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을 위한 변명

가자서 작성일 09.04.17 19: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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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안희정을 위한 변명

분류없음 2009/04/17 09:10 우상호 http://blog.ohmynews.com/woosangho/269959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곳은 88년 서울 구치소였다. 고려대학교 학생운동권의 지하 지도부의 일원이었던 그는 무슨 학생조직 사건으로 잡혀와 있었다. 바로 옆 건물 독방에 있었던 터라 하루 30분씩 하는 운동시간에도 만날 수 있었고, 면회를 다녀오다 지나치면서 자주 대화할 수 있었다.

  그 때 면회 다니던 여성이 지금의 부인인데 ‘당시 고려대학교 여학생’으로선 상당한 미인이었다.

  “어이 안희정. 오늘도 애인이 면회왔는가?”
  “그럼요.”
  “그런데 말이야. 원래 운동과 연애는 양립할 수 없으니 연애를 하지 말자고 하지 않았나?”
  “그건 말이죠. 연애를 하면 학생운동을 잘 하지 못할 ‘형 같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고, 두 가지를 다 잘하는 것이 정답이죠.”

  대화하다보면 늘 한 방 먹는 쪽은 나였다.

  출옥 후 만나 소주잔을 기울일 때 그는 이런 고백을 털어놓았다.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받다가 조직의 핵심부와는 거리가 있는 후배 한 명을 불었는데, 그 후배가 옆 방으로 끌려와 고문 받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너무 괴로워서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한다. 아무리 하부 구성원이지만 조직원을 보호하지 못한 자신은 더 이상 운동권의 지도적 위치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반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남을 도와서 사회의 발전을 이루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숙명적 만남이 안겨준 고통들

  바로 그 ‘남’이 나중에 노무현 대통령이 될 줄은 몰랐다. 안희정이 노무현을 만난 것은 어쩌면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노무현을 선택한 이후 그의 인생은 늘 형극의 연속이었다. ‘오아시스’라는 물장사를 떠맡을 때도 나는 말렸다.

  “사업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는 거야. 하지 마.”
  “어떡해요. 저 말고 할 사람이 없는데. 그러지 말고 투자할 사람 좀 소개해 줘.”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떠맡은 물장사 때문에 그는 한때 신용불량자가 될 정도로 고통 받았다. 여기 저기 돈 만들러 다니느라 애를 썼지만 그 사업이 성공할 리는 없었다. 생활의 책임은 늘 부인 몫이었다.

  그가 모시던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된 이후 그는 더욱 고통스러워졌다. 남들은 모시던 분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고생이 끝났다고 축하해주었지만,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연일 나라종금 사건이 텔레비전에 보도되면서 그는 부도덕한 사람으로 묘사되었다. 검찰에 불려 다니면서 조사를 받는 동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적응을 못하고 문제아가 되었다. 아마도 반 친구들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안희정 때문에 아이들을 놀리지 않았나 싶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기 어렵다고 전학을 가라고 해서 일산으로 긴급히 전학을 가게 된 일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급히 내놓은 집은 안 나가고 아이들은 이미 전학을 했으니, 초등학생들을 부평에서 일산으로 등하교를 보낼 수도 없고, 급히 집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아내가 월급 등을 모아 고생해서 산 집을 추징금을 내기 위해 판 이후, 그는 2년마다 전셋집을 옮기며 살아가야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사할 장소는 아이들이 다니는 대안학교 근처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노무현 후보캠프 대선자금 모금의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생활을 시작했다. 학생시절 면회를 다니던 그 구치소에, 그의 부인은 다시 면회를 다녀야 했다.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그의 아내와 아이들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우울증에 시달렸다.

  감옥에서 출감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로 들어가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도와드리라고 조언했지만, 안희정은 부담을 드리기 싫다며 공직을 사양했다. 대신 그는 아이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에서 부모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시작했다.

  그는 명실상부한 노무현 캠프의 핵심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동반자였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화려한 공직이나 넘치는 재산이 아니라, 감옥행이었고 고통 받는 가족이었다. 심지어 대통령의 오른팔이라는 사람이 생활비가 없어서 쩔쩔맨 적도 있었다. 그가 아무에게나 손을 벌리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쩔쩔맬 때 강금원 회장이 전세 보증금, 추징금을 내도록 돈을 빌려준 것이 잘못된 것일까? 굶고 살지 않도록, 혹은 나쁜 의도를 갖고 접근하는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회사의 고문으로 위촉해 월급을 준 것이 그렇게 부도덕한 거래일까?

이제 그만 그를 괴롭혔으면 좋겠다

검찰에서 강금원 회장과 묶어서 안희정의 정치자금 문제를 수사한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나는 심란해서 소주를 들이켰다. 그는 국정을 농단한 사람도 아니고, 권력을 등에 업고 호의호식한 사람도 아니다. 만약 정치적 의도 때문에 그를 다시 건드리는 것이라면 정말 답답한 일이다.

  이제 이쯤에서 그만했으면 좋겠다. 나라에 벌금내기 위해서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생활비를 받은 것 등은 솔직히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닌가? 강금원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하고 더 친한데, 그의 오른팔에게 잘 보이려고 도왔겠는가?

  잘못이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처벌은 사회적 공감대가 있을 때 그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이권을 위해 결탁하거나 대가성이 있는 금품이 정치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오간 것도 아니고, 재산도 없고 수입도 없는 안희정이, 이사 가고 벌금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도움 받은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일로 보인다.      

2.노무현의 고백과 정치인의 아내

분류없음 2009/04/10 09:00 우상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씨에게 돈을 빌려 썼다고 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홈피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 기사를 보는 마음이 착잡했다. 씹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고소해 하듯이 깨끗한 정치인의 표상인 노무현 대통령 일가가 망가져서가 아니다. 시대의 풍운아 노무현 같은 사람을 남편으로 둔 정치인 아내 권양숙 여사의 고단한 삶이 떠올라서다.

정치인의 아내는 고단하다. 잘난 남편을 둔 덕택에 하루도 마음 편하게 살 수가 없다. 일은 남편이 벌이고 뒤처리는 아내가 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정치인일수록 부인들이 고생한다. 아들 노건호 씨가 어머니는 단 돈 1000원이 없어서 눈물 흘렸던 분이라고 하지 않던가!

“권여사가 주식투자를 하다 망한 것도 아니고 왜 돈이 필요했겠어? 다 남편이 벌여놓은 일 수습하려고 돈이 필요했겠지. 노 대통령이 그런 문제를 세심하게 챙기는 사람도 아니고, 자기야 대통령이니까 국정에 전념하면 되지만, 영부인이야 그럴 수 있나? 대통령이 빚도 안 갚는다고 빚쟁이들이 떠들고 다니니까 입 막으려고 빌렸겠지. 이러나 저러나 정치인들 마누라만 불쌍하다니까.”

뉴스를 보다가 집사람이 한마디 한다. 나 들으라는 뜻도 담겨 있는 것 같아 신문만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돈 받는 아내들

정치인의 아내도 돈을 받는다는 사실은 2006년 지방선거 후에 이른바 한나라당 공천헌금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부각되었다. 박성범 전 의원의 부인인 신은경씨가 명품 가방을 선물받았다가 돌려준 사건이 알려졌고, 김덕룡 전 의원도 부인이 수억원대의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서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누가 정치인의 아내에게 돈을 주는가? 대개 지방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갖고 있는 정치지망생들이다. 평소 부인이 남편대신 지역구를 관리하고 있는 경우 이런 저런 당의 행사에 참여하여 교분을 쌓다가, 중요한 순간에 선물공세, 돈 공세를 하는 모양이다.

부인이 지역여론을 전하는 척 하면서, 아무개가 제일 평판도 좋고 당 활동도 열심히 하더라는 식으로 남편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베개머리 송사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것일 텐데, 그럴 경우 부인이 돈 받은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남편이 모르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권 여사는 남편의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에게 돈을 빌리는 일은 대가성이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정치와 관련된 것도 아니니까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어쨌든 안타까운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통

이번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일이라서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밝히기 싫은 사실을 고백했을까? 검찰이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까지 조사하니까 아예 자신과 관련된 사실을 다 까버리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사실 자신을 둘러싼 친인척, 측근, 동창, 후원자들이 1년 내내 세무조사, 검찰조사를 받으며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몇 십년 몸담은 정치의 종착역이 주변 사람들을 다 감옥에 보내는 것이란 말인가 회한이 들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곤욕을 치르게 하느니 본인이 직접 짐을 지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인데, 참 괴로울 것 같다.

사진은 연합뉴스에서


그런데 이 사건이 과거의 정치자금 스캔들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살아 있는 권력이 재벌과 정경유착을 했다. 말하자면 현직 권력자와 실세들이 재벌에게 수백억의 돈을 받고 은행의 특혜대출을 알선해주거나, 인수합병 같은 큰 건을 도와주는 식이다.

이런 정경유착은 국가적으로 부정부패를 만연시켜서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국가적인 범죄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이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은 것은 누가 뭐래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박연차씨와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는 부산지역의 상공인인 박연차 씨가 부산 출신의 정치인을 후원하면서 발전된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 다른 스캔들과 다소 다르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무슨 큰 경제적 대가가 오간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은 전직 대통령이 돈과 관련한 일로 자꾸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참 묘하다.

대통령과 그의 후원자가 관련된 사건이라 상당히 자극적이긴 한데 수사가 자꾸 편파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 그럴까? 박연차씨가 당을 가리지 않고 정치인 후원을 했다는데, 유독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들만을 향해 칼을 겨누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정치인을 도우면서 왜 법에 정해진 절차를 받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액수가 그렇게 많은지 비판할 수 있고, 또 처벌도 가능하겠지만, 정치인의 후원자를 저런 방식으로 매달기 시작하면 몸이 성할 중진 정치인이 과연 한나라당에도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한나라당 실세인 이재오 전 의원은 무슨 돈이 있어서 미국에서 1년간 유학을 하고, 세계일주, 미국일주를 했을까? 꽤 비용이 들었을 텐데 돈을 빌린 것일까? 박연차 씨 같은 후원자가 있었나? 만약 정권이 바뀌면 비슷한 수사가 또 이루어질까?

궁금증이 많으면 다칠지 모르니 이쯤에서 입을 닫아야겠다. 시절이 참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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