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 2차 미디어 대전 시나리오 나왔다

가자서 작성일 09.03.20 18: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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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2차 미디어 대전’ 시나리오 나왔다

 

 

최시중·이동관·신재민 삼각편대가 방향타를 쥐고 국회 문방위에서 정병국 의원이 가세한다. 보수 시민단체는 ‘최전선’에서 여론전을 수행한다. ‘2차 미디어 전쟁’을 앞두고, 여권이 전열을 재정비해 다시금 공격 채비를 갖췄다. newsdaybox_top.gif [79호] 2009년 03월 16일 (월) 10:50:42 천관율·이숙이 기자 btn_sendmail.gifsook@sisain.co.kr newsdaybox_dn.gif    로드맵은 이미 나왔다. 6월 방송법 국회통과, 8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교체를 통한 MBC 길들이기, 9월 KBS 이사진 교체, 9월 정기국회에서 공영방송법·방문진법 등 후속 법안 처리, 그리고 올해 안으로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나리오다.

지난 2월 임시국회 막판에 여야는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미발위)’ 구성에 합의해 일단 쟁점 법안을 논의하는 구색은 갖췄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의 언론정책 로드맵에서 미발위는 변수조차 되지 않는다. 3월12일에 한나라당이 추천한 미발위 위원 10명의 명단이 발표됐지만, 여권의 언론정책 핵심 참모가 기자에게 “누가 됐다고?”라고 심드렁하게 되물을 정도다. 중요한 변수가 아니라 챙길 필요조차 못 느낀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이 추천한 미발위 위원의 면면을 보면 수긍이 간다. 한나라당은 야권의 추천 명단이 나오기 전에 여섯 명의 명단을 먼저 흘리며 선수를 쳤다. 김우룡 명예교수(한국외대), 황근 교수(선문대), 강길모 <프리존 뉴스> 편집인, 변희재 실크로드 CEO포럼 회장,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이 그들이다. 하나같이 알아주는 ‘싸움꾼’이다.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대놓고 판 깨자는 의미다. 100일 동안 쳇바퀴만 돌리다가 국회에서 표결 처리하겠다는 거다. 강길모·변희재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부터가 선전포고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세 3인방’ 위력에 정병국 기획력 더해

그렇다고 미발위 위원으로 추천된 인사들이 현 정부의 언론정책 방향을 조율하는 핵심 조언자라고 보기도 힘들다.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 뻔한 미발위이니만큼 ‘몸통’보다는 ‘손발’ 격의 인물을 들여놓는 게 부담이 적다. 미발위를 통한 타협이나 로드맵 수정은 전혀 고려사항이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챙겨야 할 중요한 변수, 즉 몸통은 과연 어디일까. 몸통이 하는 일과 손발이 하는 일은 어떻게 다를까. 정부가 ‘언론 로드맵’에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한 지금, 현 정부의 ‘언론정책 지형도’를 그려보고 각각의 구실을 따져봤다.

최시중, 신재민, 그리고 이동관.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실세’가 이 3인방이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이 좌장 격이고, 친구 사이인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청와대와 행정부에서 손발을 맞추는 구도다. 세 사람은 언론노조, 미디어행동 등 언론 관련 단체에서 뽑는 ‘언론 3적’ ‘언론 5적’ 시리즈에 이름이 빠지는 법이 없다.

    ⓒ뉴시스김우룡(왼쪽)·강상현(오른쪽) ‘미발위’ 위원장.동아일보 출신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명박 정부 언론팀의 좌장이다. 허가권과 인사권을 쥐고 방송산업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권력’ 방통위를 완전히 장악했다. YTN 구본홍 사장, OBS 최용규 사장, 아리랑TV 정국록 사장, 스카이라이프 이몽룡 사장 등 방송계 곳곳에 포진한 MB 방송특보 출신 사장들과 ‘캠프 동지’ 관계이기도 하다.

이동관 대변인의 ‘저력’은 특히 인상적이다. 역시 동아일보 출신인 이 대변인은 숱한 낙마 위기를 극복하며 오히려 지위를 다졌다. 가장 최근의 위기는 ‘청와대 홍보수석 부활’을 둘러싸고 일어났다. 같은 ‘수석급’인 박형준 홍보기획관과 이동관 대변인의 기능이 중첩돼 홍보 역량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지난 연말 청와대는 ‘홍보수석 부활, 박형준 홍보수석 임명, 이동관 입각 또는 재선거 출마’라는 밑그림을 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각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밀려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홍보수석 부활’은 언제 그런 논의가 있었느냐는 듯 흐지부지됐다. 이 대변인의 ‘힘’이 다시 한번 증명된 계기였다.

한나라당 문방위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 대변인이 언론 계통 업무 라인에서 비서관급은 물론이고 말단 행정관까지 깊숙이 ‘자기 사람’을 심어놨다. 어느 정부에서도 본 적 없는 실세 대변인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언론정책을 관장하는 언론 제1·2 비서관이 모두 ‘이동관 사람’으로 분류된다.

조선일보 출신인 신재민 문광부 2차관도 기회 있을 때마다 이명박 정부 언론정책의 나팔수를 자임하고 나섰다. 정작 문광부 내에서 언론정책을 총괄하는 미디어정책관은 1차관 관할이지만, 신 2차관은 개의치 않고 언론 관련 발언을 쏟아낸다. 청와대의 신임이 두터워, 유인촌 장관이 욕설파문 등으로 낙마 위기에 몰렸을 때 차기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언론 관련 업무를 맡으러 문광부에 특채된 기자 출신 공무원에게는 어김없이 ‘신재민 라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실세 3인방’이 청와대와 행정부를 움직인다면, 국회에서는 문방위 소속 의원들이 언론 관련법을 책임진다. 정병국·나경원·진성호 의원 등이 각개약진을 하지만, 이 중에서도 정병국 의원이 청와대와 수시로 조율하는 핵심 연결고리로 공인되는 분위기다.

    ⓒ뉴시스MB 집권 이후 보수 진영은 자신을 대변할 시민단체를 잇따라 만들었다. 위는 지난해 9월 공언련 창립행사.정 의원은 17대 국회 때부터 언론 관계법과 관련된 세미나를 꾸준히 열어온 당내 ‘기획통’으로 꼽힌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청와대로 들어간 박형준 홍보기획관과도 17대 국회 때부터 언론정책 밑그림을 긴밀히 의논했던 사이다. 현재는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위원장을 맡아 당의 언론정책을 총괄한다.

보수 단체·보수 언론·방통심의위의 ‘공생 구조’


‘실세 3인방’과 정병국 의원 정도가 여권 언론정책의 ‘몸통’에 속한다면, 언론 관련 보수 시민단체들은 ‘손발’에 해당한다. 공정언론시민연대(공언련), 미디어발전국민연합(미발련) 등 언론 관련 보수 단체들은 여론전을 앞장서 수행하는 첨병이다. 이들 단체가 “방송의 편향성이 심각하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 보수 언론이 받아서 크게 기사화해주고, “편파 방송이다”라며 심의를 요청하면 방통심의위가 속전속결 심의를 거쳐 징계를 결정하는 식의 ‘공생 구조’가 순식간에 자리를 잡았다. 보수 언론이나 방통심의위가 편향성 시비를 염려해 나서서 하지 못하는 말을 시민단체라는 위상을 빌려 ‘질러주는’ 게 이들이 할 일인 셈이다.

이들 단체는 때에 따라 ‘인력풀’ 구실도 한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추천한 미발위 위원의 면면을 보면 보수 단체의 직함 서너 개를 한 번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미발위 위원으로 추천된 보수    성향 온라인 매체 <프리존 뉴스>의 강길모 편집인은 미발련 공동대표, 인터넷미디어협회 회장, 미디어개혁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보수 미디어 비평지인 <주간 미디어워치> 고문이기도 하다. 모두 성격이 엇비슷한 단체다. 또다른 미발위 위원인 변희재 회장, 이헌 변호사, 최홍재 사무처장도 3중·4중으로 겸직하는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종의 ‘시민단체 숫자 뻥튀기’가 작동한 결과다. 앞으로도 미발위와 같은 ‘전위 부대’나 방문진·KBS 이사로 중용할 인물이 필요할 때면, 이들 보수 단체 출신 인물이 선택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표 참조). 실제로 몇몇 원로급 인사들이 방문진·KBS 이사 자리를 노리고 벌써부터 ‘자기 세일즈’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 외에 한때 KBS 사장 1순위로 거론되던 김인규 전 방송특보(현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정무·기획통으로 알려진 이화여대 김원용 교수(디지털미디어학부) 등이 언론정책 전반에 대해 막후 조율과 조언을 한다고 알려졌다.

“엉뚱한 충성 경쟁 때문에 큰 그림이 꼬였다”


당·정·청을 아우르는 유기적인 ‘몸통’에다 보수 시민단체의 외곽 지원, 거기에 ‘실세’들의 물밑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얼핏 보아서는 물 샐 틈 없이 잘 짜인 진용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의외의 목소리도 들린다.

여권의 언론정책을 고안하는 데 깊숙이 개입한 핵심 참모는 서슴없이 “지금 여권의 언론정책팀은 ‘당나라 조직’이다”라고 혹평한다. 확실한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얘기다. 무슨 의미일까. “원래 우리가 그린 그림은 올해 말까지 조용히 가자는 거였다. 방송사 적자가 심해지면 방송법이나 민영 미디어렙 같은 관련 제도 정비는 필연이 된다. 싸울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권력 핵심부에서 ‘충성 경쟁’이 불붙었다. 이제 ‘누가 더 선명한 보수꼴통인가’를 가려야 하는 꼴이 되어버린 거다. 설익은 무리수가 난무했고, 알기 쉬운 선악 구도가 되니 여론전도 밀렸다.”

한때 ‘연내 일괄 처리’를 초조하게 외치던 여권이 이제는 6월 방송법, 8월 방문진 이사진 교체, 9월 KBS 이사진 교체, 9월 공영방송법·방문진법 처리, 연말까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이라는 긴 호흡의 로드맵을 이야기한다. ‘급히 먹는 방송에 체했던’ 집권 1년의 경험에서 나온 전술 변화다. 기동전에서 진지전으로 호흡을 바꾼 여권의 ‘2차 공세’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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