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시청자 사과 없으면 이병순 퇴진투쟁"
"시청자 사과 없으면 이병순 퇴진투쟁"
KBS 기자·PD 총회 등서,4~5일 보도본부장·국장 불신임 투표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추모열기를 축소하고 파행을 계속했다는 안팎의 비판이 KBS 취재거부·냉대 등 극심한 지경으로 확산된 데 대해 KBS PD들과 기자들이 각각 사장퇴진 투쟁을 예고하고 보도본부장·보도국장 (불)신임투표에 돌입키로 하는 등 KBS가 내부비판의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KBS 기자협회(회장 민필규)는 1일 오후 6시부터 운영위원회를 열어 3시간 넘게 격론을 벌인 결과 4일과 5일 양일간 노 전 대통령 서거 정국 관련 보도 등의 책임을 물어 김종율 보도본부장과 고대영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벌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기자협회는 3일 저녁엔 기자 전체의 총의를 묻기 위해 총회를 열기로 했다.
KBS 기자협회 보도본부장·국장 4∼5일 불신임투표키로
기자협회가 실시하는 본부장·국장 신임투표는 별도의 규정이나 구속력은 없어 보도국 책임자들에 대한 기자들의 의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의미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기자협회의 한 운영위원은 "이번 KBS의 일주일 여의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이 때문에 국민들의 외면 받고 있어 책임 물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가 마련된 것"이라며 "무엇을 할 것인지를 두고 추상적인 토론회 같은 것을 하기보다는 기자들의 의사를 물어 바로 보여주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전 대통령 서거 정국 보도와 관련해 "양적인 부분도 부족했고, 진행도 파행을 겪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지난해 8월말 이병순 사장이 취임한 이후 쌓여왔던 것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결정적으로 터지게 돼 치명타를 맞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풀이했다.
KBS PD협회 '이병순 사장 대시청자 사과·책임자 문책' 요구…거부시 퇴진투쟁
한편, 이날 낮 총회를 열었던 KBS PD협회는 이날 밤 성명을 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이병순 사장의 대 시청자 공식 사과 △이번 사태를 몰고온 편성·제작·보도 책임자 엄중 문책을 요구하는 한편,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사장 퇴진운동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 등을 밝혔다.
KBS PD협회는 성명에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KBS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라며 "그 첫 번째 책임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핑계로 부당한 지시와 압력에 쉽게 굴복하면서 스스로 나약한 월급쟁이일 뿐이라는 자괴감을 변명으로 삼아 온 우리 자신의 비겁함을 통렬히 반성한다. KBS의 주인인 국민과 시청자 앞에 우리는 이에 대한 어떠한 비판과 채찍도 달게 받아야 한다"고 자책했다.
KBS PD협회는 그러나 "이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이병순 사장과 경영진이 져야 한다"며 "도대체 왜 당신들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후배 기자, PD들이 돌팔매를 맞아가며 취재를 해야 하고, 왜 중계차와 카메라 사우들이 날아오는 의자를 피해 도망가는 치욕을 견뎌야 하는가. 당신들은 정권에 빌붙어 몇 년 만 버티면 될지 모르지만, 십년, 이십년을 KBS 이름 아래 '공영방송이라고 우기며' 살아야 할 후배들은 무엇으로 버텨야 하는가"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일주일 여 보도·방송 파행으로 국민에 외면·돌팔매…근본적 책임 묻기 위함"
KBS PD협회는 "한번 무너진 국민의 신뢰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 우리가 외면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국민들의 철저한 외면과 응징이 두려울 뿐"이라며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 KBS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시청자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KBS PD협회가 1일 밤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나락으로 추락한 KBS, 이병순은 책임져라!
온 국민이 비통함에 잠겨있던 지난 주, KBS의 구성원들은 전임 대통령을 잃은 슬픔에 더해 참담함과 굴욕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국민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어야 할 시간에 오락프로그램과 코미디 영화가 나가고, 어이없는 축소 보도와 방송사고 들이 잇따른 후, KBS의 PD, 기자, 스텝들 그리고 중계차들이 현장에서 쫓겨났다. 취재진들에는 물건들이 날아들고 멱살잡이가 이어졌지만 어떻게라도 방송을 메워야 했기에 KBS 로고를 숨겨야 했다.
광화문 돌담길과 인터넷에는 KBS를 비난하는 문구들이 가득 찼고, 시청자들은 TV에서 KBS를 지워나갔다. 9시 뉴스의 시청률은 MBC에 추월당했고 KBS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민심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정권의 방송, 관제방송으로 낙인찍혔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지난 10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땡전뉴스"의 오명을 씻고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라는 금자탑을 이룬 KBS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그 첫 번째 책임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핑계로 부당한 지시와 압력에 쉽게 굴복하면서 스스로 나약한 월급쟁이일 뿐이라는 자괴감을 변명으로 삼아 온 우리 자신의 비겁함을 통렬히 반성한다. KBS의 주인인 국민과 시청자 앞에 우리는 이에 대한 어떠한 비판과 채찍도 달게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이병순사장과 경영진이 져야 한다. 이병순사장과 경영진에 묻는다. 도대체 왜 당신들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후배 기자, PD들이 돌팔매를 맞아가며 취재를 해야 하는가? 왜 중계차와 카메라 사우들이 날아오는 의자를 피해 도망가는 치욕을 견뎌야 하는가? 만일 자리 욕심을 위해 KBS를 이렇게 망가뜨린다면 그것이 바로 해사 행위이며 배임 행위다.
시선을 낮춰 후배들의 슬픈 눈들을 찬찬히 보라. 당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렇게 처절히 망가진 KBS를 물려줘야 되겠는가? 당신들은 정권에 빌붙어 몇 년 만 버티면 될지 모르지만, 십년, 이십년을 KBS 이름 아래 "공영방송이라고 우기며" 살아야 할 후배들은 무엇으로 버텨야 하는가? 한번 무너진 국민의 신뢰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 우리가 외면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국민들의 철저한 외면과 응징이 두려울 뿐이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 KBS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시청자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우리는 사장과 경영진에게 요구한다.
- 이병순 사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하라!
- 이번 사태를 몰고 온 편성, 제작, 보도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라!
우리의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사장 퇴진운동을 포함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향후 발생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이병순 사장과 경영진에 있음을 밝혀 둔다.
2009년 6월1일 KBS 프로듀서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