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지난해 '서러운 비정규직' 심층·집중 취재하더니
정부가 13일 기간제와 파견노동자(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과 관련해 MBC가 애초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접근하던 시각과 달리 찬성 반대 양론을 동일한 비율로 나란히 보도했다.
MBC는 또 스스로 적극적 반대투쟁에 나섰던 미디어법과 관련한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첫 회의 소식도 뉴스 끝머리에 전하면서 여야 추천 위원의 주장을 역시 동일한 비율로 다뤘다.
MBC, 비정규직 2→4년 법 개정안에 비정규 노동자 찬반 논란으로 다뤄
▲ 13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 20번째 리포트 '비정규직 4년 다양한 목소리'에서 "비정규직의 고용 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법안이 입법 예고되면서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소개했다.
MBC는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2년이 지나면 직장을 잃거나 외주 업체로 소속이 전환돼 근로 조건이 나빠지는 게 일반적인 경우"라며 "좋은 직장으로 더 가기 어렵게 될 것"(지난해 철도공사에서 해고된 성현호씨) "고용 기간 연장이 결국 기업 측에만 유리한 게 아니냐"는 기간 연장 반대 의견을 전했다.
MBC는 이어 "반면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며 찬성의견을 같은 비율로 두 사람의 목소리를 이렇게 소개했다.
"우선은 경제가 어려운 때 일단 고용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 놓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입니다. '4년 동안 근무를 하면서 업무적으로 좀 지식, 그런 게 높아지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 가능성도 있고...'(비정규직 근로자). 결혼 후 가사에 전념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려는 경우도 기간 연장에 찬성입니다. '미혼 여성의 입장으로서는 솔직히 2년에서 4년으로 가는 게 제가 지금 계약의 끝에 와 있는 입장에서는 찬성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비정규직 근로자)"
"미혼여성 입장으로서 찬성…(2년뒤) 정규직 전환 가능성도 있고" 인용
그러면서 MBC는 "비정규직 고용 기간 연장에 찬성인지 반대인지는 각자의 형편에 따라 달랐다"며 "하지만 궁극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 가지였다"고 마무리했다.
MBC는 전날 <뉴스데스크> '노동부 2년→4년으로'에선 정부가 발표한 법 개정안 소식에 노동계가 즉각 반발했다며 "노동자를 4년 쓰고 그 때가서 폐기처분하려는 의도"라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는 등 노동계의 반발도 비중있게 실었었다.
하지만 13일 보도에선 비정규직 근로 기간을 4년으로 늘린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깊이있는 접근은 없었다. 우선, 지난 2007년 8월 현재 861만4000명으로 치솟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으로 더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환경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없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의 이후 영향·문제점·정부 설명의 타당성 여부 접근은 없어
오는 6월로 비정규직 97만 명이 해고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모두 정규직 전환을 하는 건 기업에 부담이 되니 비정규직 노동자가 2년 더 비정규직으로 회사를 다니라는 정부(노동부)의 설명이 합리적이고 형평성에 맞는 주장인지를 검증하고자 하는 목소리도 빠져있다. "계약기간의 끝에 와있는 미혼 여성의 입장에서 2년 더 연장되는 데 찬성"이라는 여성의 인터뷰 내용이 과연 수많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설령 다시 2년이 지난 뒤 정규직에 전환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 지난해 6월25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무엇보다 MBC는 지난해 여러차례 비정규직 문제점을 분석 비판한 리포트를 내보낸 바 있다. 지난해 6월25일 <뉴스데스크>에서는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1년을 맞아 이 법이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는 커녕 해고만 늘어났다는 '집중취재' 리포트를 했다.
MBC는 당시 부당한 처우와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호소하며 농성을 벌였던 코스콤 이랜드 사태를 들어 "노동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재계는 현재 2년인 정규직 전환 근무기간을 3년 이상으로 늘려 기업들의 경영과 해고부담을 줄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 지난해 5월1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지난해 5월1일 <뉴스데스크> '비정규직 "노동절이 서러워"'에서 신경민 앵커는 "직장을 잃은 비정규직은 서럽고 막막하다"고 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5일 <뉴스데스크> '여성부터 실직'에선 "일자리가 줄면서 가장 먼저 밀려나는 사람들은 여성들이며, 가장 큰 이유는 여성 일자리 가운데 60% 이상이 비정규직에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13일 보도는 쟁점을 파헤치는 방식이 아닌, 단순히 찬성 또는 반대한다는 겉핥기식 접근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갖게 한다.
얼마 전까만 해도 MBC "여성 비정규직·해고양산·생활고" 등 심층취재하더니…
한편 MBC는 여야 합의로 설치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첫 회의 소식을 13일 <뉴스데스크> 21번째 리포트('출발부터 신경전')로 다뤘다. 밤 9시40분께 거의 뉴스 끝부분에 나간 셈이다.
리포트의 내용은 "위원회의 성격과 의견 수렴을 위한 여론조사 반영 여부 등의 문제를 놓고서는 확연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립과 마찰은 수위가 높아질 전망" 등이었다.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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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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