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엔디스크(Endisk)란 웹하드가 지난 22일부터 운영이 중단되어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엔디스크 홈페이지 역시 며칠동안 전혀 접속이 불가능하다가 뒤늦게 "서비스 중단 안내문"이란 창만 띄어 놓았다. 저번달 중순과 이번달 초에도 이와 유사한 사태가 있었지만 중단기간이 비교적 짧았음에 비해, 이번 중단은 무려 일주일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명목상 중단사유는 서버고장이라고는 하지만, 서버가 한 달 사이에 세 번이나 고장난다는 것은 말도 안되거니와, 점검기간이 1주일 이상 지속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바, 뭔가 냄새가 나는 듯 하다. 이하 엔디스크의 최근 행보를 통해서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추리를 해보고자 한다.
2. 엔디스크의 운영상 난맥상
엔디스크를 비롯한 웹하드는 자신이 업로드한 파일을 타인이 다운로드할 때 보통 10% 정도의 업로드 포인트를 지급하며, 일정수준 이상의 포인트가 적립되면 이를 현금이나 다른 포인트(가령 OK캐쉬백 포인트)로 전환시켜주는 이른바 '포인트뱅킹'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온라인상의 저작권 침해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포인트뱅킹 시스템의 존재때문인데, 심지어 한 달에 수백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저번 달 중순부터 엔디스크에서는 포인트전환이 안 되고 있다. 업체측의 해명으로는 포인트뱅킹을 처리하는 서버가 고장이 나서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고 하는데, 서버 고장을 한 달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거니와, 고장이 났다면 포인트 전환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신청버튼을 비활성화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신청한 포인트는 다시 돌려받지 못하고 "승인대기"라는 붕뜬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또 한 가지 의심스러운 대목으로는 최근 엔디스크가 소위 "반값 이벤트"라 하여 입금시 엔코인(다운로드 포인트)을 두 배로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포인트를 두 배로 적립해준다기에 많은 고객들이 입금을 한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고객들은 제대로 (불법) 다운로드를 받지 못한채 한 달 사이에 세 번이나 사이트가 중단되는 사태를 경험해야 했다.
3. 엔디스크의 운영업체 (주) 한국유비쿼터스기술센터의 현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검색한 (주) 한국유비쿼터스기술센터의 2008년도 감사보고서는 해당 회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아래 갈색부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망하기 일보 직전의 회사라고 한다.
회사는 2008년 12월 31일로 종료되는 회계연도에 26,436백만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였고 당기말 현재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4,506백만원 초과하고 자본은 12,155백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또한 금융기관 차입금 3,000백만원 등에 대하여 연체 중이고 회사의 관계회사에게 지급보증한 금액 3,481백만원에 대하여 대지급청구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한국 영화 제작가협회 등과 저작권관련 소송 및 저작료 부담 등으로 인해 회사의 영업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제반 상황은 당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중요한불확실성이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제반 상황은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여부는 동 주석에서 설명하고 있는 회사의 유상증자계획과 채무만기연장, 안정적인 매출 및 영업이익 달성을 위한 재무 및 경영개선계획의 성패에 따라 결정되므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회사의 계획에 차질이 있는 경우에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이 어려우므로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사업활동을 통하여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의 최종결과로 계속기업가정이 타당하지 않을 경우에 발생될 수도 있는 자산과 부채의 금액분류표시와 관련 손익항목에 대한 수정사항은 회사의 재무제표에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4. 짱공유에서의 퇴출과 지파일의 등장
"짱공유"라고 해서 여러 웹하드에 산재한 자료들을 검색해주는 일종의 중개사이트가 있는데, 최근 엔디스크가 여기서 퇴출되고 지파일(GFile)이라는 신흥 웹하드가 추가되는 일이 있었다. 엔디스크의 고객이 감소하고 지파일의 고객이 증가한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지파일과 엔디스크는 인터페이스가 너무나 흡사한 웹하드라는 것이다. 즉, 회원가입방법, 프로그램 디자인, 프로그램 작동방법, 포인트 획득방법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판박이인 것이다.
더 웃긴 것은 지파일의 운영업체인 "(주) 큐씨씨"의 주소가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425-1 세앙 아르비체 102동 206호"인데, 여기는 주상복합아파트라는 점이다. 엔디스크를 포함한 다른 웹하드 업체들은 모두 번듯한 사무실을 차려놓고 있는데, 지파일은 오피스텔도 아니고 평범한 가정집에 회사를 차린 것이다.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거나 급조된 회사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5. 음모론
위와 같은 일련의 사태를 종합해볼 때 뭔가 그림이 나오는 것 같다. 엔디스크의 회원들을 지파일로 빼돌려 (주) 한국유비쿼터스기술센터는 껍데기만 남고 알맹이는 모두 (주) 큐씨씨가 챙긴다는 시나리오인 것이다. 결국 (주) 큐씨씨는 엔디스크의 운영진이 채권자 및 저작권자의 책임추궁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설립한 회사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일 엔디스크의 운영이 재개된다면 그동안 발생한 중단사태는 회원들의 불안감을 조성하여 고객의 이탈을 유도하기 위한 고의적인 행동인 셈이다. 운영이 영구히 중단된다면 이는 이른바 먹튀에 해당하며, 지난 6월 중순과 7월 초에 있었던 일시적인 중단은 "운영중단으로 고객의 불안감 유도 → 운영재개로 고객의 안도감 유도"라는 고도의 심리작전에 해당한다.
그리고 엔디스크의 운영이 중단되든 재개되든 엔디스크의 회원들은 엔디스크와 가장 유사한 웹하드인 지파일로 이동하게 된다. 전자의 경우 거듭된 중단사태로 불안감을 느낀 회원들이 이탈하게 될 것이기 때문인데, 이는 엔디스크측에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음을 전제하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 회원들에게 이탈기회(자료정리, 포인트정리)도 부여하지 않고 영업을 중단하는 악질적인 행태가 될 것이다.
6. 맺음말
만일 위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엔디스크측의 행태는 상법학(商法學)에서 말하는 회사의 사해설립(詐害設立)에 해당하며, 소위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이 문제되는 사안이 될 것이다. 아무튼 위 글은 너무 앞서나가는 엉뚱한 발상인지도 모르겠는데, 음모론이 실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참고로 이 구절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명예훼손죄 또는 신용훼손죄 관련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쉴드를 친 것임).
- 추가사항 -
아래 dd님의 댓글에 의하면, 지파일은 예전부터 있었으며 원래는 파일노리와 유사하게 게시판에서 파일을 사고 파는 시스템이었지만, 올해 5월에 갑자기 엔디스크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리고 짱공유에서 엔디스크가 퇴출되고 지파일이 추가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라고 한다.
즉, 본문에서처럼 엔디스크 운영자가 새로 지파일을 만든 것이 어니라 원래 존재하던 지파일을 인수했다고 보는 것이 더 신빙성 있는 추측이 되는 것이다. 지파일의 인터페이스 변경 + 짱공유에서 엔디스크의 퇴출 및 지파일의 추가가 거의 동시에 맞물리게 된 셈인데, 원래 내가 구상했던 것보다 더 냄새가 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