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양심 위협하는 언론 '매카시즘'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 우리법연구회 정조준…한국 "근거부족" 2010년 01월 20일 (수) 08:40:53 미디어오늘 김종화 기자
1년 전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영장을 발부한 김용상 판사의 프라이버시를 옹호하던 일부 보수언론이 이제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의 무죄를 판결한 이동연 판사를 흔들며 사법부에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다.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 판결에 이어 오늘(20일) 있을 MBC < PD수첩> 공판은 사법부 흔들기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구독률 20% 넘는 신문사 지상파-종합편성채널 진출 금지>라는 제목의 기사가 20일자 여러 신문에 실렸지만 이는 사실 <국내 모든 신문사 지상파-종합편성채널 진출 허용>으로 제목을 바꿔 달아야 옳다. 구독률은 전체 가구 중 특정 신문을 구독하는 가구의 비율로, 각 가구가 신문을 보는 비율 자체가 낮아 특정 신문을 보는 비율의 최고치가 20%가 넘지 않기 때문이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른바 메이저신문의 구독률은 조선일보 11% 중앙일보 9% 동아일보 8%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2006년 조사한 '신문매체 이용 및 반응에 관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구독률로 해석되는 가구점유율은 조선일보가 10.1%, 중앙일보가 8.4%, 동아일보가 6.8%에 불과하다. 결국 구독률 20% 제한은 있으나 마나한 조항이고, 이를 제목으로 뽑는 것 역시 하나마나한 말씀이라는 지적이다. 다음은 20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여당, 사법부 흔들기 도 넘었다>
국민일보 <타임스퀘어 주변 가장 막힌다>
동아일보 <법-검 '강기갑 갈등' 속 법조 수장 비공개 회동>
서울신문 <도농 통합 15년 '긍정효과'>
세계일보 <공자금 회수 부진 혈세만 줄줄>
조선일보 <전교조 시국선언 1심 무죄>
중앙일보 <초중고 시험 단답형→논술형 바뀐다>
한겨레 <한나라당, 법원에 무차별 색깔공세>
한국일보 <법조계 수장 7인 심야 극비 회동>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로 <전교조 시국선언 1심 무죄>를 올리고 1면 관련기사 <변협 "강기갑 무죄 판결 수긍하기 어렵다">, 3면 머리기사 <검찰.교과부 "교육의 정치중립 정면으로 깨뜨린 판결">, 4면 머리기사 <"일부 판사 판결 국민 상식 무시">, 4면 관련기사 <여 "우리법연구회 해체시킬 것"> 등을 지면에 담았다. 사설은 <"법관은 외부뿐 아니라 자기로부터도 독립해야">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 <법-검 '강기갑 갈등' 속 법조 수장 비공개 회동>에 이어 3면 머리기사 <이번엔 전교조 무죄 파장...징계무효-손배소 줄소송 오나>와 같은 면 관련기사 <'십자포화' 속의 대법원>, <'언터처블' 형사 단독> 등을 실었다. 중앙일보는 3면에 <견제 안 받는 단독판사 '편향판결' 논란의 핵으로>와 <한나라 "사법부 독립 뒤에 숨어서"/법원행정처장 "입법부 판결 토론에 우려">를 실으며 조선일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과 낮은 톤으로 사법부 논란을 보도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여당, 사법부 흔들기 도 넘었다>와 <한나라당, 법원에 무차별 색깔공세>를 1면 머리기사로 올려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향신문은 3면 머리기사 <여당.변협.보수단체 ‘벌떼공세’>에서 "용산사건 재판기록 공개에 대한 검찰의 반발에서 시작된 사법부 흔들기가 보수층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며 "보수층이 집단적으로 사법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정책이 법원 판결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조선일보 1월20일자 4면.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서 "촛불재판 개입으로 판사들의 사퇴요구가 빗발친 신영철 대법관 사건 때는 사법부 독립을 외치며 침묵했던 한나라당이 강기갑 의원 무죄 판결을 이유로 법원에 대한 색깔 공세에 나선 것은 시대착오적일뿐만 아니라 사법부 길들이기 의도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가 이날 사설에서 "법관도 자기 개인의 가치관과 자기 나름의 정치 소신을 가질 수는 있으나 만일 법관이 국민 상식과 한참 동떨어진 자기만의 가치관과 자기만의 정치 소신.생각을 판결문에 그대로 옮긴다면 국민이 그 재판을 믿을 리가 없다"고 짐짓 꾸짖은 것과 대조적이다.
어찌됐든 조선일보는 우리법연구회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4면 기사 <극소수 인터넷글이 '법원 의견'처럼 포장돼>에서 "법원 내 이른바 진보성향 서클인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는 150명 정도. 전체 2500명 판사 중 10%도 안 된다. 하지만 이들은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에서 법원 수뇌부조차 어쩌지 못하는 가장 '목소리가 큰 집단'으로 불린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는 이렇게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작년 11월 민노당 당직자에게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서울남부지법 마은혁 판사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에게 후원금을 내 물의를 빚었을 때 서울중앙지법의 이옥형 판사는 '언론이 인신공격성 보도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마 판사를 두둔했다. 그는 '신영철사태' 때도 신 대법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같은 모임의 이정렬 동부지법 판사도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들의 글은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문형배 부산지법 부장판사, 문수생·송승용·유지원 판사 등의 글을 촉발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며 법원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이번에 '공중부양 무죄' 판결을 내린 이동연 판사는 지난 2006년 9월 이 대법원장의 '수사기록 서류를 던져버리라'는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당시 현장에서 이 원장 발언을 직접 들었는데, 참뜻이 잘못 알려졌다'는 글을 올려 이 대법원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판사들은 이에 대해 비판적이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 바로 위에 배치한 기사 <여 "우리법연구회 해체시킬 것">에서 이주영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법원내 사조직' 해체를 강조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3면기사 <일부 언론 '사법부 색깔공세' 근거는 합당한가>에서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사법부 비판이 날로 거세지면서 과연 이들의 비판 자체가 합당한가 하는 의문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 한국일보 1월20일자 3면. "이른바 '사법부 좌편향 현상'의 핵심근거로 제시하는 우리법연구회와 이용훈 대법원장 책임론도 철저히 사실에 근거한 비판이라기보다 정치적 색깔공세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많다.…최근 논란이 된 판결을 우리법연구회 탓으로 돌리는 것은 다소 억지스럽다는 지적이다. 보수언론에서 연일 우리법연구회 성향 판결로 소개하는 '강기갑 대표 무죄판결'의 이동연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정작 우리법연구회 소속이 아니다.
반면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바 있는 김흥준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최근 정부가 시위로 파손된 경찰버스 수리비, 전의경 치료비 등을 배상하라며 민주노총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4억7,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해 진보진영을 당혹스럽게 했다. 보수신문들은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김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는 사실은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한 보수신문은 우리법연구회 회원인 마은혁 서울남부지법 판사가 국회 홀을 불법 점거한 민주노동당 당직자 12명에 대해 전원 공소기각 판결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신문은 '같은 법원의 정계선 판사는 같은 혐의로 약식 기소된 민노당 당직자에게 벌금형(유죄)을 선고했다'고 비교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정 판사 역시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다."
결국 상황마다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일부 세력의 주장을 확대 재생산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겨레 이본영 법조팀장은 34면 칼럼 <판사의 양심이 위협받는 나라>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재판도 마땅히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대원칙은 그것이 법리적으로 적절한가, 다음으로는 일반의 상식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로부터 비판의 초점이 너무 멀리 이동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두 사안에는 분명히 논쟁적 요소가 있다. 보수언론처럼 ‘어쨌든 폭력행위인데 무죄를 선고하는 게 합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사람도 제법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원내정당 대표가 문이 열려 있는 국회 사무총장실로 들어간 것도 죄라며 징역 3년에까지 처할 수 있는 방실침입 혐의를 적용한 검찰의 행태는 왜 주목받지 않는지 의문이다.
…일부 언론은 더 가관이다. 이참에 우리법연구회라는 판사들 연구모임을 재부각시켜 실컷 욕보인다. 두 재판장 중 한 명은 이 모임을 탈퇴했고, 다른 이는 회원이 아니라는데도 막무가내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박시환 대법관, 김종훈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의 이름까지 새삼 거론된다. 이들과, 용산사건 항소심 재판장인 이광범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우리법 4인방’으로 언론의 표적이 된 지 오래다. 매카시즘 광풍의 표적이 된 예술가들인 ‘할리우드 10인’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법연구회는 진보적이고, 진보는 잘못된 것이고, 결국 우리법연구회는 잘못된 모임이라는 엉터리 순환논법도 사용된다. 촛불사건 재판 개입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일부 언론은 문제제기를 한 판사들 중 우리법연구회 소속이 많다며 칼날을 그리로 돌렸다. 정당한 비판도 우리법연구회의 냄새가 나면 불문곡직하고 불순한 행동으로 치부된다.
▲ 한겨레 1월20일자 34면. …과거 사법부에 대한 이들의 향수도 이번 갈등의 본질인지 모른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젊은 판사'들을 질타한 고위직 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법조비리 사건 때 떡값 수수를 이유로 법복을 벗은 인사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은가. 국가폭력에 사후승인 도장을 찍고, 가진 자에게 솜방망이를 휘두르고, 전관예우가 횡행하는 사법부의 옛 모습, 그것이 판사들의 양심을 오그라들게 만들려는 이들의 이상인가."
최초입력 : 2010-01-20 08:40:53
지역신문 편집국장 61% "세종시 수정안 반대"
기자협회보, 협회 회원 34개사 설문조사…"우선지원제도 폐지 반대" 73% 2010년 01월 20일 (수) 09:53:50 미디어오늘 김종화 기자
지역신문 편집국장 61.8%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을 경우 정부가 수정안을 포기하고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70%가 넘었다.
기자협회보가 20일 지령 1500호를 맞아 한국기자협회 회원사 34개 지역신문 편집국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기자협회보 조사에 따르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응답은 61.8%이며 찬성은 35.3%였다. 수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을 경우 '수정안 포기 후 원안 추진'은 70.6%인데 반해, '다시 국회 통과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26.5%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추진하되 규모를 줄여야 한다'와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38.2%로 동률이었다.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답변은 20.6%였다.
▲ 기자협회보 1월20일자 1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는 '우선지원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73.5%가 반대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17.6%였다. 국회에서 거론되고 있는 신문지원방안 가운데서는 '정부광고 지역신문 할당제'가 효과적이라고 67.6%가 응답했다.그밖에는 '청소년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14.7%), '신문구독료 소득공제'(11.8%) 등의 순이었다. 정부광고 지역신문 할당제는 전국단위일간지와 지역일간지의 광고배정 비율을 적절히 배분해, 일정량의 정부광고는 지역신문에 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에 본사를 둔 전국단위매체의 영향력을 묻는 질문에는 조선일보가 52.9%로 압도적이었다. 지역신문 편집국장들은 조선일보 뒤를 잇는 언론사로 KBS(23.5%), 연합뉴스-MBC(각 2.9%)를 꼽았다. '없다'와 무응답도 각각 8.8%였다. 가장 신뢰하는 전국단위매체는 한겨레가 17.6%로 1위에 뽑혔다. 연합뉴스-KBS(각 11.8%), 경향신문-MBC(각 8.8%), 조선일보-중앙일보(5.9%), 동아일보(2.9%)가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기자협회보가 지난 14∼18일 이메일을 통해 서면 질문으로 진행했으며, 기자협회 회원사 38개 지역신문 편집국장 가운데 34명이 설문에 응했다.
최초입력 : 2010-01-20 09:5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