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구멍 제2의 강호순이 노린다

무적쪼꼬바 작성일 09.02.05 11: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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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구멍… 제2의 강호순이 노린다 방화 입증 어려움·정보공유 기피등여전… 모방범죄 가능성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연쇄살인범 강호순은 어떻게 경찰과 보험사의 까다로운 조사망을 피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낼 수 있었을까. 더욱이 강씨는 당시 일부 보험사로부터 사기혐의가 짙다고 의심을 사고 있던 상황. 전문가들은 현재의 보험업계의 사기적발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긴 했지만 강씨가 악용한 보험의 허점 대부분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어 모방범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강호순은 1998년부터 2007년까지 8건의 사고로 총 7억 여원의 보험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강씨는 ▦보험에 가입한지 한 달도 안돼 사고가 발생한 경우가 있었고 ▦별다른 고정수입도 없으면서 월 보험료를 100만원 가까이 냈으며 ▦비슷한 보험상품에 연이어 중복 가입했다. 일반인이 보더라도 충분히 보험사기를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보험사들은 예외 없이 강씨에게 거액의 보험금을 건네줬다. 그 이유가 뭘까.

허점1: 화재는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강씨는 주로 화재 관련 보험금을 많이 타냈다. 강씨는 ▦99년 트럭화재로 2,800만원 ▦2000년 점포화재로 3,600만원 ▦2005년 장모집 화재로 4억8,000만원을 받았다. 김성 손해보험협회 보험조사팀장은 "화재사건의 경우 불을 끄는 과정에서 증거가 대부분 훼손돼 사고원인 규정이 쉽지 않은데 강씨가 이를 악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국과수가 화재 직전 강씨의 넷째부인이 2개의 보험에 추가 가입한 것을 의심해 사고 직후 6개월 간 조사했으나 결국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보험사들도 2007년 2월 외부기관에 의뢰해 재조사를 실시했으나 결국 방화를 입증하지 못하고 결국 그 해 4월께 보험금을 모두 내줬다. 보험사 관계자는 "의심이 가더라도 수사기관에 의한 형사처벌이 있어야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점2: 보험사들은 고객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2007년7월 이전까지 보험사들은 영업기밀에 속한 고객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중복가입으로 큰 보험금을 노려도 이를 가려낼 방법이 없었던 것. 2000년 10월 강씨는 티코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졸음운전으로 논두렁에 전복돼 13개 보험사로부터 5,1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그 중 입원일당이 지급되는 생명보험사 상품 9개는 전복사고가 나기 1, 2개월 전에 가입한 것들이다. 강씨는 사고 이후 145일간 병원에 장기입원하며 상품별로 수백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2007년 8월 이후부터는 생보업계 계약정보 통합조회시스템이 가동돼 동일인이 여러 건 계약을 통해 재해사망금 20억원, 일반사망 10억원 이상 보험금을 설정할 경우 또는 자기 소득에 비해 무리한 보험료를 내는 경우 블랙리스트에 올라 보험에 추가 가입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역시 보험금액을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하는 등 빠져나갈 방법은 있다. 뿐만 아니라 상품교체가 잦은 손해보험업계에는 업계 경쟁으로 인해 고객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아직 없는 실정이다.

허점3: 보험금 청구는 증거와 목격자가 사라진 후에 해도 충분

2005년10월 장모집 화재 사건에 대한 경찰수사는 2006년 3월 무혐의로 종결된다. 그러나 강씨가 세 보험사에 보험금 4억8,000만원을 청구한 시기는 2007년 1~2월 사이다. 이에 대해 보험사 관계자는 "사고 보험금 청구를 2년 이내에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증거와 목격자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로 보험금 청구를 미룬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강씨의 치밀한 행동으로 의심되는 기록은 또 있다. 화재사고 전 강씨는 아내를 직접 지점으로 데리고 가 보험에 가입시키면서, 보험수령자를 자신이 아닌 '상속인'으로 설정했다. 당시에는 상속인(성인)이 장모밖에 없어 보험사로부터 의심을 사지 않았다. 강씨는 보험 가입 직후 혼인신고를 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만일 넷째 부인만 사망했다면 보험금 분배비율은 장모가 1.5, 강씨가 1을 갖게 됐을 것이나 장모까지 사망하면서 전액을 강씨가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성 팀장은 "보통의 보험사기꾼들은 자해공갈만 고수하는 식으로 자기 수법을 되풀이하는데 비해 강씨는 (혐의가 사실이라면) 차량화재 도난 자차전복 등 유형을 다양하게 했다는 점이 특이하다"며 "방대한 보험지식이 있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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