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의회연설 그리고 노무현---[어느교포의 글 펌]
48분의 연설이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역사에 남을 48분이었습니다.
오바마의 대 의회 연설을 들으며, 저는 가슴 깊이 감동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진실의 울림이었고, 비전의 제시였으며, 행동에의 촉구였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을 두고 발목을 잡으려 했던 공화당의 온갖 공격들이 왜 말이 안 되는가를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반박하고, 지금까지 국민들이 불안하도록 만들었던 공화당 주장의 허구성을 그대로 밝혀 낼 때는 박수가 저절로 터져나왔습니다.
오바마는 1935년의 소셜시큐리티, 1965년의 의료보험 정책이 당시에도 사회주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점을 상기하며, 오늘날 이 정책들이 현재 의료보험의 기조가 돼 있고 이제 다시 개혁할 때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른바 '퍼블릭 옵션'을 두고 사회주의니 뭐니 했던 공화당의 공격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사기업으로서의 보험회사들도 경쟁이 있을 때 서비스가 더 좋아질 것"이라며 "공립 대학과 사립 대학이 있고,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데 따라 공립을 선택하든가, 사립을 선택하는가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쉽게 풀어 이야기할 때는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의료보험 회사들의 독점이 문제라며, 앨라배마의 경우 90%가 한 회사가 의료보험을 독점하고 있다는 예를 들어가며, 경쟁이야말로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말할 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그가 '사회주의'를 도입하려 한다는 공화당의 주장이 얼마나 거짓된 것인가를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이 초당적인 노력을 필요로 할 때라며, 자신의 집무실은 언제나 열려 있을 것이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면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사회정의와 공익에 대해 강조하며, 그의 정책이 국민, 즉 '사람'을 위한 것이며 정권 재창출과는 상관 없이 미국이 지금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반드시 이 의보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몇번이고 자신있게, 단호하게, 또 세심하게 자신의 정책을 의회에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의원들은 몇 번이고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며 그의 정책 설명에 환호했지만, 공화당 일각에서는 야유를 보내기도 하고 아예 의회 연설이 끝날 때까지 그의 연설을 듣지 않겠다는 듯 전화기 문자만 때려대는 몰지각한 의원도 있었습니다. 그 의원의 모습을 보며 저는 국회에서 야동 보는 어떤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흑인이라는 마이너리티 출신의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첫 연설을 한 역사적인 날입니다. 그러나 그가 마이너리티라는 것은 그를 대하는 일부 의원들의 태도에 분명히 녹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역시 '기득권' 출신이 아닌 마이너리티 출신의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박해받았던 전직 대통령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열정적인 연설에서, 저는 우리나라의 위대했던 한 대통령의 모습이 겹쳐 떠오르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 눈에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저는 그러면서 제가 오바마를 보며 우는 것인지,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이 떠올라서 눈물이 흐르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 마이너리티 출신의 대통령들은, 진실로 '사람을 생각하기에' 개혁이란 화두를 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뼈저리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의 연설이 끝나고 퇴장할 때, 저는 다시 두 눈이 부옇게 흐려왔고,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자가 다시 뇌리에 떠올려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시애틀에서...
권종상님의 글을 광장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서 퍼왔읍니다.
저도 그날 저녁 식구들과 그의 연설을 TV로 보면서 코끝이 찡해왔읍니다. 님의 말씀처럼 우리의 마이너리티 대통령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가진 미국인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다음날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넌지시 그연설을 물었더니 참으로 답답하게도 그 한심한 보수꼴통들과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노동자계급에 불과한 사람들이건만 당장 자기들은 의료보험혜택을 받고 있는 직장인들이라는 좁은 소견머리로 그 위대한 뜻을 헤아릴 줄을 모릅디다. 무지한 국민들을 기만하는 보수들에게 그저 기대고 살고픈 노예들이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군요.
펜실바니아에서.....
진짜 더러운 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