지막 둑의 돌이 채워지고 물이 양수되면 그 안의 고기들은 퍼득거리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정권은 종부세타령하고 교과서타령하고 전교조 때려잡자고 한다. 참 한가한가 보다.
김욱/뉴스보이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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