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회장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것이다"
(이달 1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12일 같은 홈페이지)
노 전 대통령에게 경제적 도움을 줬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색깔이 이번 검찰 수사로
명확히 갈리게 됐다.
두 사람 모두 구속수감된 처지이지만 지금까지 검찰 수사로 드러나는 이 두 후원자의 색깔은 보색대비(補色對比, 보색 관계
인 두 색을 같이 놓을 때 서로 영향으로 더 뚜렷하게 보이는 현상)를 이루는 모양새다.
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보낸 돈은 ㈜봉화에 투자한 70억원으로 검찰은 이 돈이 정상적인 투자금이어서 뇌물로 보기 어
렵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보낸 돈은 아직 의혹투성이다.
검찰은 그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보낸 100만 달러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
등 모두 600만 달러를 노 전 대통령의 몫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도 검찰에서 이 돈을 정 전 비서관이나 연씨를 `종착지'로 준 게 아니라 노 전 대통령 측의 요구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박 회장의 진술을 씨줄과 날줄 삼아 포괄적 뇌물 혐의라는 그물망을 짜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런 보도가 나오자 즉시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반박했다.
박 회장이 검찰에 어떤 `약점'을 잡혔는지,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17일 홈페이지에 `강금원이라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
려 강 회장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박 회장과 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라는 범주로 함께 묶였지만 정가에선 이들 두 사람이 그다지 친분이 없는데다 후
원의 성격도 다른 차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사업을 도우려고 강 회장, 박 회장, 정 전 비서관이 모인 2007년 8월 `3자 회동'에서도
"홍콩계좌에 500만 달러를 가져가라"는 박 회장의 제안을 "불투명한 돈"이라는 이유로 거절한 것도 강 회장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구속 전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박 회장은 정권 창출에 기여한 바도 없고 돈으로 권력을 산 로비스트로,
나와는 질이 다른 사람이라 같이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언짢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강 회장의 이런 언급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이 굉장히 기분 나빠 했다.
오히려 박 회장은 강 회장을 자기와 같은급수로 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였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두루 `보험금조'로 금품을 건넸던 박 회장에겐 노건평씨를
통해 알게 된 노 전 대통령도 그의 폭넓은 정치인 지원의 한 줄기였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하게 `친구의 동생'이 대선에 당선되면서 박 회장이 `대통령의 남자'로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두 후원자 모두 노 전 대통령 측에 수십억원을 건넸지만 한쪽은 정상적인 투자금이 됐고 다른 쪽은 대가성이 있는 검은돈이라
는 의심을 받게 된 것도 노 전 대통령과 이들이 맺은 `관계'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다.
노 전 대통령은 이제 `어제의 후원자' 박 회장과 등을 지고 검찰 조사실 또는 법정에서 상대방이 `거짓말쟁이'임을 밝히기
위해 날을 세워야 하고 동반자인 강 회장의 침몰을 지켜만 봐야 하는 그야말로 모진 운명에 놓이게 된 셈이다.
궁지에 몰린 너구리처럼 추악한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