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기업들이 넘고 공은 대통령이
UAE 원전 수주, '세일즈 외교'의 성과일까 '이미지 정치'일까
2009년 12월 27일 (일) 23:12:15 이정환 기자이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수주 관련 보도는 철저하게 청와대의 기획·연출아래 진행됐다. 청와대는 "당초 프랑스가 유력했지만 이 대통령이 모하메트 왕세자에게 지난달부터 6차례나 직접 전화통화를 하면서 집요하게 설득을 했고 중동에 다양한 인맥을 확보하고 있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 등을 파견하면서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26일 UAE로 출국할 때도 "이 대통령이 막판 협상에 나섰다"면서 극적인 효과를 높였다.
청와대는 원전 수주를 이 대통령 집권 2년의 최대 업적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언론은 앞 다퉈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 언론은 왜 막판까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는가. 둘째, 만약 현지까지 가서 수주에 실패할 가능성을 이 대통령은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셋째, 언론이 떠드는 것처럼 이번 원전 수주에 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결정적 역할을 했는가.
흔히 기업들 사이의 양해각서나 인수합병, 사업 수주와 발주 등은 발표 직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막판에 뒤집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 원전 수주처럼 국가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는 대형 사업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아무리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언론 보도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먼저 방문요청을 하고 아부다비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걸로 볼 때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수주가 확정적이라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언론에서는 청와대의 설명을 그대로 인용해 프랑스 쪽으로 기울었던 계약을 이 대통령의 집요한 세일즈 외교 덕분에 가져올 수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외신에서는 일찌감치 국내 컨소시엄의 수주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왔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27일 "4개 플랜트에 20억달러를 써낸 한국 컨소시엄의 입찰가격이 프랑스보다 16억달러 가량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애초에 가격이 가장 큰 변수였다는 이야기다.
이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전면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재주를 넘고 공은 이 대통령이 챙긴 셈이 됐다. 이 대통령은 CEO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대부분의 언론이 청와대와 연합뉴스 발표를 받아쓰는데 그쳤을 뿐 정작 협상의 진척상황이나 구체적인 내막을 보도하거나 이 대통령의 이미지 정치를 비판한 곳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