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더니, 결국 재래시장을 찾아갔군요. 사실 재래시장이 서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요. 서민들마저 대부분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시대에도 재래시장은 서민경제의 '상징'처럼 남아 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재래시장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카메라 발은 마트보다 역시 허름한 재래시장 쪽이 낫습니다. 상징성+영상성을 통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아주 상투적 이미지 전략이죠. 오늘 거리에서 문화일보에 실린 MB 사진을 보고 역겨워서 토하는 줄 알았습니다. 딸랑딸랑 하는 문화일보를 보면 익산으로 보내졌다는 청와대 강아지가 생각나요.
재래시장에 가서 무슨 활성화 대책이라도 내놓았을까요? 기사를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것은 없고, 그냥 즉석에서 배추 500포기 사주고, 목도리를 선사했다는 것밖에 없네요. 배추 500포기에 목도리 한 장. 그것으로 서민경제가 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경제를 살릴 실제적 대책은 없고, 그 공백을 '서민을 보듬어주는 대통령'이라는 웃지못할 포토제닉의 가상으로 채우겠다는 것입니다. 사진으로 만든 속이 텅빈 조각이라고 할까요? 그게 얼마나 허구적인지는 당장 어제 매상과 오늘 매상을 비교해 보면 드러날 것입니다. 아마 그 시장의 매출은 +배추 500포기일 것입니다. 물론 내일은 다시 -500포기겠지요.
다른 하나는 아마 노건평 때문일 겁니다. (이 아저씨는 당시에 이미 청탁 미수사건으로 문제가 된 바 있는데, 그 와중에도 기어이 사고를 치셨나 보더군요. 노건평을 '촌노'라 부른 전 정권의 어법도 사실 우스운 거죠. 이 분, 그 동네 사업가에, 자금 흘러가는 통로에 빠작한 세무공무원 출신이라면서요?) 전 정권에서 일어난 농협의 비리, 거기에 배추 파는 상인들을 콘트라스트 시킬 때, 효과는 극대화되지요. 서민을 등쳐먹었던 전 정권, 상처받은 서민을 보듬어주는 현 정권. 이 웃지 못할 유치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스탭들 대동해서 한 편의 정권 홍보 영화를 찍은 거죠.
재래시장 방문하여 사진 박는 행위는 경제적 통치활동도 아니고, 정책적 통치활동도 아니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적 활동에 불과하지요. 그리고 배추 500포기는 그냥 재래시장이 피사체가 되어준 댓가로 받은 모델료로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정치가 워낙 복고풍으로 흐르다보니,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박정희, 김일성 시절의 현장정치까지 부활하네요. 청와대의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 하여튼 상상력의 수준을 보여주네요. 그건 그렇고 왜, 거기서도 호통을 한번 쳐 보지요. 재래시장도 배추를 그냥 팔 게 아니라 깡통에 담아 팔면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있다고...
이 코미디를 그냥 웃고 넘길 수 없는 것은 MB를 끌어안고 울었다는 노점상 할머니 때문입니다. 조르다노 부르노가 이단이라고 화형당할 때, 어느 신심에 가득한 할머니가 화형대에 장작을 하나 올리면서 성호를 그었다고 하지요. 그걸 보며 화형대에 묶인 조르다노 브루노가 '고귀한 단순함이여..'라고 감탄을 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 강부자 정권의 화신을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리는 일수 2만원의 노파. 이건 매우 초현실주의적인 장면입니다. 땀 흘려 살아가는 고결한 인생들을 한갓 포토제닉 정치의 소재로 써먹고, 그걸 사진으로 찍어 정권 홍보를 하는 언론.... 대한민국은 참으로 잔인한 나라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 떠오르는 말 한마디
"병 주고 약주고..."
부록 - 이대통령 "눈물난다 내가 기도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