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장서윤기자] 탤런트 장자연 자살 사건과 관련,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경찰의 계속된 '말바꾸기'가 수사와 여론의 향방에 적지 않은 혼선을 빚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장자연 문건' 속 실명 인사 명단의 보유 유무,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 등 주요 수사 내용에 대해 경찰이 매번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장자연 리스트'와 문건 유출·보도 경위에 대해 언론에 '터뜨리기식' 브리핑을 진행했다 바로 다음날 입장을 바꾼데 이어 수사 주요 단서에 대해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가지 받고 있다.
우선 사건의 쟁점인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브리핑 과정이 그렇다.
경찰은 15일 "KBS로부터 실명이 거론된 문서를 확보했다"고 했으나 이틀 뒤인 17일에는 "실명이 지워진 문건을 받았다"로, 18일에는 아예 "리스트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실명 확보 없이 어떻게 수사를 진행할지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자 19일에는 "'리스트'라고 정리된 것은 없지만 실명은 확보했다"고 또다시 말을 바꿨다.
문건의 구체적 내용을 최초 보도한 KBS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18일 "KBS가 밝힌 것처럼 '불에 탄 종이조각과 사본을 쓰레기봉투에서 함께 발견해 보도했다'고 한 것은 경찰 수사결과와 다르다"며 의혹이 있는 것처럼 말했으나 20일에는 "KBS의 문건 입수 경위에 대한 보도내용을 조사한 결과 KBS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졌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숨진 장씨가 죽기 직전 통화한 내역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했다. 20일 경찰은 "숨진 당일 고인은 문자 1건을 지인에게 보냈고 전 매니저 유씨와의 통화는 없었다"고 발표했으나 22일에는 "고인의 삭제된 문자메시지를 복원한 결과 죽기 전 유씨에게 3건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바꿔말했다.
이밖에도 사건의 핵심인물인 장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모 씨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통화하지 못했다'라고만 일관하고 있어 의문점을 낳고있다. 김모 씨는 이미 10여일 전부터 언론매체 3~4군데와 직접 인터뷰를 하거나 전화인터뷰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도 유독 경찰만 "연락이 안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
또, 경찰이 원본 여부를 감식하겠다며 유족과 유모 씨가 태운 문건 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했지만 "재가 모두 타버려 원본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점도 수사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게 하는 부분이다.
고인이 자살한지 보름이 넘어가면서 고(故) 장자연 사건은 자살 경위를 넘어 연예계 성상납 관행, 고위 인사들과의 연루 가능성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 경찰이 세간의 온갖 의혹을 씻어내기 위해선 정확하고 신빙성있는 수사 결과를 밝히는 등 소신있고 적극적인 태도가 절실한 때다.
현장르포, 고 장자연의 소속사 전 사무실을 가보니… 입력: 2009년 03월 20일 15:09:54 스포츠칸이 최초 보도(3월 17일자 18면)한 고 장자연의 소속사 D엔터테인먼트의 전 사무실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중략> 20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 수사 이후 누군가가 1층과 3층의 서류들을 정리해서 가져갔으며, 건물 뒷편에는 파쇄기로 분쇄된 쓰레기봉지 3개가 버려져 있었다’고 했다.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번 수사에 필요한 자료들이 초동수사 부재로 인멸됐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