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대선 때 낚였지만 비관 말자"
- 저자와의 대화..."정치 재개? 국민이 원해야..."
(오마이뉴스 / 김영균, 유성호 / 2009-03-30)
유시민(51)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30일 지난 2007년 대선을 평가하면서 "어떻게 보면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에) 낚였다고 말할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정치적 사행심이 있었고,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 출연해 이 같은 요지로 말했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크게 비관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개인 저서를 펴낸 유 전 장관은 이날 저자와의 대화에서 2007년 대선과 이명박 정부의 공안탄압, 직업정치 재개 여부 등에 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대선 허위-과장광고에 국민이 낚인 것은 정치적 사행심이 있었기 때문"
유 전 장관은 우선 지난 2007년 대선에서 "국민들의 판단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국민들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참여정부와 관련 있는 대선 후보가 (경제살리기 등을) 제대로 못해줄 것 같으니까 이명박을 선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참여정부가 해 놓은) 남북관계, 언론 자유는 그대로 가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일자리는 더 많이 만들고 경제성장률 높이고, 소득도 늘어날 줄 알았는데, 풀고 보니 이런 패키지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허위 광고, 과장 광고"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국민이 낚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말도 이때 나왔다.
집권 2년차인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유 전 장관은 "현 정부가 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운다고 했는데, 세금 줄여 강부자들 돈 왕창 갖다주고, 세금이 줄어드니까 국채를 발행해 국민들은 이자까지 쳐서 또 세금 낸다"며 "법질서를 세운다면서 유모차, 예비군 다 잡아가는데,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공약) 패키지 속에서 이런 게 튀어나올 줄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관해서도 그는 "친북좌익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 같다"며 "도덕적으로 완전히 망가뜨려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을 좌익사상의 멸균실로 만들려는 것"이라는 표현도 썼다.
"박정희·전두환 시절에 비교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별 게 아니다"
하지만 유 전 장관은 "지금 상황에 비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희망론을 내세웠다. 그는 "이번 일로 부패한 세력은 절대 유능할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이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이 아주 나쁜 상황은 아니다"라며 "박정희·전두환 시절에 비교해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별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신영철 사건과 같은 일도 보수가 법원을 장악하려다가 반 정도 해놓고 실패한 것 아니냐"며 "지금은 옛날처럼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현실을 너무 비관할 필요없다"고 밝혔다.
자신의 정치 재개에 대해 유 전 장관은 "국민들이 원한다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로 정당도 만들 수 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그의 말은 당장 정치를 재개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국민이 원할 때 정치도 할 수 있다"는 원칙론에 입각한 말이다.
유 전 장관은 가장 후회할 일로 "지난 2002년 정치를 시작한 것"을 꼽기도 했다. 민주당으로의 복당 가능성의 거의 없다고 답했다. 정동영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에 관해서도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 김영균,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