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차려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회관 입구에는 밤새 정치인과 일반인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경찰은 밤새 최소 1만명 이상의 조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날 오후 8시40분쯤부터 노건호씨와 노정연씨 부부 등 유족들의 분향을 시작으로 조문이 시작된 뒤 24일 새벽까지 조문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을 확인한 뒤 실신해 입원까지 했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빈소에는 또 문재인·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노무현 정부 각료와 참모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가장 먼저 상주인 장남 노건호씨가 술잔을 올린 뒤 절을 했다. 건호씨는 슬픔을 이기지 못한 듯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어 노정연씨 부부가 헌화했다.
정치인으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가장 먼저 분향·헌화했고, ‘정치적 스승’이었던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노무현 정부 첫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았던 문희상 국회부의장 등의 조문이 이어졌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조문할 때는 안희정 최고위원이 직접 술을 따르기도 했다.
이어 유 전 장관과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등 노무현 정부 각료들이 함께 조문했다.
특히 유 전 장관은 술잔이나 국화꽃을 올렸던 다른 조문객들과는 달리 갑자기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촛불에 불을 붙인 뒤 노 전 대통령의 영전에 바쳤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였던 유 전 장관의 이런 행동은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서거하기 직전 경호원과 나눈 마지막 대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 전 대통령은 전날 오전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지기 직전 동행한 이병춘 경호과장에게 “담배가 있느냐”고 물었으나 이 과장이 “없습니다. 가져올까요”고 하자 “됐다”고 답하고는 잠시 뒤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밖에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권영길 전대표,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전 대표 등 정치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임태희 전 정책위의장도 24일 새벽 조문을 했다. 여권 정치인이 봉하마을을 방문, 노 전 대통령을 조문한 것은 임 의원이 처음이다.
앞서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를 마치자마자 안상수 원내대표, 정몽준 허태열 공성진 박순자 박재순 최고위원, 김성조 정책위의장, 김정훈 부산시당위원장 등이 양산 부산대 병원을 찾았다. 빈소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애도를 표했다.
일반인 조문객들의 발길도 새벽까지 계속됐다. 상당수의 노사모 회원들은 밤새 촛불을 밝히며 빈소를 지켰다.
반면 봉하마을을 방문했던 일부 정치인들은 노사모 등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저지로 조문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오후 10시15분쯤 봉하마을을 방문한 한승수 국무총리 등 정부 조문단은 노사모 회원들이 버스 진입을 가로막아 조문을 못하고 철수했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조문을 거부당하고 차량에 계란세례를 받았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오후 10시5분쯤 부인 민혜경씨 및 보좌진과 함께 봉하마을을 방문했으나 노사모 회원과 주민 등 100여명이 “필요없다” “물러가라”며 막아서 3~4분 뒤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