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02-24 15:36:03 ]
CBS정치부 홍제표 기자
우리 정치권이 2차 입법전쟁에 한눈이 팔려 있는 사이에 일본은 합의도 되지 않은 '한일 해저터널'을 500미터나 파들어갔다.
일본은 여론의 주목이 덜한 일요일인 지난 22일 국제하이웨이 건설사업단이란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한일 해저터널의 일본내 착공 현장을 공개했다.
일본은 민간단체의 시험 탐사용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그들이 대륙 진출을 염원해왔던 점으로 미뤄 단순히 흘려들을 수는 없는 사안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나 중일간의 센코쿠 열도 분쟁에서 알 수 있듯 언제나 민간단체를 앞세워 국익을 추구해왔던 일본이다.
비록 지금까지는 500미터 남짓 굴착한 것에 불과하지만 막대한 공사비용을 순수 민간자본으로만 충당했을지도 의문이다.
또 우리 측이 합의해주지 않는 이상, 일본이 아무리 파내려간다고 해도 해저터널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민간단체가 수지타산도 맞지 않는 공사에 나섰을 리도 만무하다.
언젠가 한국 정부가 승인해줄 것이라는 장기적 포석과 계산 하에 거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또 말로는 시험용이라고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실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실제와 비슷하게 착공되는 점도 보아 넘기기 힘든 부분이다.
◈ 정치권 '침묵'…정부 '공식적 대응 없어'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아직까지 누구 하나 이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는 상태다.
안으로는 대운하를 능가하는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될 수 있고 밖으로는 한일 양국은 물론 동북아 지역의 판도를 바꿀 중대한 변화가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그 흔한 논평 하나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시험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은 논평을 낼 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자세한 내막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일본이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를 했는지를 해당 상임위(국토해양위)에서 질의한 뒤 결과를 보고 대응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정부도 무대응이 상책이라 여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사이에 터널의 깊이는 자꾸만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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