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쯤에 같은 자리에서 금융위기 토론회를 할 때는 객석이 미어졌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람이 별로 모이지 않았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정부 말대로 위기가 해결된 것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에 지쳐서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마도 2개가 겹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됐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금년에는 마이너스 0.7%, 내년에는 4.3% 성장을 전망했다. 경이적인 숫자다. 그러나 근거는 별로 없어 보인다. 최근의 경기 회복 그래프를 연장해 보면 대강 4.3%가 나오는 것 같다.
재작년 말 나는 3중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약 10년마다 오는 산업순환상의 위기, 시장만능론이라는 30년짜리 지배 이데올로기의 위기, 그리고 100년에 한번쯤 오는 패권국가의 위기다. 추가로 제4의 위기인 에너지 위기를 주장했었다. 이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올해 4월 G20이 모였고 다음달에 또 모인다. 그러나 이들은 세계위기를 해결하지 못했다. 기껏 조세천국의 규제와 헤지펀드의 감독, 특별인출권(SDR)의 확대와 IMF 강화, 5조달러 규모의 경제부양을 약속했을 뿐이다.
지난 30년간의 세계 체제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이익을 위한 체제였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과 재무부가 이를 깨뜨릴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사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을 들고나왔던 것도 위기가 상당히 심화된 1933년이었다. 뉴딜의 핵심은 기존의 계급관계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루스벨트처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오바마는 미국의 달러정책을 깨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들이 이를 반기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자극정책뿐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재정을 풀어서 자극하는 정책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러나 전례 없던 일이기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파생상품 규제도 아직 안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재정정책을 쓰고 있다. 그 정책의 효과 때문에 가장 빠르게 경제성장률에서는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돈을 엄청나게 풀었는데도 돈이 돌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이미 금년 50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의 기조를 유지한다면 4년간 200조원의 적자가 쌓일 것이다. 빚더미에 올라가는 것이다.
정부 예산이 엄청나게 늘어난 곳은 거의가 건설부분이다. 보건, 복지, 교육은 줄어들었고 사회간접자본(SOC) 건설분야가 증가했다. 여기에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이 있다. 이 사업은 20조원으로 시작하지만, 일단 시행되면 100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이다. 삽질은 한번 시작하면 막지 못한다. 사업이 장기화되면서 매년 증가하고 확대된다. 녹색성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또 위기를 이유로 규제완화와 민영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재직시절을 돌이켜 보면 재벌들의 소원은 3가지였다. 출자총액 규제 폐지와 금산분리 폐지, 그리고 수도권 규제 폐지였다. 이 중 가장 큰 것이 수도권 규제 폐지였다. 현재는 이들이 대부분 풀렸다. 아마도 거대한 부동산 버블이 일어날 것이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지만 불확실하다. 우리나라 생산량의 대략 절반은 수출이 된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수출물량은 전체적으로 20%가 줄었다. 이 얘기는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10%가 깎였다는 얘기다. 그리고 수입물량도 30%가량이 줄어들었다. 이 추이는 미국, 일본, 중국, EU 등에도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지금 선제적으로 버블(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이 불황시절 썼던 정책을 그대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불황을 겪을 때는 전 세계적으로는 호황이었다. 그래서 일본은 10년동안 0% 성장은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버블도 안고 있고, 세계도 불황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