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허술한 수사처리 탓에 이미 신원이 확인된 뺑소니 도주범조차 검거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 뺑소니 났는데, 차량수배조차 없어
지난 9일 밤 10시 15분쯤,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서 A씨가 몰던 렉서스 승용차가 유턴신호를 기다리던 B씨의 NF소나타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의 승용차 뒷부분이 크게 찌그러진데다, B씨의 아내도 크게 다쳐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B씨는 차에서 걸어나온 A씨에게서 술냄새를 맡고 "술 한잔 하신 모양인데, 보험으로 일단 처리하자"며 차량을 길 가장자리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차량을 옮기는 척 하던 A씨는 갑자기 자신의 렉서스 승용차를 몰고 그대로 달아나버렸다.
황당한 B씨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인근 지구대 경찰관에게 렉서스 차량번호까지 알려주며 A씨를 붙잡아달라고 말했지만, 정작 경찰은 차량수배조치조차 제대로 내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차량수배를 하기 위해서는 강남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에 정식으로 접수해야 한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당시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뺑소니라고 무조건 수배조치를 하는 것 아니다"라며 "일단 경찰서에 와서 사건을 접수해야 수배를 하든지 말든지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경찰의 설명은 뺑소니 처리지침이 나와 있는 경찰청 교통조사교본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자의적인 해석이다.
교본 5장 30조를 살펴보면 '사고야기도주차량은 중요강력사건과 같은 비중으로 수사해야 한다'며 '긴급 수배 및 검문, 순찰사이카, 수사용 차량의 집중활용 등 전 조직을 동원해 초동수사를 전개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31조 7항에도 '도주사건 신고를 접하면 발생지 경찰서에 즉시 통보하고 도주 방향의 지파출소 등에 긴급 수배해야 한다'고 나와있다.
결국 경찰의 엉성한 초동조치때문에 B씨는 병원치료 뒤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나서야 서울 강남경찰서에 사고접수를 하게 돼 뺑소니범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일단 한 번 놓치게 됐다.
◈ '휴가 겹쳤다'며 6일 뒤에 오라는 황당한 경찰 답변
경찰의 부실한 초동대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B씨를 더 황당하게 만든 것은 다음날인 10일 오전 사고조사관이 보인 태도다.
사고조사관 C경사는 "A씨 아버지와 통화한 결과 렉서스 차량은 A씨 아버지의 소유고 현재 A씨가 잠시 아버지의 차량을 끌고 나간 것 같다"며 "현재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C경사는 이어 "A씨는 해외에서 사업을 하며, 이번에 잠시 한국에 들어온 상태"라고 덧붙였다.
A씨의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 가능성에다 해외도피 우려까지 있는 급박한 상황.
하지만 이날 경찰 수사는 여기서 끝이었다. 경찰은 A씨의 행방을 쫓는 것은 고사하고 그나마 연락이 닿은 A씨 아버지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 사고차량 확보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그 사이 A씨는 태연히 보험회사에 연락해 B씨와 접촉사고를 냈으니 보험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한 뒤 바로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가뜩이나 범인을 잡을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쉬워하던 B씨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바로 무성의한 경찰의 태도.
C경사는 "자신은 3일에 한번씩 근무를 서는데 이번주는 휴가가 겹쳐서 일요일에나 출근한다며 그 때 다시 연락을 하겠다"며 수사를 6일 뒤로 미뤘다.
B씨는 "음주운전일 수도 있는 뺑소니범을 잡을 생각은 안하고 근 일주일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수사하겠다는게 말이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C경사는 A씨 아버지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고, 신원이 어느 정도 특정된 상황에서 긴급한 수사를 할 상황은 아니었다며 소극적인 수사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강남경찰서 고위관계자는 "출국금지를 위한 조치나 최소한 사고현장에 대한 조사나 차량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이뤄졌어야 한다"며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배조치도 현장에서 바로 이뤄져야하는 것이 맞다"며 "수사가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며 바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wicke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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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일부 경찰의 일이라고 하겠지만 이런일이 많다는거 (내 주위에도 이런 비슷한 경험-무성의한 태도- 한 사람이 많다는거....
저러라고 붙여준 "민중의 지팡이" 호칭이 아닐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