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가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1500인 사제선언을 발표한 데 이어 4대강 사업 저지 서명운동 목표를 당초 100만명에서 300
만명으로 대폭 높이고 교황청 차원에서까지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표명키로 하는 등, 말 그대로 4대강 사업 저지에 총력
전을 펴고 나서 정부여당을 당황케 하고 있다.
천주교는 지난 8일 1987년 민주대항쟁 이래 최초로 주교 5명을 포함해 1500명이 서명한 4대강 저지 선언을 발표하며 4대강 사
업 반대후보를 지방선거에서 밀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이와 함께 8일부터 시작된 주교회의에서도 주말께 4대강 사업에 대
한 입장 표명이 나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 주목할 대목은 로마 교황청도 4대강 사업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라고 천주교가 경고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전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들에게 절대적 지도력을 행사하는 로마 교황청까지 4대강 사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경우 4대강 사업
은 국내적 차원을 떠나 국제적 이슈가 될 게 불을 보듯 훤하다.
4대강사업 저지 천주교연대의 상임대표인 조해붕 서울대교구 신부는 9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
에서 우선 4대강사업 반대 서명운동 예상자 숫자와 관련, "300만명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천주교는 100만명
서명을 1차 목표로 잡았었다. 이를 300만명으로 높였다는 것은 500만명 신자의 절반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
조 신부는 "단순하게 서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4대강 살리기라고 하면서 하고 있는 일들을 좀 제대로 알 수 있는 것, 알리는 것
에 우선적으로 두고 있다"고 말해, 전국 성당에서 4대강사업의 부당성을 알리는 대대적 홍보전에 돌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1500인 사제선언이 나온 배경과 관련, "교회가 공동선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특별히 교황님께서 새해
첫날 '평화의 날' 담화에서 생명에 대한 소중성과 그것을 지키라는 것을 당부하셨기 때문에 우리 교회적 입장과 사제적 양심
을 걸고 하는 것"이라며 교황의 뜻과 일치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진행자가 한국 천주교계 차원에서 4대강 우려가 공식 표명되면 교황청 차원에서도 우려가 표명될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
고 묻자, 조 신부는 "교황청에서 목소리가 난다는 것은 또 세계 교회가 함께 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
고, 또 그렇게 되리라 본다"며 교황청 차원의 입장 표명도 있을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그는 또 8일부터 시작된 주교회의에서의 입장 표명 여부에 대해서도 "교회의 사정에 따라서 또 충분히 또 고려하시고 또 검토
하신 다음에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며 빠르면 금주말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조 신부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행한 인터뷰에서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추기경의 입장에 대해 "많은 우려
를 표명하고 계시다"며 추기경도 큰 우려를 하고 있음을 전했다.
그는 전날 선언문에서 4대강 사업 반대후보를 밀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분명히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지방후보들을 지지하
겠다는 문구가 나왔는데 그런 표현은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생명환경 보전에 대한 저희 사제적 양심들을 선택한 것이고,
또 그런 의미에서 지방자치선거를 바라보고 그 일꾼들을 지지하겠다 라는 양심선언적 부분"이라고 밝혔다.
◀ 천주교 사제와 신자들이 지난 2월22일 경남 창녕군 함안보 공사현장 인근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미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박태견 기자