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입니다. 속상하게 해드려 너무 죄송합니다

가자서 작성일 09.11.30 20: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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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입니다. 속상하게 해드려 너무 죄송합니다 [ctrl님 글]

 

 

 

안녕하세요

 

저는 IMF가 한창이던 98년에 운좋게 철도청 부기관사로 입사하여 지금 만 11년째 근무하고 있는 철도원입니다

 

내용을 쭉 읽어보니 님의 남편께서는 저하고 입사년도가 비슷하거나 몇 년정도 늦게 입사한 것으로 생각 되어지네요.

 

어쨌든 같은 철도원으로서 님이나 어제 글쓰신 아내분처럼 철도가족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읽으면 마음이 짠해지고 눈시울

 

이 뜨거워지는 것은 어쩔수 없나봅니다.

 

저는 마음착한 아내와 함께 토끼같은 자식들 7살 짜리아들과 이제갓 백일 지난 아들 둘 을 키우며 오손도손살고 있습니다.  지

 

금까지 뚜벅이아빠였는데 얼마전 자동차를 좋아하는 큰녀석때문에 제 입사년도보다 한해 선배인  97년식 아반떼를 구입하였

 

습니다. 큰녀석의  그 좋아라하는 모습이 파업장에서 글을쓰는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님의 글을 읽다가 아내 와 아들을 생각을 하면 미안한 마음이 앞서 가슴이 미어오지만 저도 오늘 두서없겠지만 이렇게 글을

 

이어 나가 보려 합니다.

 

 

 

9년전 미팅으로 처음 만난 아내에게 에프터 신청을 하여 승낙을 받고 만나기로 약속한 설램 가득한 날 하필이면 화물열차를

 

운행하였는데, 화물열차는 새마을은 물론 무궁화 통일호 까지 무조건 비켜줘야 하는 관계로 운나쁘게 약속시간보다 3시간이

 

나 늦게 일이 끝나고 말았지요. 그날은 부득이 딱지를 놓을 수밖에 없었고. 간곡히 부탁하여 두 번째 약속을 다시 하였답니다

 

이러했던 사태를 감안하여 약속시간을 원래 퇴근시간보다 3시간이나 늦게 잡았는데, 그날도 어찌나 운이 없었던지 일이 6시

 

간이나 늦게 끝나 약속장소에서 아내를 세시간 이상을 더 기다리게 만들어 버렸답니다. 아내는 오늘도 딱지구나하며  그냥 집

 

에 가려했지만 다시 마음을 돌려먹고 이번엔 오기가 생겨 한번 기다려 보기로 했답니다.

 

도대체 어떤 대단한 일을 하길레 매번 이렇게 약속시간을 어기는지 도대체 어떤 대단한일을 하길레 금쪽같은 휴일임 에도 여

 

자를 이렇게 세시간씩이나 기다리게 만들었는지 욕이라도 한번 해주려고 기다려 봤답니다.

 

 

 

아내와 결혼후 7년동안 살면서 가끔씩 싸우기도 하였지만, 박봉에 휴일도 없고 근무시간도 들쑥날쑥 어떤날은 새벽2시에도

 

 출근한답시고 식구들 단잠을 다깨우고 나서질 않나? 출근한다고 나가더니 3일이 지나서야 퇴근이랍시고 들어오질않나. 이

 

런 철도쟁이를 믿고 지금까지 아이들 잘키우고 부모님에게 잘해드리는 아내를 보면  고맙고 이쁘기만 합니다.

 

 

 

그리고 휴일이면 엄마아빠 손잡고 나들이를 가는 이웃집 아이들을 보면 우리아이 들에게 20점짜리 밖에 될수 없는 아빠로서

 

의 미안한마음. 명절이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겐 불효자가 될 수밖에 죄송한 마음 . 11년을 다녔더니 친구모임은 물론 친구

 

결혼식이고 부모님 상이고 제대로 참석조차 할수 없으니 그 성격좋던 나에게도 이젠 남은 친구가 거의 없게된 나쁜친구로서

 

의 미안한마음 .

 

비록 저는 나쁜남편, 나쁜아빠, 나쁜친구, 불효자일 수밖에 없지만 기차운전을 할때면  행복하기만 하답니다. 사랑하는 아내

 

와  아이들 손을 잡고 열차를 타려고 나오신 휴가객, 귀성객, 주말나들이객들의 행복한 표정들을 하나하나씩 보면 제가 비록

 

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분들을 휴가지로 고향으로 데려다 드린다는 생각에 운전대만 잡으면 너무나 행복하고 신이난답니

 

다.

 

 

 

 

몇 년전 난생처음으로 200만원을 돌파한 급여명세서를 아내에게 건내주었을때가 생각나납니다. 아내는 엄청 감격

 

스러워합니다. 눈물까지 글성입니다. 난생 처음 만져보는 200짜리 급여명세서를 전해줄때 어릴 적 학교에서 난생처음 받

 

은 우등상장을 아버님에게 건네드리며 기뻐하시는 아버님과 우쭐해하는 내모습이 떠오르더군요.

 

그날 아내와 나는 삼결살 파티로 자축연을 했답니다. 아마 그날이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만은 아니었겠지요

 

그 시기에 맞추어 공무원 신분을 박탈 당하긴 햇지만, 민주적인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계속해서 우리도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앞장서다 해고되신 선배님들과 조합원들에게 바람막이가 되어 주고 있는 노동조합과 힘들때마다 서로 도와주고 아껴주는 조

 

합원들 덕분에 우리에게도 드디어 휴일이 생기게되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드디어 인간에 가까운 생활을  할수 있 게 되었답니

 

다.

 

이젠 아내에게 도 아들에게도 20점짜리 아빠 에서 70점정도는 되는 아빠가 되진 않았을까요?

 

 

 

그러나 이렇게 행복한 시간도 잠시뿐 허준영사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주재에 감히 본사에서 근무하는 임원

 

이나 사무직에 근접한 대우를 받아야 하냐며 직무급이란 걸 신설하자고 합니다. 현장조합원 임금을 깍아

 

서 직무역량에 걸맞게 재분배를 하자고 합니다.

 

제 급여중 50만원정도를 깍은후 그 재원으로 직무급이란 것을 신설하여 본사 높으신분들에게 직무에 걸맞

 

게 많이 드린후 현장일은 하찮은 것이니 나머지 10만원만 주겠답니다.

 

밤낮으로 교대근무하고 스케줄(교번) 근무하는 현장 철도쟁이 주제에 감히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지체 높으신 직원

 

들과 비슷해지려고 하는 것이 눈꼴시려 웠나 봅니다.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에 의하여 조합원 뿐만 비조합원 에게도 적용될 단체협약 내용이니 물론 비조합원이실 일근하시는 본사

 

의 지체 높은분들에겐 한글날까지도 휴일인것이 사실입니다. . 그렇지만 저희처럼 교대근무 또는 스케줄(교번)근무하는 조합

 

원들에겐 한글날은 커녕 설날 추석날 도 단체협약에 휴일로 지정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러함에도 허사장께서는 지난번 기자

 

회견에서 한글날 우리도 놀았다며 한글날 휴일 운운하는 그모습   얼마나 가증스러웠던지, 또 이런 얄팍한 이야기를 그대로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해버리는 언론들을 보니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답니다

 

이제 급기야는 노동조합의 문을 아주 닫아 걸게 만들 심산으로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기 까지 에 이르렀군요.

 

 

 

우리들의 짧았지만 지난 몇년간 소박한 가장으로서 느꼈던 잠시간의 행복감 빼앗기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위해 앞장서다가

 

어렵게 사시는 해고 선배님들은 언제나 이야기 하십니다. 자기들은 신경쓰지 말고 우리들의 그 행복감 반드시 지키라고합니

 

다. 정말 너무도 착하고 의로운 분들입니다. 반면 낙하산이 아니라 우리의 우산이 되어 주겠다고 하시던 허사장께서 는 현장

 

철도쟁이 주제에 행복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니다. 한국철도 노동 생산성이 세계2위라고 하는데도 현장 직원들

 

은 놀고 먹으니 자꾸만 줄여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보다 열악한 환경에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에겐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이루어낸 인간다

 

운삶을 빼앗겨 암담했던 과거로 다시 돌아가기가 솔직히 두렵습니다. 우리도 지키고 우리보다 열악하신 여러분들도 이루어

 

내시고 노동자라면 다같이 잘사는 그런 시대가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 시대가 오려면 우리가 지키려할때 마음적 으로나

 

마 응원해주시고 , 여러분들이 이루어 내시려고 할때 우리는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동참 할수있는 그런 사회가 하루 빨리 되어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여러분 그동안 못난 남편이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동안 철도를 아껴주시고 이용해 주시는 고객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기필코 신바람나는 직장을 지켜 가족과 고객여러분들께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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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저는 지금 5급 14호봉 (군대 경력포함) 다시보면 아시겠지만   삼겹살 파티 했던것은 4년정도 전이구요 

 

 지금은 평달엔 250정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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