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 잘되는 집안은 강도 오면 싸움 멈춰

새터데이 작성일 10.02.09 22: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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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첫 충청 방문
"정치적으로만 생각하면 발전 못해" 말 아낀채 선물 보따리 한껏 풀어

image_readtop_2010_71164_1265702615239556.jpg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에서 열린 충북 업무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상선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이 나온 후 처음으로 충청지역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가 들어설 이곳에서 `선물 보따리`를 한껏 풀었다. 설 명절을 기점으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여론이 방향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상기시킨 것이다.

이 대통령은 9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충청북도 업무보고에서 "세종시가 들어서면 특히 오창ㆍ오송 지역은 과학비즈니스벨트로 먼저 터를 닦아 놓고 준비를 해둔 곳이어서 어느 지역보다도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충북은 세종시, 과학비즈니스벨트가 형성되면 피해지역이 아니라 가장 큰 수혜 지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충북의 IT, 바이오, 태양전지 등의 발전 목표가 녹색성장과 직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지역과 국가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정부는 준비돼 있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세종시 논란의 중심지역인 충청지역에서 사실상 여론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우리는 사실 세계와 경쟁하고 있다. 더 심하게 이야기하면 이 위기 속에서 서로 살아남으려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끼리 싸울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와의 전쟁이기 때문에 모두가 이기려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가장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강도 이야기`는 지난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 내 경선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을 겨냥했던 것으로, 최근 세종시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충북의 숙원사업인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청주공항의 항공기정비센터(MRO) 및 항공정비복합산업단지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경제자유구역이 많이 지정돼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긴 하지만 충북의 오창ㆍ오송 지역은 준비돼 있고 여건이 마련돼 있는 만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륙에 공항 하나는 중심공항으로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충북이 추진 중인 MRO 단지는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청주공항은 살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현장에서 관계 부처 차관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또 "청주에서 천안까지의 전철(37㎞) 연결도 청주공항 발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도로보다 철도를 건설하는 것이 유럽 등 선진국 추세인 만큼 국토해양부가 적극적으로 계획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이후 지역 언론사 사장단과 비공개 오찬간담회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한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으로 계산하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수정 추진을 둘러싸고 정치권 반발이 강한 것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저는 솔직히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고 지원하고 싶어한다"면서 "미래지향적으로 하는 어느 곳이든 지원하고 싶고, 또 그런 곳이 성과가 나온다. 그것이 지역발전이면서 대한민국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경제를 매우 중요시하는 관점을 보고 충북이 발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어떻게 사고를 하느냐, 누가 그 일을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충북이 내륙에 있어서 불리한 점이 많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정우택 충북지사는 일자리 창출, 4대강 살리기 사업, 재정 조기집행,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육성 등 지역 정책 현안의 추진상황을 보고하고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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