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리에 사라진 한국의 슈바이처들

잠온닥!! 작성일 09.06.08 13: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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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파견의사' 40년여만에 역사속으로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해외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체가 기뻤는데 더 이상 기회를 주지않아

 

안타깝네요".

2004년 4월부터 4년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부 파견의사로 봉사했던 황혜헌(57) 경기도립의료원 포천병원장은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하지 않았던 귀국행 짐을 싸야했던 아쉬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세계의 오지를 누볐던 정부 파견의사가 40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정부가 해외협력사업의 하나로 1968년부터 의료진이 절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국비로 의사를 파견해 오던 제도를

 

작년 말로 없앴기 때문이다.

정부 파견의사들은 짧게는 수 년에서 길게는 30년 이상을 이름도 낯선 니제르, 스와질랜드, 서사모아, 레소토, 팔라우,

 

모리타니아 등에서 현지 빈민들을 치료했다.

지금까지 정부 파견의사로 일한 의사들은 총 28개국에 걸쳐 72명에 달한다.

이들은 의사였지만 때로는 민간 외교관이었다.

한국의 외교력이 미치지 않는 아프리카의 소국(小國)에서 멀게는 남북간 외교전과 유엔 가입,

 

가깝게는 여수박람회 유치 등의 크고 작은 이슈에서 주재국이 한국의 편에 설 수 있도록 설득하는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거창한 외교사안을 떠나 한국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는 나라에서 의술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귀중한 일이었다.

황 원장도 주말을 이용해 자진해서 무료진료 활동을 펼치고 한국으로 시집가는 베트남 신부들의 건강검진과

 

한국어 강습도 했다.

이처럼 장점이 많았음에도 정부가 정부 파견의사 제도를 없앤 이유는 경제적인 요인이 크다.

정부 파견의사와 군역을 대신해 해외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협력의사의 역할은 비슷한데,

 

그 비용은 정부 파견의사가 5배 이상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관계자는 "오지에서 일하는 정부 파견의사는 협력의사보다 수혜계층이 한정되는 등

 

효율성이 낮았다"면서 "비용 대비 효율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상당수 정부 파견의사들이 귀국했지만 이들이 맡았던 봉사활동의 빈 자리는 메워지지 않고 있다.

 

군역을 대신하는 협력의사의 할당인원이 1년에 20명으로 정해져 있어 변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파견의사가 없어지면서 오지에 있는 우리 교민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황혜헌 원장은 "후진국에 머무는 교민들의 경우에는 질낮은 진료 수준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교민들의 건강권을 챙기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의사들을 해외에 파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KOICA 관계자는 "의료진의 장기파견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수 주에서 수 개월 정도의 단기로

 

의료진을 저개발국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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