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회장 국민들 훈계할 자격 있나

가자서 작성일 10.01.12 16: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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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회장 국민들 훈계할 자격 있나 

 

 

 

경제지들 일제히 1면에 이전회장 발언 주요기사로 다뤄 newsdaybox_top.gif 2010년 01월 11일 (월) 10:51:19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우리 사회 각 분야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이 국민들에게 훈계를 늘어놓았다. 이 전 회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전시회(CES)에 참석해 "기업 뿐만 아니라 교육과 문화, 모든 분야에서 항상 국내에서의 자기 위치, 세계에서의 자기 위치를 쥐고 가야 변화무쌍한 21세기를 견뎌낼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의 발언은 주요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이 전 회장 일가의 사진을 싣고 "삼성도 까딱 잘못하면 10년 후 구멍가게 된다"는 제목을 내걸었다. 이 신문은 "2008년 4월 경영은퇴 선언 이후 1년8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강한 위기의식과 함께 철저한 미래대비를 우선적으로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3면에서도 사진과 함께 이 전 회장의 일거수일투족과 그의 발언을 소개했다.

     ▲ 조선일보 1월11일 1면.   이밖에도 동아일보와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이 1면에서 이 전 회장 기사를 다뤘다.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등은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뽑아 올렸다. 이날 이 전 회장의 발언이 열심히 해보자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걸 감안하면 언론의 비상한 관심은 지나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동아일보는 B1면 한 면을 털어 "이건희 전 회장 새해 화두는 '긴장'"이라며 의미 부여를 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경영복귀 시점을 묻는 질문에 "아직 멀었다"고 답했을 뿐 경영복귀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기자들은 사실상 이미 경영 참여를 한 것 아니냐고 묻지 않았다. 삼성 비자금 사건 등의 책임을 지고 은퇴했는데 복귀할 명분이 있느냐는 질문도 없었다. 재판 5개월 만에 전격 사면된데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도 한 사람도 없었다. 삼성 사보를 연상케 하는 과도한 비중의 동정기사만 쏟아졌을 뿐이다.

     ▲ 동아일보 1월11일 B1면.   한편 서울경제가 집행유예 중인 이학수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이 이 전 회장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가 기사를 삭제한 사실도 주목된다. 서울경제는 8일 가판 지면에 "이건희 전 삼성 회장 방미 수행 이학수 전 실장 역할 주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가 배달판에서는 삭제했다. 서울경제는 사실과 달라서 삭제했다고 해명했으나 이 전 실장이 이번 방미 일정에서 이 전 회장을 그림자처럼 보필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우리 딸들 광고 좀 하자"며 이부진 신라호텔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딸들과 손을 잡고 찍은 이 전 회장의 가족사진이 일제히 주요 언론 지면을 도배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홍보실에서 내보낸 사진을 똑같이 쓴 탓에 독자들은 여러 신문에서 같은 사진을 봐야 했다. 이 전 회장은 이 전무 등을 가르켜 "아직 손잡고 다니는 것 봐라, 아직 애들일 뿐"이라면서 '왕 회장'으로서의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 한국경제 1월11일 1면.   머니투데이는 이 회장이 출국했던 지난 8일이 마침 이 전 회장의 생일이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 전 회장의 측근 중 한 관계자는 '회장께서 작은 감기에도 심하게 앓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는 외부 활동을 삼가왔다'고 전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라스베이거스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따뜻한 곳이라는 사실을 빼놓고 이 전 회장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건강을 희생해 가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처럼 기사를 내보냈다.

     ▲ 경향신문 1월11일 15면.   과연 이 전 회장이 국민들에게 "정신차리라"고 훈계할 자격이 있을까. CES를 취재하러 간 정보기술(IT) 담당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 전 회장 관련 언론 보도는 국민들의 전반적인 정서와 거리가 멀었다. 과도한 충성경쟁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이 전 회장의 사면과 경영복귀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경향신문이나 한겨레까지 이 대열에 합류한 것도 주목된다.

     ▲ 한겨레 1월11일 16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송민희 간사는 "모든 언론이 이 전 회장 기사를 지나치게 큰 비중으로 다루고 있어 삼성 사보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송 간사는 "조중동은 물론이고 경제지들과 경향·한겨레까지도 특별히 다를 게 없는 보도를 내보냈다"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실장도 "언론이 삼성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비판은 꿈도 못 꾸고 충성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초입력 : 2010-01-11 10: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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