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무 화백이 그린 노대통령과 2mb의 차이

thisan 작성일 09.07.21 19: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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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만평> 신경무는 '노 대통령 스토커'?

 

2003년 12월에 내가 쓴 기사 제목이다. 당시 <한나라당> '차떼기'사건과 이라크 파병 논란의 와중에도 <조선일보> 화백 신경무의 만평 열 한 편 중 여덟 편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분석 기사였다. 심지어 <한나라당>의 '차떼기'사건을 그리면서도 노 대통령을 등장시킨다는 것을 지적했었다.

 

IE001075195_STD.jpg btn_rcm_s.gif btn_blog_s.gif btn_detail_s.gif▲ 2007년 6월 한 달 동안 <조선만평>의 비판 대상이 되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 조폭 아니면 교주의 모습이다. ⓒ 이봉렬 icon_tag.gif노무현

 

비슷한 맥락으로 지난 5월 16일, 신병률 경성대 교수가 참여정부 기간 <조선만평>을 분석한 논문을 내놓은 게 있다. 논문에 따르면 <조선만평>은 3일에 1번 꼴(전체 1401개 가운데 467개, 약 33%)로 노 전 대통령을 소재로 다뤘으며, "대통령 측근들, 총리를 포함한 장관들, 검찰,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 김정일 등이 풍자의 주된 대상인데도 노 전 대통령을 등장시켜 싸잡아 비판한 만평이 전체의 14.6%(467개 가운데 68개)였다"고 한다.

 

등장도 잦지만 그려지는 모습 또한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묘사된 빈도가 97.9%(457개)였으며, 긍정적으로 묘사된 경우는 없었고, 중립적이거나 모호하게 묘사된 경우가 2.1%(10개)였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했고,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이명박이다.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조선만평>의 주 비판 대상이 노 전 대통령에서 이 대통령으로 넘어 갔으리라는 생각에 지난 6월 한 달 동안의 <조선만평>을 분석했다. 일단 만평에 그려진 모습만으로 기계적으로 계산하자면 이 대통령의 등장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과는 달리 비판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중립적이거나 옹호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횟수가 잦았다는 데 중요한 차이가 있다.

 

IE001075194_STD.jpg btn_rcm_s.gif btn_blog_s.gif btn_detail_s.gif▲ 2009년 6월 한 달 동안 <조선만평>의 비판 대상이 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 ⓒ 이봉렬 icon_tag.gif김정일

 

비판의 대상으로 등장한 횟수만 따지만 1위는 단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모두 여섯 번이나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김 위원장의 모습은 나오지 않지만 북한을 등장시킨 것 두 번을 포함하면 모두 여덟 번으로 독보적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맞짱을 뜨고, 이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총을 난사하기도 한다. 김 위원장 옆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등장시켜 싸잡아 비판하기도 한다.

 

반면에 모두 열 번 등장한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비판하는 만평에 얼굴만 잠깐 비추거나,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을 임명할 때 중립적인 감독의 모습으로 서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독재자라 부를 때는 대통령을 쥐로 비유하는 세태를 빗대 그를 옹호하기도 한다. 중립 또는 옹호의 대상이 된 만평이 전체 열 편 중 다섯 편이다.

 

IE001075197_STD.jpg btn_rcm_s.gif btn_blog_s.gif btn_detail_s.gif▲ 2009년 6월 한달 동안 <조선만평>에 등장(비판의 대상이 아님을 주의)한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 위 노 전 대통령의 모습과 비교 해 보시길. ⓒ 이봉렬 icon_tag.gif이명박

<조선만평>이 이 대통령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경우는 모두 다섯 번인데, 그 마저도 비판인지, 홍보인지 애매하게 표현했다. 이 대통령의 '중도' 발언을 두고 '득도의 경지'에 올랐다고 표현하거나, 사교육 시장을 때려 잡는 모습, '민생투어' 하는 이 대통령의 모습 등이 대표적인 예다. 확연하게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라 여길 수 있는 건 '임기중 대운하 포기' 발언과 관련하여, 국민들을 내세워 '잇진 않겠대'라며 비꼰 만평 하나가 유일하다.

 

사흘에 한번씩, 그 중에서도 97.9%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채웠던 <조선만평>이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찌 이리도 무디게 변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횟수와 내용을 떠나, 노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캐릭터만 비교해 봐도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조폭을 닮은 날카로운 모습으로, 이 대통령은 부드럽고 정제된 모습이다.

 

다시 2003년 12월에 쓴 "<조선만평> 신경무는 '노 대통령 스토커'?" 기사로 돌아가자. 당시 기사에는 물음표(?)가 붙어 있다. 혹시 스토커가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조선만평>의 현재 모습으로 확인이 되었다. 이젠 물음표 대신 느낌표(!)를 붙인다.

 

<조선만평> 신경무는 노 대통령 스토커였다!

출처 : <조선만평> 신경무는 '노무현 스토커' 맞았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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