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학자도 "PD수첩 기소 무리였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 <김현정뉴스쇼>에서 공권력 문제 지적 2010년 01월 22일 (금) 09:56:58 미디어오늘 김원정 기자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가 최근 MBC <PD수첩>에 대한 법원 판결과 관련해, 본질적으로 민사 문제인 것을 공권력 동원해 수사하고 기소한다는 것 자체가 정의관념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수적 학자로 꼽히는 그는 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에 대한 법원 판결에 항의, 판사의 사진을 불태우고 집 앞에서 시위하고 대법원장 차량에 계란을 던진 보수단체 회원들의 행위에 대해 "인격적 테러 수준"이라며 "지각 있는 사람 같으면 그런 행동이 정상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PD수첩> 제작진의 무죄판결에 대해서는 지난 2008년 6월 그런 말이 처음 나올 때부터 '그것은 범죄가 안 되는 것이다, 무리한 기소다'라고 생각해 그런 내용의 글도 썼다"며 이번 사건은 "기소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이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PD수첩>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가 아니었고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서 문제 제기한 것"이라며 "신문방송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형사 소추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PD수첩> 사건은 민사문제고 명예훼손으로 형사 소송 가는 건 선진국에서 거의 없다"며 "선진국의 경우 명예훼손죄 범죄 자체가 폐지되고 대부분 사문화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등법원 판결은 보도에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 해서 정정을 지시했고 MBC측이 이에 상고해 사건 자체가 끝난 게 아닐뿐더러 이론적으로 대법원 판결이 번복될 수 있지만, 형사재판의 경우 보도 자유에 대한 침해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어 "형사재판의 경우 검찰은 그야말로 의심의 여지없는 유죄를 입증해야하는데 의심스러울 경우 또 유죄를 확신하지 못할 경우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결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의심할 여지없이 유죄라는 확신이 서야 유죄로 판결하는 것이 형사재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민사소송의 경우 "사실이 아닌 보도가 있느냐 없느냐하는 것을 두고 고등법원까지 가서 다뤘고 그에 대해 MBC가 대법원에 상고했기 때문에 법 내 판단은 남아있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로 인해 두 사람(민동석·정운천)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인과관계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과거 참여정부 때에도 고위공직자들이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문제를 제기한 적 있지만 그것은 전부 민사소송이었다"며 "그런데 이번 사건은 이례적으로 고위공직자를 지낸 사람들이 보도를 처벌해달라고 공권력에 호소한 거 아닌가? 허위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문제는 기본적으로 개인 사이 민사 문제로 해결해야 하고 특히 고위공직자가 고소하게 되면 공권력은 그에 우호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 기소자체가 무리였던 경우가 연거푸 있었다며 최근 무죄 판결을 받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사례, 무죄가 세 번 나온 정연주 전 KBS 사장 사례 등을 들었다. 그는 특히 강 의원의 행위자체는 "누가 봐도 아름다운 행동은 아니다"라면서도 "과연 그런 것을 국회 내부의 징계를 떠나 기소하는 게 정당한가 합당한가 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지적에 대해선 선진국 사례를 들어 "기소를 검찰의 독단적 판단에 100% 맡기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게 24명의 배심원이고 검사는 대배심을 설득해서 기소의 결정을 얻어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프랑스, 이탈리아 같은 유럽국가에서는 판사의 예심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검찰 기소에 견제장치가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