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열린 남북 당국자 회담은 단 1회에 불과하다. 작년 10월 북측 요구로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열렸지만 북한은 "대북 전단(삐라)살포를 중단하지 않으면 개성공단 사업 등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일방적인 협박만 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해 55회의 당국 간 회담이 열렸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러면서 북한은 남북관계 경색의 모든 책임을 남한 정부에게 돌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남북 민간교류는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보다 더 활발했던 것으로 집계된다. 남북을 오간 사람은 15만9214명(2007년)에서 18만6000여명(2008년)으로, 남북 교역액은 17억9700만달러(2007년)에서 18억2000만달러(2008년)로 각각 증가했다. 북한은 작년 12월 1일부터 개성공단 제한 조치를 취했지만, 공단의 북측 근로자는 2007년 12월 2만2804명에서 작년 12월 현재 3만8266명으로 오히려 60%쯤 늘었다.
유동렬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북한이 입맛에 맞는 민간급 교류를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면서 '남남(南南) 갈등'을 유도하는 이중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미국과 대화하고 남한을 따돌림)'과 '통민봉관(通民封官·민간과 대화하고 정부를 따돌림)'을 동시에 사용해 이명박 정부를 대·내외적으로 포위하는 작전을 펴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남쪽에 대해 민·관 분리 대응에 나서는 것은 남북 간에 충돌이 벌어질 경우 그 책임을 남쪽 정부에 뒤집어씌우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측 민간 관계자들에게 "북(北)은 평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입시키면서 '남북 간의 긴장 고조는 전적으로 남측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 탓'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북 사업자는 "북측 경제 일꾼이 '남한이 북침(北侵) 준비를 한다는데 어떻게 되는 거냐'며 오히려 위협을 느끼는 듯한 반응을 보여 놀랐다"고 전했다. "북한이 70여개의 친북 사이트 등을 통해 사이버 선동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정보 당국자)는 분석도 나온다.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북한이 전쟁 위협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면서 '남남 갈등'을 계속 유도하는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며 "북한을 무감각하게 지켜봐선 안될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