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찍은 게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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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찍은 게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기라.”
서거 후의 노무현 대통령을 찾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참 이상한기라. 대통령 선거에 노무현이 찍었다고 손가락 잘라버리고 싶었을 때가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노무현을 찍은 게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기라. 그 사람 대통령 만들지 않았으면 죽지도 않았을 거 아이가. 평생을 인권 변호사로 가난한 서민들 잘 돌봐줬을 건데….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직인기라.”
“쓸데없는 소리 작작해라. 나도 가슴 아프데이. 그 당시 대통령 후보가 워낙 많아서 누굴 찍을까 망설였다 아이가. 그란데 ‘노무현의 눈물’이란 방송을 보고 그를 찍은 기라. 가난한 서민 대통령을 바랐던 거지. 당선되자 기대가 컸제. 하지만 있는 놈들보다 못한 정치를 하는 것을 보고 나 역시도 손가락 뭉텅 잘라버리고 싶었어. 아나? 부산 영도다리 위에서 손가락 자르겠다고 벼르던 사람들이 머리카락 수만큼이나 많았다 아이가. 그때 노무현을 찍은 거 참으로 후회 많이 했지. 하지만 지금은 더 후회가 돼. 자네 말처럼 나도 노무현 대통령을 직인기라.”
노무현을 찍은 게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기라
▲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객이 땅버닥에 엎드려 통곡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봉하마을을 찾은 조문객은 60여만명이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며칠 사이 사람들을 만나면 다수가 ‘자괴감’으로 힘겨워하거나 ‘내 탓’임을 강변한다. 좋은 사람을 잃었다고 안타까워하며 분루를 삼키지 못한다. 오죽했으면 그처럼 강건했던 대통령이 죽음의 골짜기로 내달았을까. 마치 한 편의 시구절과 같은 유언장을 보면 불과 보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인간적 고뇌가 다 스며있다. 세상 모두와 절명하고자 했던 결단의 순간이 느껴지는 듯하다. 죽음에의 결단은 그 모든 불협화음은 대통령 당신 스스로 조율을 잘못했던 결과였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_ 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전문
혜안과 달변으로 숱한 수구골통들을 제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녕 마지막 순간에 이처럼 단순명료하게 생을 마감하기로 작정했을까. 절대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비주류로서 대한민국 주류와 맞서 싸운 ‘바보 노무현’이 더 이상 버텨 내지 못할 운명이었을까. 짱짱하던 그의 포효와 달리 너무나 쉽게 이승의 끈을 놓아버려 당혹스럽다. 그는 알고 있을까, 그 동안 사사건건 그를 비토 했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당신의 영면을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요즘은 어렵사리 치료했던 우울증이 도져 잠도 못 자요. 괜히 한 인간이 미워지는 거예요. 텔레비전 화면에 설핏 얼굴이라도 비치면 등골이 오싹해져요. 내 눈에는 저승사자보다 더한 얼굴 꼬락서니를 하고 있어요. 사람 잡아 먹는 흡혈귀도 그런 얼굴을 하지 않을 거예요. 괜한 사람을 죽여 놓고도 너무나 뻔뻔한 얼굴이에요. 더욱이 한심스러운 것은 그런 사람을 대통령 만들어 놓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지금 마음 같으면 그 사람들 용서할 수 없어요.”
“걱정 말아요. 사필귀정이라 했듯이 반드시 죄 값을 달게 받을 테니까. 어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답디까. 그렇게도 부정한 짓을 많이 한 사람들도 버젓이 고개를 쳐들고 사는데 너무 했어요. 물론 노무현 대통령을 신망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청천벽력 같은 낭패였을 테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쯤은 충분히 묻어둘 수 있었어요. 그렇다고 대통령으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불의한 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은 용납 받을 수 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간덩이 부은 사람들에 비하면 지푸라기 같은 일을 연일 들춰내서 부풀리고 까발리니 가뜩이나 자존심이 강한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에서 그냥 당할 작정은 아니었을 겁니다.”
“맞습니다. 자신의 결백함을 단정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 노무현을 파렴치로 몰아세우는데 대한 강변으로 죽음을 선택한 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죽음 그 자체는 정당한 게 아니에요. 굳이 그러한 방법을 택하지 않고 법정에서 분연히 맞설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물론 그렇게 되면 대통령 노무현의 존재는 여느 대통령보다 빛바래지고, 그의 집안사람들과 좌청룡 우백호들은 죄다 법적 단죄를 받아 영어의 신세가 된다는 게 불 보듯 합니다. 그렇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적으로 그들을 살려내기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보다도 현 정권이 그의 목을 옥죄었던 것이에요. 현 정권의 악다구니가 너무 괴로웠던 거예요.”
필자는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노사모’ 회원도 아니요, 무대 앞이나 무대 뒤에서 한결같이 ‘노무현!’을 환호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지만 어제 봉하마을로 조문 가려다 피치 못한 사정으로 발길을 되돌리다 만난 ‘노사모’ 회원들에게 엿들은 가슴쓰린 이야기들은 정작 제도권 언로를 통해서 현상적으로 귀동냥한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들에게 있어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팀의 대표였으며, 전체를 건실하게 이끈 리더였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마른 날에 날벼락처럼 선장을 잃었다.
26일 저녁, 보석으로 풀려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 중의 하나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았다. 강금원 회장은 기자들에게 이명박 정부와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럴 수가 있느냐"고 흐느꼈다. 그는 특히 "일국의 대통령을 하셨던 분인데, 그렇게 치사한 방법으로 사람을 괴롭히느냐"고 항변한 뒤, "(노 전 대통령이) 다 나한테 얘기했다. 절대 그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더 할 얘기가 없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명예롭게 사신 분"이라고 말하고는, 돌아섰다.
"노 전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
"노 전 대통령은 명예롭게 사신 분"
생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강 회장 구속 직후인 지난 4월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글을 올려 강 회장에 대한 인간적인 비애를 내비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강금원이라는 사람'이란 제목의 글에서 “강 회장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것이다. 이번이 두 번째"라며 "미안한 마음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또 "강 회장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대통령이 아니라 파산자가 되었을 것"이라며 "강 회장은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라고 소개했다. 그리고는 '면목 없는 노무현'이라는 말로 이 글을 맺고 있다.
_ 오마이뉴스, 2009. 05. 26. ‘강금원 회장이 일주일만 먼저 석방됐더라면?’ 기사 부분 인용
저녁 뉴스에 오늘까지 봉하마을 조문객 수가 60만에 이른다는 보도다. 전국에 걸쳐 추산하면 벌써 수백만이 운집하고 있다. 근데 무엇으로 하여금 서거 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찾게 하는 것일까?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 일이지만, 그러나 유독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식분향소 설치 거부이유를 밝히면서 “아이들이 자살한 사람에게 뭘 배우겠나?”며 시민들과 막말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시장이 있어 참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