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송된 KBS 2TV '추적60 - 쪽방촌 슈바이처의 유언, 환자는 내게 선물이었다'에서는 고(故) 선우경식 원장의 삶이 그려졌다. 고 선우경식 원장은 서울 영등포 쪽방촌 골목에 있는 요셉병원을 21년간 운영해오면서 쪽방촌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인물.
5월 18일 63세로 운명을 달리한 고인은 결혼도 하지 않은채 무려 43만명의 환자를 진료해왔다. 노숙자 장애인 등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고인은 정작 자신의 몸은 챙기지 못해 3년전 말기암 선고를 받아 안타까움을 줬다.
자신의 병이 커져감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향한 고인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거동이 힘들고 뇌출혈로 쓰러지기 직전까지 환자를 돌보다 간 것. 그런 그의 마음 때문이었을까. 영등포 쪽방촌 사람들에게 요섭의원은 가난한 이들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요섭의원은 오후 7시 진료를 시작한다. 정상근무가 끝난 후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병원이 되는 것. 요섭의원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국가의 의료지원체계에서 소외받은 극빈층이다. 사업실패 신용불량자 장애인 등 생계유지가 어려운 사람들이지만 수입이 있거나 가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국가의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
환자를 맞이하기에 앞서 고 선우경식 원장은 빵과 우유를 건넨다. 단순한 의료봉사가 아닌 그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고인의 마음이다.
무상진료라 해서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요섭병원에서는 내과 치과 산부인과 한방진료까지 종합병원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요셉병원은 매주 화요일 미용실로도 사용된다. 그렇게 요셉병원은 쪽방촌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고 선우경식 원장은 의료봉사 뿐 아니라 사회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힘써왔다. 알코올 중독자들을 위한 자활센터를 전북 고창에 마련하는 등 그들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준 것.
병원 유지를 위해 병원 가족 친구 병원 관계자 등 지인에게 항상 도움을 청했다는 고 선우경식 원장. 생전에 그는 자신도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도움을 받은 돈이기 때문에 항상 절약해야 한다”며 절약을 강조해 왔다.
고인은 말했다. “돌이켜보면 이 환자들은 내게는 선물이나 다름없다. 의사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는 환자야말로 진정 의사가 필요한 환자가 아닌가. 이렇게 귀한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나는 감사하고 이런 선물을 받았으니 보답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생색내기 봉사가 아닌 진정으로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그의 진심이 드러난 대목. 그는 영등포 쪽방촌 사람들은 물론 각박한 사회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진정한 의사였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보는 내내 눈물이 났는데 아직까지도 눈물이 나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향기나 나시는 분은 왜 이렇게 일찍 돌아가시는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지막까지 아름다우셨던 모습에 감사드립니다” “제 삶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어요” “선우 원장님 존경합니다” 등 고인의 선행에 감동받은 이들의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