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말 또 보복징계 인사 파문
김현석 춘천, 김경래 네트워크팀으로 전보···"말도 안돼" 2009년 12월 31일 (목) 23:04:07 조현호 기자
김인규 사장의 KBS가 최근의 KBS 뉴스제작 등에 비판적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던 평기자 2명에 대해 '연말 보복 징계성 인사'를 단행해 기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KBS는 31일 저녁 돌연 보도본부 인사발령을 통해 김현석 시사보도팀 기자를 춘천방송국으로, 김경래 탐사보도팀 기자를 네트워크팀으로 '좌천성' 전보조치(1월4일자 발령)했다.
KBS는 이와 달리 미디어법 정국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현 정부의 입장에 가까운 리포트를 여러차례 해 사내에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는 이준안 문화과학팀장을 정책기획센터 법무팀장으로 '승진성' 인사를 단행했다. 새 문화과학팀장에는 이재숙 기자가 임명됐다.
KBS, 정직4개월 당한 김현석 기자 춘천으로 또 징계성 인사
▲ 지난 1월19일 '미디어행동'이 주최한 'KBS 보복징계규탄, 이병순 사퇴촉구 기자회견'에서 파면, 해임 등의 징계를 당한 양승동(왼쪽) 사원행동 공동대표, 김현석(가운데) 사원행동 대변인, 성재호 기자가 앞으로의 투쟁 결의를 밝힌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또한 KBS는 강동순 녹취록 파문의 당사자로 문제를 일으켰던 윤명식 외주제작국장을 KBS 재팬(Japan) 사장으로 임명했다. 윤 신임 사장은 신년 1월1일 취임한다. 권혁주 보도국 1TV뉴스제작팀 선임팀원을 4월1일자로 도쿄지국장에 임명했다.
김현석 기자는 불법·편법 이사회를 통해 임명된 이병순 사장 반대투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지난 1월 파면이라는 보복 징계를 당했다가 안팎의 거센 반발로 정직 4개월에 처해진 바 있다. 김 기자는 그 이후 징계를 받은 뒤 <시사기획 쌈>에 복귀해 프로그램 제작에만 전념해왔다.
김경래 기자는 노동조합이나 기자협회 등 단체의 간부를 한 전력이 없으나 △낙하산 사장 반대에 남들보다 조금 더 큰 목소리를 냈거나 △보도본부에서 상식에 어긋난 일이 벌어질 때마다 앞장서 이를 지적했었다. 특히 김 기자는 경제팀에 있다가 지난 10월 탐사보도팀에 비치돼 이번 인사는 3개월도 안된 상태에서 난 것이다.
김경래 기자 3개월만에 네트워크팀으로…'강동순 녹취록' 윤명식, KBS 재팬 사장으로
▲ 김경래(왼쪽) 기자 등이 지난해 9월17일 한 밤 최악의 보복인사에 반발하며 규탄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모습. 이치열 기자. 이번 인사에 대해 해당 기자들은 소송에 나서는 등 강력 대응을 할 계획이다. 김현석 기자는 31일 밤 "징계를 받은 이후 프로그램 열심히 만든 것 밖에 한 게 없는데 이렇게 전보를 받은 것은 나를 본보기로 다른 기자들에게 경고를 주려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더구나 지방에 발령을 내면서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이 4일 뒤에 현지로 가라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일단 발령이 났으니 가겠지만 이번 인사는 이후에 있을 후배들에 대한 인사로 반복되는 것을 막고,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1월 초 인사처분취소 가처분신청을 낼 것"이라며 "지방전보를 하려면 서울직원 가운데 지방근무 경험이 없는 7년차 이하 기자를 대상으로 하게 돼있고, 또한 전보의 이유를 설명해주는 등 인사원칙과 방법을 예고하도록 돼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전에 아무런 예고 없었고, 개인적으로도 지방발령으로 인한 피해도 크다"고 강조했다.
탐사보도팀에 있다가 2개월 여 만에 다시 네트워크팀으로 발령난 김경래 기자는 "말도 안되는 인사이며, 그동안 KBS 안에서 상식으로 있어왔던 모든 것을 다 깨버렸다"며 "맘엔 안드는 기자들을 골라 시범 케이스로 보여주면서 다른 이들에게 경고하는 의미의 인사"라고 비판했다.
김현석 "기자들 겁주기 위한 비상식 인사" 인사처분취소 가처분신청키로
KBS 기자협회(회장 김진우)도 이날 저녁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어 인사철회를 요청하는 한편, 4일 저녁 기자협회 전체 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KBS 기자협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사측은 두 기자의 용감한 행동이 그토록 부담스럽고 두려웠는가"라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지방발령을 급작스럽게 내는 것이 징계성 인사가 아니고 무엇이며, 부서를 옮긴지 3개월 밖에 안되는 평기자를 아무런 이유없이 다른 부서로 보내는 게 보복성 인사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KBS 기자협회는 "MB 특보 김인규 사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니 그동안 눈에 거슬렸던 바른말 잘하는 기자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고, '모난 돌'을 '일벌백계'로 삼아 다른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기자협회 "인사철회 않으면 수단방법 안가리고 싸울 것"…4일 전체 긴급총회
KBS 기자협회는 지난 9월 KBS가 밝힌 '직종별 순환 전보 기준'(입사 후 7년 이내에 지역 근무 경험이 없는 자만 본사에서 지역으로 보낼 수 있다)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불과 석달전에 내놓은 규정을 스스로 무시해가면서까지 기습 인사를 단행할 정도로 두 기자가 부담스러웠는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KBS 기자협회는 지난 26일 이정봉 보도본부장이 일부 기자들의 지방 발령설에 대해 '그런 인사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사석에서 한 말이 아니라 기자협회장의 공식 질의에 대답한 말"이라며 "인사가 나기 불과 3시간 전인 보도제작국 송년 간담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약속을 했으나 그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고 지적했다.
KBS 기자협회는 두 기자에 대한 보복 징계 인사를 당장 철회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KBS 기자협회가 31일 밤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2009년 마지막 날, 사측은 김현석, 김경래 두 기자에 대한 기습인사를 단행했다. 김현석 기자는 춘천으로, 김경래 기자는 네트워크팀으로 발령을 낸 것이다. 연휴가 끝나자마자인 1월 4일자다. 두 기자는 인사 명령이 나기 직전까지 이에 대해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했다.
김현석 기자는 지난해 기자협회장을 지내며 이병순 사장 반대 투쟁에 앞장섰다. 관련해 이미 올해 연초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김경래 기자는 기자협회나 노조에 이렇다 할 공식직함도 없다. 낙하산 사장 반대에 남들보다 조금 더 큰 목소리를 냈고, 보도본부에서 상식에 어긋난 일이 벌어질 때마다 남들보다 앞장서 이를 지적했을 뿐이다.
사측은 두 기자의 용감한 행동이 그토록 부담스럽고 두려웠는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지방발령을 급작스럽게 내는 것이 징계성 인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부서를 옮긴지 3개월 밖에 안되는 평기자를 아무런 이유없이 다른 부서로 보내는 게 보복성 인사 아니면 무엇인가? 아니면 MB 특보 김인규 사장이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니 그동안 눈에 거슬렸던 바른말 잘하는 기자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인가? "모난 돌"을 "일벌백계"로 삼아 다른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인가?
이번 인사는 규정에도 어긋난다. 지난 9월 사측이 내놓은 "직종별 순환 전보 기준"을 보면 기자 직종의 경우 입사 후 7년 이내에 지역 근무 경험이 없는 자만 본사에서 지역으로 보낼 수 있도록 돼 있다. 불과 석달전에 내놓은 규정을 스스로 무시해가면서까지 기습 인사를 단행할 정도로 두 기자가 부담스러웠는가?
앞서 지난 26일, 이정봉 보도본부장은 일부 기자들의 지방 발령설에 대해 "그런 인사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석에서 한 말이 아니라 기자협회장의 공식 질의에 대답한 말이다. 본부장은, 인사가 나기 불과 3시간 전인 보도제작국 송년 간담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약속을 했다. 그러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본부장은 기자협회를 이토록 가볍게 보는 것인가? 사장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평기자들의 민심은 무시해도 될만큼 우스운가?
기자협회는 분명히 요구한다. 두 기자에 대한 보복.징계 인사를 당장 철회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기자협회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울 것이다. 이 인사가 다만 두 기자의 신변과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모든 기자들의 양심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기자협회와의 약속을 저버린 본부장에게 분명히 밝힌다. 기자협회와 본부장의 신뢰관계는 이것으로 끝났다. 어떤 사안에 있어서도 기자협회의 협조를 기대하지 말라.
2009. 12.31 KBS 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