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폭로 김용철 변호사 근황

thisan 작성일 09.06.09 17: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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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삼성 비자금 의혹 폭로' 김용철 변호사 근황



뉴시스 | 기사입력 2009-01-0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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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삼성 특검이 출범한 지 10일로 꼭 1년이 된다. 뉴시스는 7일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를 경기 양평의 자택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언론이 나에게 관심이 있느냐"며 시큰둥했던 그는 인텁뷰를 하면서 자신의 일상 얘기를 하나, 둘씩 꺼냈다.

김 변호사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청바지에 스웨터 차림으로 나와 배추와 아욱 텃밭을 보여주고 마당에서 기르는 애완견 다섯 마리와 앵무새를 소개했다. 삼성의 감시를 피해 숨어 살았다는 컨테이너 옆에 새로 지어진 집에 들어서자 '혼자 사는 남자'의 집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가 보였다.

빨랫더미가 수북히 쌓여있는 방에서 그는 생상의 '죽음의 무도'를 들려줬다. 그러다 "TV에 끼워판 DVD플레이어로 CD를 들으니 음질은 못쓰겠다"며 스톱 버튼을 누른다. CD플레이어와 진공관 스피커로 들어야 제맛인데 모두 팔았다고 했다. 그는 '사치했던' 시절 생각없이 샀던 물건들을 팔아치우고 있다. 그는 "롤렉스 손목시계는 남대문에 팔았다. 진짜 주인한테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서울 서초동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주로 사법 피해자들의 사건을 수임하고 있다. 하지만 수임하는 사건이 많지 않아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혼자 일하고 있다. 요즘은 변호사 사무실보다 경기도 부천에 차린 빵집에 더 자주 출근한다. 빵집에서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손님에게 직접 빵을 팔고 있다.

셔터를 내리고 귀가하는 시간은 새벽 2시. 라디오 프로그램 '명음반 명연주'를 들으며 잠을 청한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 혼자 사니까 귀찮아서 그렇단다. 3500원 짜리 순두부 같은 것이 주메뉴다. 그렇게 그는 삼성 사건 이후의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대법원 판결에 관심없다. 양심선언 후회없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삼성의 관리에 국가기관이 마비됐고, 자신도 삼성의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고, 그래서 떳떳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원죄가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굳이 종교윤리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내가 폭로하기 이전에 잘못된 일들을 워낙 많지 하지 않았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삶도 당시 내가 했던 일의 죄값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둔 그는 전혀 관심 없다는 표정이다. 이미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했을 때 삼성의 진실은 뭍혀버렸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특본과 특검 수사, 1, 2심 판결을 거치면서 수사기관도 사법부도 불신하게 됐다. 그런데도 문제를 제기하는 법학자가 없는 대한민국이 한심할 뿐이다.

"내가 말하지 않은 비리도 많이 있겠지. 그런데 그것을 말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본질적인 문제가 저렇게 됐는데."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자 김 변호사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최근의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촛불시위대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했는데 본질적인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 비리 수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노건평씨 비리가 불거진 것은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면서도 "노씨가 사법처리된 것은 잘 된 일이지만, 수사의 주체와 객체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노씨를 잡아 넣은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면 노씨의 위치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앞으로 삼성과 어떻게 싸울 지 고민 중"

삼성 특검이 99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수사결과를 발표한 다음날, 김 변호사는 서울 한남동 특검 기자실을 찾아와 "특검이 삼성의 돈을 세탁해 돌려준 셈으로 특검의 위력을 실감했다"며 "이 문제를 매듭짓는데 인생을 걸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재의 그의 모습은 잠행(潛行)에 가까워 보여 지난 소회를 물었다.

그는 "사람들이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 시민단체 활동이나 정치는 원래 내가 해오던 일이 아니다"라며 "나는 언론에 노출이 되지 않았을 뿐, 내 할 일을 해왔다"고 대답했다. 주변에는 삼성 사건에 대해 책을 써보라고 권유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실존 인물들을 거론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다고 했다. 사제단 신부들로부터 종신사제가 되라는 제안도 받았단다. 그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경건하게 기도하고 그런 것 못한다"며 웃었다.

현재 그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법률 자문을 맡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삼성과 어떻게 싸울 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건희·이재용 부자(父子)는 개인으로서는 복받은 사람이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재화를 태어날 때부터 짊어졌다. 그런데 너무 큰 걸 짊어지고 가려니까 힘든거다. 그냥 내려놓으면 되는데. 어린 시절부터 '돈이 힘'이라고 배운 거다. 나도 돈이 많았을 때가 있었다.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런데 이제는 나를 아는 것 자체가 인생에 보탬이 안 되는 존재인 거다. 나를 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라고 하더라. 정말 친했던 법무부 관계자가 있어 밥이나 먹으려고 했는데 '왜 전화했냐'고 화들짝 놀란다. 내 전화 받는 거 자체가 불안한 거다. 나와 접촉 사실이 드러나는게 무서운 거다."

사람들이 변호사로서의 김용철을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법조계 능력이 뛰어나지 못해서겠지"라고 말했다가 "그런데 사법연수원 갓 나온 사람들도 잘 하는데, 나는 경력도 있는데, 헷갈린다"고 갸우뚱한다. "내가 검찰과 법원, 모두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또 삼성과 등진 사람에게 사건을 맡기고 싶지 않겠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법조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빵집이 있는 부천에 변호사 사무실을 여는 것도 검토 중이다.

배혜림기자 beh@newsis.com

정재호기자 next08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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