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보도 중징계와 <PD수첩> 제작진 이메일 뒷조사 등 정부의 압박이 가시화된 직후 단행한 인사에서 보도국장과 부장단을 대폭 교체하고 지역MBC 사장을 무리하게 바꿔 권력 눈치보기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 합의에 따른 사회적 논의기구에서의 100일 간 논의 이후 6월께 이루어질 언론관련법 표결처리 문제와 8월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 임기 만료에 따른 이사진 교체 문제 등 굵직한 사안을 앞두고 MBC 내부에서 이상 기류가 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MBC는 지난 6일 국장급 인사에서 신임 보도국장에 전영배 기획조정실 통일방송협력팀장을 임명했다. 박광온 전임 보도국장은 지난해 9월 <PD수첩> 방송 이후 시사교양국장과 함께 교체된 이후 6개월 만에 중도하차하게 됐다. 이번 인사의 경우 특별한 교체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 신임 국장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신일고 1년 선배이자, 서울대 정치학과 동기이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10일 “특별한 인사요인이 없기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화해제스쳐를 내보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MBC로서는 6월 이후의 국회 상황(언론법안 관련)과 8월 방문진 이사 교체 등을 앞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보도국장이 바뀌어 적잖은 부담이 됐다”고 밝혔다.

차장급인 한 기자는 “이번 인사가 정부와 화해를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일부 있다”고 밝혔다. 고위간부급의 한 기자도 “현 정권과 관계개선용 인사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밖에도 지난 9일 부장단 인사에서는 언론관계법 보도로 인해 방통심의위로부터 각각 ‘시청자사과’와 ‘경고’ 징계를 받은 <뉴스후>와 보도국 탐사보도팀의 담당 부장과 팀장이 각각 바뀐 직제에 따라 이장석 보도제작3부장, 최일구 기획취재부장으로 교체됐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시청자사과와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은 해당 부서와 탐사보도팀의 책임자가 바뀜에 따라 지금까지 견지해온 비판적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 “엄기영 사장이 MBC의 공영성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믿지만 이번 인사를 보면 그런 의지와 어울리는 조합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영배 신임 보도국장은 “지금 얘기할 게 없다”며 “다음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MBC의 고위관계자는 “MBC가 보도국장 인사를 할 때 그런 정치적인 것을 염두에 두는지 뉴스경쟁력을 염두에 두는지는 다른 기자들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MBC는 지난 4일 관계회사 주주총회를 통해 울산MBC 사장에 황희만 해설위원실 부국장을, 제주MBC 사장에 선임자노조(MBC 공정방송노조) 출신 정준 문화사업국장 , 포항MBC 사장에 남정채 신사옥추진본부장을 선임했다. 포항·제주·울산 등 지역MBC 지부는 본사가 불합리한 경영평가를 근거로 1년도 안 된 사장을 갈아치운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특히 제주MBC에 선임자노조 출신 정준 국장이 사장으로 선임된 점, 노조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이완기 전 울산MBC 사장이 1년 만에 중도하차한 점, 울산MBC 후임 사장에 보수적인 성향의 황희만 부국장이 온 점 등이 집중적인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지난 4일 밤 언론관계법 보도를 했던 <뉴스후> ‘시청자사과’ <뉴스데스크> ‘경고’ <시사매거진 2580> ‘권고’ 등의 징계를 내렸다. 또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지난해 광우병 의혹 보도를 했던 <PD수첩> 제작진과 작가에 대해 이메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조사에 들어갔다고 5일 밝히는 등 MBC 보도프로그램과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제재와 처벌이 잇따르고 있다.

출처 : 미디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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