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방해세력은 모두 적”… 유엔도 공격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9.01.07 18:26 | 최종수정 2009.01.07 18:35
ㆍ"공습 말라" 위치 사전통보도 묵살
ㆍ침공직전 인권조사관은 아예 추방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스라엘이 난민들이 피신해 있는 유엔 학교와 의료시설들을 공격, 피란민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묵살하고 유엔시설까지 공격하는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6일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가 운영하는 가자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의 알 파코라 초등학교에 공격을 가했다. 탱크로 포탄을 쏘았다. 이 공격으로 인해 학교 내에 피란 중이던 난민 350명 중 어린이를 포함한 40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또 다른 유엔 학교에도 미사일 공격을 가해 2명이 사망했다. 이 밖에 부레이지 난민촌에 있는 의료시설도 폭격, 유엔 의료진 7명 등 10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에도 가자시티에 있는 UNRWA의 아스마 초등학교를 폭격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학교에서 아들 아베드(20)를 잃은 난민 사미르는 "전기도 물도 끊긴 교실에 20명 이상이 숨어 있었는데 폭발음과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며 "아들을 찾았더니 사촌들과 함께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가자 인구 150만명 중 100만명은 지난 수십년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고향에서 쫓겨난 난민들이다. UNRWA는 지난해 말 공습이 시작되자 27개 난민 학교를 대피소로 제공해왔다. 이들 학교에 수용된 피란민 수는 1만5000명에 이른다. 난민들은 "유엔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까지 타깃으로 삼는다면 대체 어디로 가란 말이냐"며 격분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유엔시설 공격에 대한 비난이 일자 "잘 모르는 뉴스"라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공격적인 전술은 우리 군인들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 유엔시설 공격이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이 유엔 요원들을 공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무력행동 시 종종 유엔 구호요원들을 공격하거나 유엔시설을 폭격해 쫓아냈다. 2006년 7월 레바논전 때에는 유엔 사무소를 폭격해 중국인을 포함한 유엔 직원 4명을 살해했다. 전해에도 같은 지역에서 프랑스인 유엔 평화유지군을 사살했다. 1996년에는 레바논 남부 카나 난민촌의 유엔사무소를 공격, 난민 100여명을 학살했다. 2003년 3월 이라크전에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을 때에는 미국 여성 평화운동가를 불도저로 밀어 사망케 해 비난을 받았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유엔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무력행동을 방해하는 모든 세력은 이스라엘의 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국제기구 구호요원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과 반인도적 행위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 이전부터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취재를 봉쇄해왔고, 구호기구 활동도 방해했다. 공격 직전인 지난해 12월14일 이스라엘은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담당 특별조사관을 아예 추방해버렸다. 2007년에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팔레스타인 인권실태를 조사할 특사 격으로 보낸 데스먼드 투투 남아공 대주교의 입국을 거부하기도 했다.
유엔 결의안도 이스라엘 앞에서는 무력하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으로 점령한 영토들을 팔레스타인, 요르단, 레바논, 이집트에 돌려줄 것을 요구한 유엔 결의안 242호를 비롯한 대부분의 결의안들을 묵살하고 있다.
< 구정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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